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말이 영업정지 2개월이지, 이미지 타격 때문에 단골손님들의 발길도 끊기고... 사실상 가게 문 닫으라는 얘기죠. 게다가 영업을 하지 않아도 지불해야 하는 월세, 종업원 월급에다 영업 손실까지 더하면 한 달 피해가 2천만원일 정도입니다. 정말 살맛이 나질 않습니다.”
얼마 전 미성년자에게 주류제공을 했다가 영업정지를 당한 구미시 형곡동 A업소 사장의 하소연이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안타깝다.
몇 달 전 그는 손님들이 어려 보여 신분증 검사까지 하고 술을 제공했지만 계산할 때가 되자, 이들 중 한명이 경찰에 미성년자라고 자진 신고해 적발됐다.술을 마시기 위해 성년인 것처럼 신분증을 도용한 청소년이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해 신고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신 청소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자신에게만 과징금과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기침체로 구미지역 식품접객업소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억울한 행정처분으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례다. 특히 일부 학생들의 경우 법의 허점을 악용, 팀을 이룬 가운데 상습적으로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업주들을 더욱 깊은 시름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구미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0월말 현재 식품접객업소는 8천122곳으로 2013년에 비해 36곳이 증가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장기무단 휴업한 곳은 124곳에 이르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불황으로 장사가 안되다 보니 영업소 폐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같은 기간 중 미성년자인 청소년에 대한 주류제공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는 27곳이며, 본지 확인 결과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최근 3개월간 적발된 곳은 9곳이다. 결국 작년부터 올해 1월까지 36곳의 업소가 청소년들이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적발된 후 과징금 및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관련 법은 엉성하기 그지 없을 정도다. 미성년자 주류제공에 대한 행정처분은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업주만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주류 등 청소년 유해약물을 청소년에게 제공해 신고를 당한 업소는 해당 지자체의 행정처분에 따라 벌금 및 일정기간 영업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다 위반횟수가 반복되면 벌금과 영업정지 일수가 늘어남은 물론 결국에는 영업장 폐쇄조치까지 받게 된다.
지난해 갑작스런 정리해고로 퇴직한 후 퇴직금을 몽땅 투자해 치킨집을 열었으나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주료 제공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B씨의 경우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생들은 음주로 적발되더라도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먹은 음식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팀을 이뤄 상습적으로 업소들을 돌고 있다”며 “‘열 장정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는 말처럼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신분증 위조 등 작심하고 속이려고 하는데 안 걸릴 수 가 있겠냐?”며, 울분을 토로하는 B씨는 퇴직금은 고사하고 생계도 어렵다며 막막해 했다. 그는 또 “ 영업정지로 인해 문 닫는 업소들이 주위에 더러 있다”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업주만 처벌 받기 때문에 동종업종끼리도 이러한 허점을 전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만큼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래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바인 ‘일당바리’를 활용, 경쟁 업소에서 술을 마시게 하거나 출입하게 한 뒤 경찰에 신고하게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부 청소년들은 업주는 처벌하고, 청소년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의 맹점을 악용해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대신 금품을 요구하는 등 협박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래방 역시 법을 어길 경우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자진해서 신고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 미성년자에게는 부모를 동반해 자술서를 쓰게하는 것 외에는 다른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 청소년들에게도 재발 방지 차원에서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공감하지만 현행 법상 업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세심하게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접객업소가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으로써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작 음주를 한 미성년자는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게 되면서 업주들이 제2, 제3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으로 미성년자 음주행위 관련 처벌 항목이 없는데다 술값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일부 청소년들이 팀을 이룬 가운데 이를 상습적으로 악용하면서 자칫 더 큰 피해 사례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무작정 업주만 단속할 것이 아니라 악용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음주사실을 학교에 통보해 학칙에 따라 처벌케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함께 구미시나 요식업계가 학교측과 협의해 계도 활동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