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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배의 살며생각하며(7)]세월의 얼굴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1월 07일
↑↑ 이일배 수필가(금오산수필문학회 자문위원)
ⓒ 경북문화신문
한 달여 만에 이 선생을 다시 만났다. 전에 만났을 때 느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다시 만나 한번 풀어보자 했다. 이 선생도 나도 반갑게 달려와서 만났다. 술잔을 부딪치고 기울이며 우리가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주로 ‘세월’이었다.

전번에는 다섯이서 만났다. 어느 날 문득 이 선생의 전화가 왔다. 웬일이야! 서로 놀랐다. 이십여 년 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보고 싶다 했다. 모두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다 했다. 그래, 만나자, 만나 보자.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자 했다.

사십 년이 다 되어간다. 그때 우리는 모두 한 직장에서 생활하는 젊은 직장인들이었다. 할 일에 쫓겨 힘들었지만, 퇴근길에 이따금 삼삼오오 모여 잔을 함께 기울이면서 업무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정을 나누어 갔다.
 
몇 해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근무지를 바꾸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헤어져도 마음은 나누고 살자며 일곱이서 모임을 만들었다. 이름을 ‘화연회(花緣會)’라 했다. 직장 이름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화(花)’를 넣었지만, 이름처럼 꽃같이 아름다운 인연으로 살자 했다. 철 따라 그 철의 꽃이 필 무렵이면 만나 지난날을 돌이키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바뀐 직장 사정들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그 세월 다시 몇 년이 흐르는 사이에 근무지가 계속 바뀌어 갔고, 직장이며 모든 환경이 지난날 같지 않게 되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모임을 한두 번 빼먹게 되다가 마침내는 적조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못 만난 지도 어느덧 이삼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버렸다. 삼사십의 중년들이 이제 칠팔십의 노년들이 된 것이다. 흘러간 세월이 끔찍했다.
 
가끔, 어떻게들 살고 있을까, 살아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으로만 지내던 어느 날 불현듯 이 선생의 전화가 온 것이다. 모임의 총무를 하던 사람이다. 연배는 좀 낮지만 일에 재바르고 아래위를 잘 알기도 했던 그였다. 몇 년 전에 정년퇴직하여 고적히 지내다 보니 지난 시절이 돌아보면서 그 시절의 사람들이 그립더라 했다. 그 젊은 이 선생도 퇴직했구나! 모두 한번 만나보자 했다.
 
이 선생과 통화한 두어 주일 후, 만났다. 일곱 중에 다섯이 모였다. 두 사람은 끝내 연락이 안 되더라 했다. 이게 얼마 만입니까? 참 반갑습니다. 그동안 그래, 어떻게 지내왔습니까? 그야말로 모두 무량한 감개에 젖었다. 퇴직한 지 십 년이 되어가거나 십수 년이 지난 사람도 있었다. 세월은 저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이 두지 않더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는 못 보던 얼굴 주름 물론이지만, 한두 가지 병들은 다 지니고 있다 했다.

김 선생은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걸을 수 없어 출입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세상일에 별 신경 안 쓰고 산다 했다. 카톡방이라도 만들어 소식은 나누고 살자 하니 그런 것도 할 줄 모른다며 구식 전화기를 보였다. 연배가 가장 높은 이 선생은 한창 시절 술도 잘 먹고 놀기도 잘했는데, 건강이 신통찮아 술 끊은 지가 십여 년은 되었다 했다. 술 안 먹으니 사람 만날 일도 줄어, 주로 집에 박혀 아들딸 손자들이며 지인들과 SNS 소통이나 하며 지낸다 했다. 남 선생은 잠잠히 미소만 지을 뿐 별말이 없다. 한창때도 말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수년 전 사고를 당하여 머리 부분에 충격을 받은 후로는 말도 생각도 잘할 수 없노라 했다.
 
술잔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선생과 나뿐, 다른 이들은 사이다 한 모금씩으로 입을 축였다. 이 선생이 그중 제일 젊고 활발한 편이다. 퇴직 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조그만 밭을 가꾸면서, 어느 대학 학점 은행에 등록하여 불교 사상을 공부하고 있다 했다. 나는 한촌 궁벽한 산중 마을에서 책이나 읽고 간혹 글도 쓰며 살고 있노라 했다.
 
지난날 직장살이 때의 이러저러한 기억들이며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들을 한참 나누다가 ‘그래, 나중에 또 봅시다.’ 하며, 언제일지도 모르는 ‘나중’을 기약하고 일어섰다. 총무 이 선생이 잘 걷지도 못하는 김 선생을 부축하여 택시에 태워 보내고 네 사람은 지하철로 내려가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며칠 뒤 이 선생의 전화가 왔다. “그때 우리 만남이 어땠습니까?” “반가웠지, 그런데 뭔가 좀 서글펐다 할까…….” “그렇지요? 저도 반가우면서도 좀 우울했습니다. 세월 끝에는 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건지……. 형님하고 둘이 다시 한번 회포를 풉시다.” “그러세~!”

둘이 만났다. “그래도 형님과 만나니 마음이 좀 편합니다. 다른 형님들은 만나자는 게 오히려 불편을 끼치는 일 같데요.” “그게 ‘세월의 얼굴’ 아니겠나.” “세월의 얼굴~!” “우리 얼굴도 가꾸기에 달렸듯이 세월의 얼굴도 가꾸기 나름이겠지.” “건강해야겠네요. 몸도 마음도~!” 호기롭게 잔을 부딪치다가 또 연락하자며 지하철로 내려가 손을 흔들었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까지도 열심히 노래하던 어느 노가수는 공연을 즐겁게 하고 온 이튿날 아침에 쓰러져 편안한 모습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세상은 그를 두고 ‘영원한 디바’라 했다. 그 세월의 얼굴은 참 아름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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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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