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 무궁화가 여기저기 만개해 있다. 꽃이 무성하게 핀 큰 무궁화 나무를 본 이후 무궁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 무심하게 지나쳤다. 겹꽃, 흰꽃, 큰꽃... 보라색 꽃 하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종류도, 색깔도 다양하다. 게다가 모아놓고 보면 얼마나 이쁜가. 무궁화 꽃의 재발견이다. 무궁화에 관심을 갖자 무궁화와의 인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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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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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아포읍 한 마을에 무궁화를 심고 가꾸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달음에 찾아갔다. 제석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길가에 무리 지어 활짝 핀 무궁화 꽃이 반갑게 반긴다.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주인공인 강선오(74세) 대한노인회 김천시지회 아포읍분회장이 출타중이었기 때문. 할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고 사진이라도 찍을 요량으로 무궁화 길이 조성된 제석리 큰 도로 입구로 차를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곳에 밀짚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할아버지가 무궁화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다. ‘무궁화 할아버지’ 강선오 노인회장이다.
왜 무궁화를 심고 가꾸는 것일까. 무궁화에 대한 남다른 사연을 기대했던 기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다소 싱거웠다. 하지만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고 꾸밈이 없어 더 친근하다.
“자식들 다 키워놓고 농사도 많지 않아 마땅히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여기에(무궁화) 정을 붙이려고 하는 거다. 놀면 뭐하냐?” 구수한 정감가는 답변이다.
강 회장은 “월남유공자로 보훈 수당이 나오기 때문에 농사를 짓지 않아도 먹고 산다”며 무궁화를 가꿀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2년 전 자신의 집 앞을 가꾸던 것이 어느새 마을과 마을 입구 도로까지 500여 그루의 무궁화를 심고 가꾸고 있다. 무궁화 개화 시기인 요즘은 매일 시든 꽃을 따주고 약을 치는 것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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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기 전에 꽃을 따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분이 열매로 가기 때문에 꽃이 많이 피지 않는다”며 강 회장은 일일이 진 꽃을 정리하고 있다. 꽃을 이틀에 한 번씩 따줘야 할 정도로 무궁화는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게다가 진딧물 때문에 관리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처럼 손이 많이 가는 무궁화를 강 회장이 선택한 것은 우리나라 꽃이기 때문이다. 무궁화 나무 주변에는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 무궁화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그가 관리하는 것이 어디 무궁화뿐이랴 무궁화 나무 옆의 큰 가로수인 벚꽃도 강 회장이 15년 전 직접 심은 것이다.
“논을 샀다. 논에 묘목을 키워 돈을 벌려고 옥천의 이원 묘목 전시장에서 벚나무를 사서 심었는데 풀만 자라고 잘되지 않아 포기하고 동네를 위해 제석리 입구 도로의 가로수로 심었다. 내가 심은 것이니까 관리도 직접 해야 하지 않겠나.”
경기도 평택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86년 고향인 제석리로 들어와 동장, 새마을지도자, 이장, 아포읍 노인분회장, 게이트볼 김천대표 선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게이트볼은 ‘아포의 강선오’하면 알아줄 정도로 잘 친다고 자랑한다.
“소일거리로 찾은 무궁화 가꾸기가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남들은 미쳤다고도 한다. 남들에게 인사들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하면 재미있다며 환하게 웃는 강 회장의 얼굴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자유의 삶을 살아간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오른다. 그의 욕망이 자유의 상징인 조르바와 닮아있다.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가꾸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또다른 삶의 지혜를 얻는다. 멋진 노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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