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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만난 문객 / 금호 금계영 시인

김경홍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4년 11월 09일
“삶은 무엇이고, 인생은 무엇인가, 그 해답을 말하다”
ⓒ 경북문화신문

 

 

 

흐르는 것이 세월이다. 무형의 세월은 잡을 수가 없다. 이 때문일까. 감수성이 예민한 이들은 세월이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늦가을의 그 순간을 보면서 애닯아 한다.

지난 2010년 자서전 <계영의 뜰>을 발간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지 불과 4개월만에 처녀시집<꽃씨배달>을 세상에 내놓아 화제를 모은 금호 금계영 시인은 늦가을이면 문득 능선 너머 산촌마을 처럼 아련히 떠올라 심금을 울리는 문단에 이름을 올린 가을 문인이다.

1938년 12월, 갈길 바쁜 새털구름도 머물고 간다는 청정지역 영양 수비에서 출생한 금 시인은 현재 76세의 성상을 걸어가고 있다. 이후에도 금 시인은 짙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를 헤치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아득바득 세상을 헤쳐나가는 우리들에게 삶과 인생이 무엇이고, 그 답이 어디에 있는지를 들려주고 있다. 72세의 나이에 문단에 정식 등단한 그 삶의 자세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시세계가 더욱 궁금증을 더해 준다.

 

붓을 들면 명작이 됐다는 유명화가처럼 금 시인은 있는 그대로의 삶을 펜으로 터치하고 있다. 그것이 시가 되고 예언이 되고 사랑의 노래가 되고 있다.

그래서 저무는 늦가을 날,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써 내리는 시는 가슴에 절절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 노래에 귀 기울이면 가슴이 아려오고 아림 속에서 삶의 진미를 느끼게 한다.

“인생의 연륜이런가/ 일흔 여섯해 찬 이슬/ 오뉴월 땀방울이 / 모여 얼어붙어/ 하얗게 쌓여서/ 너무 꽁꽁 얼어 붙은 탓으로/ 제설작업도 눈에 부치네/...... 앞 뒤 분간도 못하는 / 세월이 달려가니/ 덩달아 가느라고/ 늙어가나 보다/ 오늘도 백십일호 자가용으로/ 가면 다시 못올 곳을 향해/......”정신없이 가고 있구려... (주마등 같은 인생사 전문)“

  ▶금시인의 집

인생의 늦가을 능선에서 삶을 관조하는 세계가 진지하다. 세파를 헤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들이 가고 있는 길이다. 정신없는 삶을 살다보면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보기가 간단치가 않다. 어쩌다 뒤를 돌아보면 걸어온 길이 허무이고, 절망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금시인은 우리들에게 ‘ 걸어온 길이 절망적이고, 걸어갈 길 또한 절망적일지라도 다시 일어서 가자’고 재촉한다. 그만큼 금 시인의 시세계는 늘 삶의 긍정에서 출발한다.

“멈출줄 모르는 시간에/ 나이는 그냥 따라 올려놓고/ 세월이 가는 만큼 내 모습은 그 세월 흐름을 일깨워주고/ 할 일은 태산 넘어 평지를 볼진데/ 시간은 왜 이리도 화살 같은지/ 한평생 구상했던 그림들/ 화폭에서 진경으로 옮기려면/ 지금 이 시간 진취의 기상으로 / 한치 아쉬움 없이 보람있게... (2011년 10월 27일/ 보내기 아쉬운 시간 전문)

 

가족에게 여생을 의탁해야 할 나이 76세의 금 시인에게 삶을 형이상학으로 전환시키려는 그 철학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과연 금시인의 이러한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금 시인의 시가 늦가을 산을 넘고 또 넘어 새로운 질서의 세계를 갈망하며 여유롭게, 때로는 관조하면서 걸어갈 수 있게 한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금 시인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예찬하면서 그 모든 것들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초청해 놓고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 대상물이 바로 자연이다. 지인들이 사랑의 꽃씨를 배달하는 꽃씨배달부라고 할 만큼 금 시인은 자연 속에서 실존과 존재의 가치를 체득하고 그것을 시로 써 내리고 있다.

