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고

서재원의 세상읽기(31)]자기기만, 그리고 성찰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7일
ⓒ 경북문화신문
모든 게 디지털화되어 가면서 세상은 대변혁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수많은 갈등-남녀, 이념, 빈부, 지역, 노사, 세대-에 노출되면서, 중심지대가 없는 극단의 논리로 인해 사회는 더욱 뒤엉킨 모양새다. 최근 유명 정치인의 자기기만으로 인한 죽음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자라는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자못 우려스럽다. 청소년은 윗세대의 규칙이나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거나 지지하는 수가 많다. 물론 나름의 개성이 있으나 자신의 가치관이 확립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성인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크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반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인들의 자기기만 행위는 자라는 세대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 130~40년 전 러시아 사회의 이야기인데도, 자리의 조건에 자신을 완벽하게 맞추고 그 대가로 화려한 상류 사회에 합류하면서 위안을 누리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데자뷔다. 주인공은 법학교에서 윗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성공에 대한 가치를 습득하고, 윗사람이 허용하는 행동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며,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범주를 넘어서지 않았다. 성장하면서 그러한 사고방식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면서 온 삶을 거짓으로 살게 된다. 스스로 부정한 일, 추잡하다고 여겨지는 일이 고위층 사이에서 늘 행해지고 있음을 알고 자신의 생각은 깨끗이 지워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로 갈등을 겪지 않는다. 결혼 역시 자신에게 득이 되며,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옳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실행하게 된다. 결혼 후 아내의 신경질이 늘어날 때 그는 한층 더 일과 명예심에 집중하면서 아내의 잔소리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게 된다. 아내에겐 여론이 결정하는 외면상의 품위만 요구하면서. 예심판사로서 자신의 권력과 업무 수완 등 일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항상 그를 즐겁게 했다. 이렇게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이 계속되다가 우연히 옆구리를 다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되고, 죽음과 같이 절망적인 사건을 맞이하여 각성이 일어나지만 기존의 가치를 버리지 못한 채, 즉 자기기만에 대한 각성에는 이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게 된다. 주인공이 죽었을 때 가장 친했던 친구들은 문상을 와서 이렇게 말한다. ‘이반 일리치는 어리석었어. 그에 비하면 자네와 나는 달라. 우리는 어리석지 않아.’

이반 일리치의 상황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선택은 후에 그의 아내까지 모든 것을 남편의 탓으로 돌리게 만드는 타인의 기만을 형성하게 한다. 결국 이반 일리치는 스스로의 고통과 소외를 불러오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주인공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아야 한다. 결코 해선 안 될 일을 하면서도 항상 당당하다고, 잘났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살아가는 것이 곧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기만적 태도는 이반 일리치에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유명 정치인의 삶의 노정이 이반과 다를지라도 기만을 극복하지 못한 점은 마찬가지이다. 높이 쳐든 등불 속의 불꽃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에랴. 그럼에도 이러한 기만을 묻어버리려는 일단의 움직임도 보이니, 이 역시 또 하나의 기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흔히 어떤 문제 앞에서 ‘왜’는 규명하지 않은 채 ‘같은 편’이란 이유 하나로 문제의 핵심을 슬쩍 지우거나 비켜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자세는 훗날의 또 다른 논란을 예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극단의 사고로 사람에 주목하지 말고 왜 죽음이 일어났는지를 밝혀야 할 때이다. 진짜 원인을 찾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이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일이다.
다양한 갈등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청소년기에 정립해야 할 실존적 주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자기기만이 습관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다양한 상황들을 마주할 때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적인 자세를 형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반 일리치가 그러했듯 고통과 불안정한 상황에 부닥뜨리면 이를 재빨리 모면하기 위해 상황을 무시하거나 화를 내고 상대방 탓을 하는 등의 선택을 한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반응이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자신의 반응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된 행동이라고 규정한다. 수많은 가능성들 중 하나를 선택한 데 불과한데도 말이다. 우리는 소설 속의 이반 일리치가 자기기만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선택을 모색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자라는 세대들에게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외부의 분위기에 의지한다든지 남 탓을 하거나 도피의 수단으로 막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문제를 더욱 힘들고 복잡하게 할 뿐이다.
무비판적 편 가르기와 관습에서 벗어나 무엇이 올바른지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적 사유와 함께 삶의 기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할 때이다.
 
<저자소개> 
마을활동가・선주문학회원・생활공감정책 참여단・구미시 신활력 플러스사업 추진단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7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김천 ‘부곡택지1호공원’ 전면 새단장..
개그맨 이선민, 구미시 홍보대사 위촉..
직접 키운 버섯,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 창출...착한영광버섯마을 손광식 대표..
`정원`으로 사람과 도시, 농촌을 잇다...`가드닝브릿지교육원` 김경애 대표..
상주시 함창읍, ‘우리 아이들 옷과 운동화 지원’..
[서장우의 일상(4)]어디가 불편하세요?..
구미 수점동 십수 년 묵은 주민 숙원 도로 전 구간 개통..
톡 쏘는 겨자처럼, 농촌과 도시를 잇다…‘겨자식생활’ 김재훈 대표..
상주시 화령장전승기념관, 전국 무궁화 명소 4곳에 선정..
경북보건대 AI융합학부 스마트물류과, 9월부터 `물류관리사 전문자격증반` 운영..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마중 나온 아들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평소 다니던 정형외과 의원에서 문자가 왔다.".. 
<작가노트> '새마을'이라는 이름은 오래전 ..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