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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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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지역의 초·중·고교 졸업앨범 계약에서 한 업체가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업체 6개를 만들어 입찰에 응시하는가 하면 사진관은 개설하지 않고 앨범 수주를 위해 타 지역 업체가 참여하면서 구미지역 업체의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사업자등록만으로 앨범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보니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각 학교의 앨범제작 업체 선정은 1천만원 이하는 수의계약, 1천만원 이상은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한 공개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학교마다 앨범 선택을 위한 앨범소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에서는 공정거래를 위해 90% 입찰방식, 즉 예정가격의 90%이상 금액 중 최저가로 견적을 제안한 업체가 낙찰되다보니 사실상 앨범소위원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초 구미지역의 A고등학교의 졸업앨범 입찰에는 14개 업체가 참가했다. 입찰에 참여한 14개 업체 가운데 한곳은 한 사업장 주소로 6개 업체가 등록되어 있는가 하면 또 이 중에는 포항, 김천, 대구 등 타 지역 업체로 구미시에 사업장만을 개설하고 입찰에 참가하기도 했다는 것. 이러한 업체가 낙찰 받게 되면 구미시의 업체에 맡기고 수수료만 챙겨간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에서 스튜디오가 있으면서 앨범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일부는 가족 등의 명의로 만든 유령 업체이고 또 일부는 대구, 포항, 김천 등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이라며 “한 업체가 몇 개의 유령업체를 만들어 특정 가격을 집중 선택하면 그 만큼 낙찰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앨범 제작이 제조임에도 졸업앨범 입찰 공고문에는 실적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보니 앨범을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타 지역 업체가 구미에 사업장을 개설해 입찰에 참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앨범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질적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부정부패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현재의 공개경쟁입찰 방식이 오히려 유령 업체를 양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앨범을 제작하는 사진관 업은 신고·등록·허가 업종이 아닌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 업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앨범 입찰 공고일 이전에 구미시에 사업자만 등록이 되어있으면 ‘나라장터’에 등록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타 지역에서 또는 가족명의 등 편법으로 등록한 소위 ‘유령업체’를 내세워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더 이상 지역제한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유령 업체를 만들어 입찰에 중복 참가하다 적발되더라도 3개월 영업정지에 300만원의 벌금형으로 비교적 가볍게 처벌을 받다보니 다음해에 다시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것도 법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앨범 1권당 평균가격은 4만원에서 4만5천원선. 졸업생수가 300명인 학교 3~4군데를 낙찰 받았다면 5천여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즉 유령 업체를 내세워 적발돼 벌금을 내도 남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구미시의회에서는 각종 계약 체결 시 지역 업체를 최우선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방만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편법을 이용해 타 지역의 업체가 낙찰만 노리는 현실을 방치해 지역 업체들의 설 자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위법인 도교육청의 지침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계 현장의 입장이다.
사실 지역제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실적제한을 지역의 실적으로 한정하면 지역의 업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적제한 여부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의 학교장들은 교육청의 공문에 따른다는 원칙만 고수하면서 지역제한만 두고 실적증명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설령 실적증명을 요구하더라도 지역이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졸업앨범 납품 실적만 따지고 있다. 이 또한 유령 업체를 양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양길로 접어들어 문을 닫는 사진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며 “전국의 어떤 업체도 졸업앨범 납품 실적만 있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보니 타 지역의 업체가 가격경쟁으로 입찰을 보면 지역 업체들은 설자리를 잃고만다"고 하소연 했다.
정계 한 인사는 “구미교육지원청은 구미시의회에서 각종 계약 체결 시 지역 업체를 최우선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든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지 않도록 비리 업체와 관련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구미지역 앨범제작업체 역시 그냥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일이 발생되고 있음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제품의 질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정신으로 학교의 운동회나 졸업여행, 학교의 축제 등 각종 이벤트 행사에 함께 참여해 학교의 사진관이라는 영업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지역 업계가 살아나갈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