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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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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 일출의 여명이 피어오르는 새벽 6시, 어둠에서 막 깨어난 일상들이 분주히 출근을 준비하는 그 시간대, 도레이 케미칼에는 이미 새벽길을 따라 현장에 도착한 노동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걸어 온 이력을 말해 주듯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안전화가 유난히 돋보인다.
그 안전화의 주인공이 바로 배인호 도레이케미칼 노조위원장이다. 노동조합 선거 때마다 노조원에게 강조했던 “모든 것은 현장에서 시작된다”는 가치관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행동을 통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두차례의 아픔, 하지만 주저 앉을 수 없다
배 인호 위원장의 걸어온 길은 마치 험산준령을 타고 오르는 고행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 2008년 (주)새한은 수익성 악화로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려야 했다.결국 웅진그룹으로의 매각이라는 출구전략을 통해 기사회생한 (주)새한은 사명을 웅진케미칼로 바꾸어야 했다. 이처럼 황톳길과도 같은 황량한 시기에 노동조합 위원장에 당선된 배위원장은 가장 먼저 인수 협상자인 실무진과의 면담에 들어갔다. 당시 사측은 핵심기술 사업인 필터사업만 유지하고,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섬유부문은 재매각 내지는 정리를 할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었다.이는 곧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었고, 계획이 현실이 될 경우 정들었던 동료들은 길거리로 나 앉을 판국이었다.
배위원장은 결연한 각오로 맞섰다. 32일간, 17차례에 걸쳐 본사를 항의 방문한 끝에 웅진 그룹 회장이 구미공장을 방문,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소통면담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결과를 도출시켰다. 결국 이를 통해 배 위원장은 3년간 전 임직원 고용 보장 및 인위적인 사업분할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손에 거머 쥐었다.
하지만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2013년 들어 경영난의 벼랑 끝에 선 웅진케미칼은 매각시장으로 내몰리는 위급 상황을 맞아야 했다. 두 번째 겪는 아픔이었다. 정든 회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전 노동자에게는 공포였다.
“이대로 손을 놓고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한 각오를 다진 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들은 비대위을 구성, 사측을 상대로 매각 과정에서 모든 조합원의 고용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협상에 돌입했다.
이 결과 사측은 인수자인 도레이 첨단소재로부터 향후 5년간 전 조합원 고용보장이라는 성과를 도출시켰다. 조합원을 자신의 생명처럼 여겨온 배위원장의 가치관과 어떤 일이 있어도 조합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뚝심이 이뤄낸 기적과도 같은 성과였다.
▶노사화합은 곧 고용안정▪조합원 복지 향상의 기틀
소통의 노조문화를 존중하고 실천해 온 배 위원장은 웅진케미칼 노조를 이끌 당시 숱한 성과물을 도출시켰다.
2개의 노조를 통합해 협상 절차상의 어려움을 해소했는가 하면 55세의 정년을 56세로 1년 연장시켰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장기근속 사원에 대한 동기 부여 차원의 임금체계 개편, 소모적 임단협을 지양하는 정보교류를 우선시한 소통의 교섭문화를 현실화시켰다.
이 뿐이 아니었다. 노사 복지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여사원을 위한 휴게실 설치등 조합원의 권익 및 복지 향상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정신은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노조 독단이 아니라 사측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노사윈윈의 노조문화는 노조운영의 모범케이스가 되고 있다.
▶회사가 없으면 노동조합도 없다
화물연대 파업당시인 2011년, 당시 웅진 케미칼 노조를 이끌던 배위원장은 파업 때문에 원료물량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위급상황을 해결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위급 상황 속에서 노조위원장이라는 직함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결연한 각오를 앞세운 배 위원장은 직접 울산과 구미 톨이케트에서 농성 중인 화물연대 집행부를 만나 읍소했고, 이 결과 배위원장이 탑승한 원료 차량이 공장으로 들어서면서 가동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뿐이 아니었다.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화섬사업으로는 회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고민을 하던 끝에 배위원장은 마침,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을 모토로 신규사업을 진행한다는 사측 입장을 존중, 특수 섬유인 아라미드 사업과 마이크로 필터 사업을 전폭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더 나아가 현장을 방문, 프로젝트 팀원들을 격려하는 등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산업 평화대상▪동탑 산업훈장
올해로 3선째 노조위원장을 연임하고 있는 배 위원장은 조합원 복지향상 및 고용안정, 노사 윈윈의 노조문화 창달의 공을 인정받아 제14회 경상북도 산업평화대상, 2013년도 동탑 산업 훈장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받은 상들이 자랑스럽다.하지만 제가 잘해서 받은 상은 아니다. 자랑스러운 이유는 그동안 해 온 일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 상을 받을 만큼 조합원들과 함께 가치있는 일을 해 왔다는 그 증표이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다.”
소통을 통한 노사문화를 실천해 오고 있는 배인호 노조위원장, 상생의 노사문화가 바람직한 우리 노사문화의 견인차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