 

“자기 인고를 감추려는 듯/ 단아한 자태로 친근감을 / 늦가을 외로운 행로/ 가는 길 향기롭네 그려/ ....... 푸르름은 된 서리로 감춰졌고/ 산기슭 동구 밖 마을 안길까지/ 외로운 노구의 길 동행하여/ 너가 가니 나 덩달아 가네/.... 밝은 표정으로 슬기롭게/ 나비 보듬은 줄 아는 지혜로/ 세월 탓 않고 향기 품은 너/ 본 받으러 오늘도 따라 가네/ (2013년 11월, 들국화 전문)

“천금동 꽃비/ 남실바람 아니어도/ 빨간 열매 달기 위해 내린다/ ...... 머리에 꽃비를 이고/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손이 부르트도록 김을 맨다/.... 내년에도 수만송이/ 너 만나 웃으려고/ 꽃비와 같이 흙에 딩군다/( 2013년 5월19일 산앵두 전문)”

“눈 내린 이월/ 창안에 갇혀/ 햇빛 그리워 몸부림/ 멋스런 잎 사이/ 봉오리 내밀어/..... 창살에 비친 햇살 부여잡고/ 진통 끝에 드디어 출산했네/‘이심여 남매’ 주황색 웃음이 / 유리창 밖 눈 쌓인 뜰에 퍼져/ 눈 세상을 더더욱 아름답게 꾸며놓네/(2014년 2월 10일, 군자란 전문 )

  ▶출판 기념회

금시인은 이처럼 말없는 대상에게 영혼을 불어넣고, 그를 일으켜 세워 자신의 뜰로 초대를 한다. 그 물상들과 끝없는 대화를 통해 잃어버린 삶의 본질을 빌려오고, 무상한 인생에 대해 유상의 의미를 덧칠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금시인은 자연, 특히 꽃으로부터 삶의 본질을 찾고 그것을 세상에게 알리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최신작 “너에게 홀려서”는 금시인의 꽃에 대한 삶의 진중도가 어떤지를 읽게 해 준다.

“꽃 밭에 앉아서/ 잡초를 뽑다가/ 봉오리 터지는 모습 못 보았네/.... 꽃 밭에 앉아서/ 향기로운 꿈을 꾸다가 / 세월의 그네 줄을 놓쳤었네/.... 꽃밭에 다가서서/ 벌 나비 시샘하다/ 청춘이 가는 줄을 몰랐었네/.... 꽃밭에 들어가서/ 아름다운 그림을 구상하다가/ 따사로운 햇살을 이제 알았네”

  ▶출판 기념회

울련산 정기 서린 경북 영양군 신원리에 18세의 나이로 시집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노 시인, ' 세상은 그냥 가질 않고 젊음도, 건강도 데려가고... 어느 덧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렸다'고 서문을 써 내린 시집 <계영의 뜰>을 읽고 있노라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오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모두가 이런 감정에 휩싸일런지 모른다. 공감하고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왔거나 살아오고 싶었던 삶의 장면들을 금계영 시인은 노을이 지는 서산 둔덕에 앉아 은은히 읊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삶을 말하기는 쉬워도 진솔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금계영 시인의 삶은 늘 어머니에서 출발, 꽃으로부터 삶의 해답을 찾는다.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랑이다. 어머니가 물려준 사랑을 세상에 수놓기 위해 살아온 날들의 일화가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시라는 화폭 속에서 때로는 끈적한 인연을 통해, 때로는 이름없는 한포기 풀을 통해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이름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향수와 꽃의 세계를 넘나드는 금 시인은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하고, 모든 것을 타인의 몫으로 돌리려고 한다.

  출판 기념회

“올캐와 같이 시장 구경하다가/ 천원 짜리 물건 사고/ 덤으로 얻은 행복/... 각자 오천워씩 / 다섯개 사고/ 덤으로 얻은 넉넉함/ 값싼 다섯개의 소품/ 단단한 아쉬움 덜고. 덤으로 재벌된 느낌/.... 마주보며 ㅋㅋㅋ.../ 주름진 얼굴에 / 간만에 함박 웃음 지었네/(작으나 큰 즐거움 전문)”

금호 금계영 시인은 특히 가는 늦가을을 붙잡으려고 애닯아 한다. 그에게 늦가을은 그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의 단풍처럼 가을산에 선 금시인은 그러나 가는 세월을 붙잡으려고 끝까지 안간힘을 쏟지 않는다.

삶의 시간은 금 시인을 황혼 속으로 가게 하지만, 금 시인은 그것을 뛰어넘어 머지 않아 봄이 오리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이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이면서 관념이다.

“너 만나고 나서/... 바람은 비담결 같고/ 햇샇은 따사로워/... 땅 껍질 밑에 용트림/ 잠자던 고목 꿑 깨어나/... 본홍바람 불어오는/ 봄이 다시 시작이라고/... 백발더러 / 늙음을 멈추라고 하네/( 2012년 입춘 전문)

  ▶금 시인 부부

<주요 약력>

▶1938년 영양군 수비 출생 ▶자서전 계영의 뜰 출간 ▶2010년 서울 문학 통해 등단▶시집 꽃씨 배달 출간  



김경홍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4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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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그네
사시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11/11 10:2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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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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