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이일배의 살며 생각하며(6)]영혼 없는 문자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12월 10일
↑↑ 이일배 수필가(전 인동고 교장)
ⓒ 경북문화신문
우리는 일상 속에서 주변 사람들과 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산다. 바로 말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특히 요즈음같이 에스앤에스가 발달한 시대에는 시간과 거리에 상관없이 여러 사람과 많은 말을 주고받는데, 그때의 말은 주로 문자가 많이 이용된다. 글말인 문자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정감 있는 그림 속에 넣어 그 말을 더욱 정답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한 사람이 아름다운 그림 속에 받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도 할 아주 감성적이거나 희망적인 문자를 넣어 보내면, 그 문자를 받는 사람은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전파하기도 한다. 전파자는 누구의 마음을 보내는 걸까. 자신의 마음일까, 원작자의 마음일까? 그렇게 받는 문자들에서도 보내는 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읽어야 할까?

오래전 학교 동기 한 친구는 나날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에 예쁜 그림 속에 좋은 말들이 적힌 메시지를 보내온다. 아름다운 꽃 그림 속에 “오늘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항상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그리 깍듯하지 않아도 무방한 사이이거늘 그리도 정중한 기원을 보낼까. 

어느 날은 어여쁜 여인이 장구를 연주하고 있는 그림 속에 “소중한 사람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어요. / 처음처럼 변함없는 마음 보석처럼 빛나는 사람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라 한다. 마치 연인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 같다.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있는 커피잔 그림 위에 “한 잔의 커피에 행복 가득 담았습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하세요.”라 했다. 고마운 말이지만, 왠지 말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그런 말들을 받고만 있기가 멋쩍어서 한번 내 문자를 적어 보냈다. “잘 계시는지? / 나를 위해 하루도 안 빠지고 이렇게 좋은 말과 함께 기도를 다 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네~!! ㅎㅎㅎ / 좋은 일 많으시게~!!”. ‘ㅎㅎㅎ’를 붙인 까닭을 알까?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챌까. 좋은 말에 대한 기쁨의 웃음일 수도 있지만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는 문자들에서 오는 빈 웃음일 수도 있다. 보내오는 말들이 좋은 말이긴 하지만 친구의 마음들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한테 받은 걸 그대로 나한테 무심히 전달한 것이라면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
 
고교생 시절 문우로 친하게 지냈던 어느 여류 문인의 글을 50여 년 만에 어느 문학지에서 놀라움으로 대했다. 반갑고 그리운 마음에 프로필 끝에 적힌 이메일 주소를 보고 당장 편지를 보내 어렵게 연락되었다. 서로 반가운 마음으로 흘러간 옛일을 회억하면서 그간의 안부를 나누었는데, 일찍이 미국에 이민해서, 거기 한인 사회에서 문학 활동을 하다가 노경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와 살고 있다 했다.

사는 곳이 다르고 멀어 만날 수는 없지만 자주 연락은 하고 살자며 주로 에스엔에스로 소식과 마음을 주고받고 있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어 가던 어느 날, 활짝 핀 해바라기 그림과 함께 “늘 생각나는 사람 /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진심일 수도 있고, 남의 마음을 빌린 것일 수도 있다 싶어 “정말~ㅎ?!” 이라고 한마디 답장을 했더니.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릇 말이란, 무슨 말이든 그에 걸맞은 의미와 함께 말하는 이의 영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의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혼이 없는 말은 한갓 소음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언어가 진정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영혼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에스엔에스에 떠도는 문자들을 보면 단순한 말장난이거나, 안 해도 좋을 말이거나, 남에게 받은 것을 다른 이에게 무의미하게 전달,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일들이야말로 공해요, 전파 낭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거기에 무슨 영혼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런 매체들을 통하여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것은 또 어찌 보아야 하는가. 그런 것에 어찌 영혼이 있다 할 것이며, 있다고 한다면 아주 사악한 영혼일 것이다.
 
하기야 영혼 없는 말로는 어찌 에스엔에스 문자뿐이랴. 일상 언어에선들 영혼 없는 말이 없을까. 특히 정치인들의 험한 말들을 보라. 그들의 말에 어찌 영혼이 있다 할 것이며, 있다면 가짜뉴스에서보다 더 사악하고 추악한 영혼이 깃들어 있을 뿐이지 않을까.
 
나를 돌아볼 차례다. 나는 그 누구에게 영혼 없는 문자를 보낸 적은 없는가. 소음에 지나지 않는 말을 한 적은 없는가. 영혼 없는 말이 필요치 않은 삶이 되고 영혼 없는 말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된다면, 한층 더 따뜻한 삶이 되고, 믿음직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상상과 기대에 젖어 본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12월 10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6.3 지방선거 구미시장·도의원·시의원 선거구별 후보자 득표순위..
6.3 구미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 53.74%...지난 지선 대비 10.94%p 상승..
김장호 구미시장 당선 ˝시민 모두의 승리˝..
`경북 K-푸드, 세계를 맛들이다` 2026 경북농식품대전 4일 개막..
구미시, 투표소 100곳 최종 점검...3일 오전 6시부터 투표 시작..
구미로컬푸드직매장, 개장 3주년 풍성한 감사·할인행사 열려..
국립금오공대 갤러리, 변금조 작가 초대전..
구미 해평면 낙산리 고분군 야행, 19~21일까지 열려..
안재민 상주시장 당선...‘사람이 모이고, 경제가 살아나는 상주’..
김택동 동구미농협 조합장 `새로운 농협 조합장상` 수상..
최신댓글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103동이 아니고 104동 입니다.
낙동강 취수원 문제로 어설프게 덤볐다가 명분도 실리도 놓치고, 어설프게 정치꾼 행세하다가 되지도 않는 안전문제를 핑계로 이승환 공연 취소해서 전국민 비웃음꺼리 만들고 진짜 안전 위험 인물 전한길은 집회 허가하고 제대로 된 기획력 없이 매번 어설픈 낭만 타령 문화행사만 일삼는 현 시장 못마땅해 민주당 찍으려고 해도 시장 재직 기간 아무런 행정력도 발견하지 못한 장세용씨를 다시 내세우다니... 구미에 그리도 인물이 없는가?
구미대 항공헬기정비학부 전체 학생들의 단합된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아요. 요즘은 개인적인 성향들이 많다보니 함께하는 모습 넘 보기 좋고 흐믓합니다.
민원인들 중에서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누구는 유료로 이용하고 누구는 무료로 주차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형편성에 문제가 생기기에 저렇게 현수막을 걸어 놓은 듯. 관리자의 입장과 이용자의 입장 둘다 본다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이해 하려는 마음이 문제라고 느껴짐.
역시 정론직필!!
예방법없음
따뜻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볼수 있지만 관심을 주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후원해 주신 에스엠디에스피 대표님과 선행을 알려주시는 경북문화신문과 김예은 학생 기자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단체장이 불법?
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오피니언
"신분증 준비해 주세요~.""마스크 좀 내려 .. 
새옹지마(塞翁之馬) : 변방의 늙은이의 말.塞.. 
쇼펜하우어는 지식을 체화시키는 것에 대해 이런.. 
"호국영웅들이 지켜낸 대한민국, 우리가 이어가.. 
여론의 광장
경북도, ‘APEC 2025 열차’ 대구와 함께 달린다..  
˝구미 전통시장에서 장보고 14만원 환급받으세요˝..  
구미도시공사, 체육본부장 공개모집..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