"학교가 폐교돼 풀숲으로 변하고 슬레이트 지붕이 부서져도 손 하나 쓸 수 없었죠. 8년 동안 지역이 낙후되는 것을 눈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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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홍 구미경제자유구역 대책위원장 |
지난 19일 봉산리 마을에서 만난 서홍 구미경제자유구역 대책위원장은 추진 실적 부진 등으로 산동면 경제자유구역이 지정 해제되자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서 위원장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때는 주민들의 여론은 묻지도 않고 발표 후 알게 하고, 해지할 때는 주민들을 내세워 주민 반대 때문에 해제된 된 것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울분을 삭였다. 그는 또 “우리는 협조하고 따라간 것뿐"이라며" 지난 8년간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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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산리 마을 전경 |
연일 장마가 계속되던 지난 19일 산동면 봉산리 마을은 황량했다. 여느 시골마을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낡은 슬레이트 지붕에 허물어지고 갈라진 담벽, 녹슨 철대문 등 몇몇 집을 제외하고는 폐가를 방불케 했다. 마을엔 사람의 인기척은 거의 없고 이따금씩 자동차만 지나갈 뿐이다. 특히 이 지역은 지난 2012년 9월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 지역이어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5일 경제자유구역 98개 지구 중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한 구미경제자유구역(구미디지털산업지구)을 포함한 14개 지구의 지정 해제를 발표했다. 당초대로라면 정부는 2008년 산동면 임천· 봉산리, 금전동 일대(470㎡)구미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2020년까지 1조3천40억원을 투입해 첨단 IT산업과 R&D센터, 국제화 교육시설 및 업무지구 등을 유치해 구미디지털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시화 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으로 인한 재정난(부채 2008년 19.6%, 2012년 118.9%)과 보상 문제가 겹쳐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결국 법정기한 내에 사업승인 신청을 하지 못하게 됐다. 결과는 산업통상부의 지정 해제였다.
마을 주민 박모씨는“수자원공사가 5년동안 지연하다 사업 승인을 위해 제시한 사업계획인 편입 토지 보상은 일괄보상이 아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별로 보상하고, 1억원 초과 금액은 3년채권으로 보상하며 보상가 산정을 실시계획 승인 시점인 현재의 공시지가가 아닌 2007년 공시지가 보상하겠다는 것과 수요가 있을 때마다 개발하겠다는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하자, 수자원공사 측은 오히려 주민들의 반대로 경제자유구역이 해제된 것처럼 모든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후 감면혜택 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서까지 재산권 제한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온 상황에서 다시 6여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어 지정 후 개발과 관련해 아무런 실적이 없는 가운데서도 올해 5월 시비 136억원을 포함한 380억원을 들여 진입로를 준공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는 다른 대체길이 있어 평상시에도 별로 이용하지 않는데다, 지정 해제된 지금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수자원공사의 대책 없는 사업추진 비판과 함께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지구에는 현재 실제 거주하는 편입예정 지주와 부재지주의 비율이 4대6이다. 편입지주는 임천리와 봉산리, 금전동 등 약 400여가구에 1천2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경제자유구역 조성에 따른 부푼 기대를 안고 곳곳에 투자를 한 이들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위원장은 “2006년 4단지 배후단지에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오버랩되면서 8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한 결과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가정이 파산된 경우가 있는가하면 개발계획만을 믿고 이를 담보로 인근 지역에 토지를 매입, 2006년부터 이자만 부담해온 이들도 있는가 하면 심지어 이자를 제때 상환하지 못해 부동산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도시개발사업, 도로 확포장 공사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만큼 구미시와 경북도가 배려차원에서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해야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맛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특히 “그동안 세금만 내고 재산권 행사를 못했다"며 “시에서 책임감을 갖고 보상차원에서 새로운 도시계획을 수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