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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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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새도 늦잠을 자는 쌀쌀한 늦가을 이른 아침. 오전 8시, 양손 무겁게 보따리를 들고 구미시 새마을알뜰벼룩장터가 열리는 시청 후문 주차장에 도착했다. 공식 행사 시작이 오전 10시인 것을 감안하면 8시도 충분히 이른 시간이다. 아뿔싸, 그러나 기자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었다.
멀리서 캐리어 끌고 오면 미리 와 있던 사람들 '가방을 열어보라' 재촉 다반사
찜 거래 문화가 현장에서도 이뤄지는 진풍경
몰래 가방 안에 숨겼다가 꺼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
이른바 좋은 물건 싸게 사기 쟁탈전이 벌어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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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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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의 사람들은 이미 벼룩 장터 장소에 도착해 서로 눈치 게임을 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 돗자리를 빨리 펴나 내기라도 하듯 재빠르게 목 좋은 장소에 팔 물건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자리 잡아 돗자리를 깔려는 찰나 저 멀리서 관계자가 목청을 높인다.
“아직 돗자리 깔면 안 됩니다! "
"자리 펴지 마세요. 물건 파시면 안 돼요.”
“선착순 표 받아 가세요. 자리는 9시 20분부터 펼 수 있고 정식 판매는 10시입니다.”
“판매 최대 금액은 이천 원입니다.”
행사관계자는 사람들이 자리를 치울 때까지 반복적으로 소리쳤고, 급기야 자리를 미리 펴고 물건을 진열해 놓고 자리를 비운 곳에 박스를 덮어 가려놓기도 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하며 본부석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먼저 온 참가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러면 일찍 온 보람이 없는데.”
“개장 시간까지 한참 남았는데 서서 뭐 하라고.”
관계자는 “일찍 와서 물건을 미리 다 팔고 가면 늦게 온 사람의 선택권이 줄어든다. 동시에 물건 꺼내놓고 사고팔고 해야 공평하다” 며 참가자들을 타이르듯 말했다. 행사관계자들의 말에 참가자들은 투덜거리며 주차장에 이리저리 흩어져 서 있었다. 곧 본부석에서 확성기로 선착순 표를 받아 가라는 말에 함께 온 지인과 기자는 본부석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 1위 탈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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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다 되어가자 장터 대부분의 자리가 채워졌다.
팔 물건들을 빠른 속도로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는 차, 이미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장터 내 물건 스캔을 끝낸 손님들은 정식 개장 전 찜해뒀던 물건을 선점키 위한 007작전을 시작한다. 마치 암호를 전달하듯 조용히 물건 이름을 말하며 짐 가방 뒤에 넣어달라는 부탁이나 “찜(당근앱에서 물건을 즐겨찾기 할 때 쓰는 용어) 할게요”라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다른 사람한테 팔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 저기 부스인데 이거 팔지 마세요. 금방 찾으러 올게요.”
그렇게 판매 시작 1분을 넘기지 않고 정신없는 마수걸이가 얼렁뚱땅 끝이 났다.
쓰지 않는 물건 팔아 좋고, 좋은 물건 싸니 기분 좋고~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서로 윈윈 즐거운 장터 분위기 코로나19 이후 문을 닫았던 구미시 새마을알뜰벼룩장터는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12일 올해 마지막 벼룩장터로 마무리됐다. 장터는 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새마을부녀회가 위탁 사업으로 2007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이전 참가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문자를 보내 참여를 유도해서인지 대부분 2회 이상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장터에 4회 이상 참여한 시민 A씨는 “다른 사람들의 취향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추억의 물건들이 보이면 옛날 생각도 나고 한편, 동질감도 느껴진다. 쓰지 않아 방치되던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고 가치 있다고 여겨지니 기분이 좋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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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가 넘었다. 이미 물건을 충분히 구매한 손님들은 장터 내 마련된 간이음식 부스에서 솜사탕, 음료, 호떡 등 음식을 사 먹거나 직접 싸 온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한다. 이어 성악 공연과 한국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이미 장바구니에 양손 가득 물건을 담아 성공적인 쇼핑을 마치고 즐겁게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도 눈에 띈다.
운영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12시 넘어가자 한산한 분위기
뒤늦게 와서 자리 잡고 장사하는 참가자도 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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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두 딸과 함께 참여한 송정동에 사는 시민 B씨는 “아이들에게 경제 관념을 가르치고 물건을 나눠 쓰는 습관을 기르며 물건을 직접 판매해 자신감도 기를 수 있게 되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참가자 C씨는 평소에는 카드나 휴대폰 간편결제를 하니 실물 돈을 쓸 일이 거의 없어 돈을 물 쓰듯 쓰는 경향이 있었는데 현금으로 직접 거래를 하니 천 원짜리 한 장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천원으로 붕어빵 2개밖에 못 사 먹는다. 그런데 여기서 비싼 브랜드 옷을 단돈 천 원에 사니 기분이 좋다” 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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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내의 흥겨운 분위기는 비단 물건을 싸게 사고팔고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손녀의 손을 잡고 장터를 찾아와 손녀에게 예쁜 스티커를 선물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따스한 가을볕 아래 해사한 손님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오랫동안 코로나19로 움츠려 있던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찾은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펫티켓을 준수하며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사장에 흡수된 반려동물 손님들이었다. 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던 반려동물용품들도 많이 보여 코로나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화장실 이용 등 시민의식 필요
정신없는 판매가 끝나고 나니 온 몸에 땀이 났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난 자리를 말끔히 정리한 후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시청에서 개방해둔 화장실을 찾았다. 그러나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놀랐다. 수많은 방문객 덕분인지 쓰레기통이 이미 쓰레기 더미들로 초토화 상태가 되어 있었던 것. 차마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근처 식당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1시가 되기 몇 분 전에 벌써 자리가 대부분 정리됐고 판매자들 모두 자리를 깨끗이 정리한 후 자리를 비웠다.
장터 개장 시간 3시간 경과. 사람보다 물건이 더 많았던 장터는 처음처럼 원래의 말끔한 주차장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올해 장터는 11월 개장이 마지막. 다음 새마을 장터는 내년 3월에 다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