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서재원의 세상읽기(67)]강신주의 사랑 그리고 청중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30일
↑↑ 서재원 마을 활동가·구미시생활공감정책참여단 대표·선주문학회 회장
ⓒ 경북문화신문
지식인이 무너진 우리 사회. 그러나 강신주만은 무너지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 적어도 자신의 삶과 메시지가 어긋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 대중에게 중간자로서 존재하고 싶어 하는 자세도 그러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강신주 덕분에 일상과 철학이 밀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래전엔 강신주의 책을 읽고 머리로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묻어난다. 생활인의 철학인 듯한 강신주의 얘기는 매사를 스콜라적인 문제로부터 실천을 끌어내려 한다.

철학자는 일상에서 이기적인 자아와 싸울 것을 명한다. 그것도 온 힘을 다해 말함으로써 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래서 반드시 이기적인 내면의 자아를 용서치 않으리라는 다짐을 받으려는 듯 북카페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강조한다. 목소리는 여전했다. 왜소해진 체구가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그날 북카페 ‘틈’에서 철학자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온전히 살려내고 있었다.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을 바탕으로 사랑의 실천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은 살아있는 황금률같은 강의를 듣기 위해 몰려다닌다. 물론 예전보다야 인문학에 대한 열기도 식었고,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제재를 받긴 하지만 그래도 ‘저명 인사의 괜찮은 이야기’를 듣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인문학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명강에 대한 열망도 그대로 인 것 같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바르게 살진 못해도 바르게 살라는 명제엔 수긍하고, 무조건 사랑하란 말을 실천하지는 못해도 듣는 순간엔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람들이라니, 이만하면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은가.

강의 말미에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시대의 문제점을 총망라한 그러면서 이겨나갈 힘을 잔뜩 쥐여주는 강의를 듣고도 사람들은 다만 그때뿐이다. 무슨 강의든 듣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사람들이 달라지지 않는다. 철학과 분리된, 철저히 나눠진 이기적 삶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에 강신주는 철학자의 역할을 얘기한다. 끓어오르는 의지를 가지고 이기적 자아와 싸우라. 싸움은 자기 자신이 해야지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다. 강의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라. 자신을 찾게 되는 기회로 여겨야지 내가 제시한 방식대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 철학자는 다만 넘어진 사람에게 넘어졌다고 얘기해 줄 뿐이다.

또 다른 청중의 질문에 답하면서, 삶의 방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내 집과 시댁을 오갈 때 변하는 태도에 대해 무게 없음을 지적한다. 얘긴즉슨 사랑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삶의 방향성을 잃었노라 하면서, 사랑은 아끼는 것이고 아끼는 것은 부리지 않는 것이고 부리지 않는 것은 쓰지 않는 것이라 했다.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이득에 따라 움직이므로 애지중지하지 못하고 늘 흔들린다는 것이다. 맞다. 사랑을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하다니 그것은 이미 자본주의에 깊이 착색된 결과임을 몰랐을 뿐이다. 아무 일도 안 한다고 반려견을 버리지 않듯, 사랑하는 사람이 일을 안 한다고 버릴 수 없는 노릇이니 사랑은 합리성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사랑을 잘 모르는 어른들이 아이들 미래까지 흔들어대기에 철학자의 걱정은 크다. 이익이 되어야 움직이고 이익만 좇아다니며, 공리(功利)적인 일은 도덕적인 잣대로 보지 않거나 그 효용성을 깎아내리길 거부하는 어른들이 바라보는 미래가 어찌 밝을 수 있겠는가. 자존감이 없어 화를 내야 할 때도 웃고, 모멸감을 주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적극 신봉하기에 한없이 약해지는 어른들이 쥐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는 그래서 경쟁만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자중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행동을 경솔하게 판단하는데, 멀리 보고 결정하는 법이 없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 역시 당장 눈앞의 성과나 결과에 매몰되기 쉽고 세상을 멀리 보는 법을 배울 기회는 결코 얻지 못한다.

몇 가지 질문을 받은 다음 책에 사인을 해 주고 철학자는 떠났다. 해봤자 안될 게 뻔한 일들이 비일비재한 세상에 청중들만 남겨 놓았는데, 그들은 막 힘든 일을 끝낸 것처럼 모두가 밝은 얼굴들이다. 결코 건너지 못할 줄 알았던 강을 건너와 다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다. 조금 전에 숨죽이며 들었던 엄숙한 사랑의 정의와 실천의 외침은 까마득해져 벌써 며칠 전의 일처럼 잊혀진 것일까. 수학적이고도 정확한 기브 앤 테이크 방식에 따라 한 공기의 사랑을 측정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발동되었는데도 나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30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김천 ‘부곡택지1호공원’ 전면 새단장..
개그맨 이선민, 구미시 홍보대사 위촉..
직접 키운 버섯,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 창출...착한영광버섯마을 손광식 대표..
`정원`으로 사람과 도시, 농촌을 잇다...`가드닝브릿지교육원` 김경애 대표..
상주시 함창읍, ‘우리 아이들 옷과 운동화 지원’..
[서장우의 일상(4)]어디가 불편하세요?..
구미 수점동 십수 년 묵은 주민 숙원 도로 전 구간 개통..
상주시 화령장전승기념관, 전국 무궁화 명소 4곳에 선정..
톡 쏘는 겨자처럼, 농촌과 도시를 잇다…‘겨자식생활’ 김재훈 대표..
경북보건대 AI융합학부 스마트물류과, 9월부터 `물류관리사 전문자격증반` 운영..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마중 나온 아들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평소 다니던 정형외과 의원에서 문자가 왔다.".. 
<작가노트> '새마을'이라는 이름은 오래전 ..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