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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오산 성안계곡숲길(상류)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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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오산 성안계곡숲길(하류)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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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절기는 무더위의 한가운데로 접어들었다. 초복을 하루 앞두고 기자는 시원한 숲길을 찾기로 했다. 바로 금오산 성안계곡숲길이다.
구미의 상징이자 삼족오(三足烏)의 영험한 기운을 품은 금오산(金烏山). 이곳은 영남의 명산이지만, 가파른 바위산의 위용 탓에 초심자들에게는 선뜻 들어서기 어려운 산이기도 하다. 이에 특히, 여름철에 뜨거운 햇볕을 피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금오산의 성안마을(A코스)과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길(B코스)을 안내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기획 산책의 목표이다.
아침 9시, 첫 케이블카로 여는 초록빛 서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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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오산 케이블카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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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딱고개에서의 성안 갈림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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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40분경 제1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9시 정각에 금오산의 아침을 깨우는 첫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울창한 녹음이 눈을 시원하게 적신다. 케이블카 덕분에 고도를 단숨에 높여 해운사 인근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금오산의 악명 높은 코스인 ‘할딱고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숨이 턱에 닿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아침의 선선한 공기 덕분에 한결 수월하다. 할딱고개 계단의 정상 못 미쳐서 ‘성안’으로 우회전하라는 이정표를 따라 대혜폭포 뒤편으로 오르면 성안계곡숲길로 이어진다.
물소리와 녹색 터널의 성안계곡숲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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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안계곡숲길의 꿩의 다리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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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폭포 뒤의 작은 인공댐을 아래로 내려다 보며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청량한 물소리가 귓가를 사로잡는다. 또한 울창한 천연 숲은 햇볕이 직접 내리쬐지 않게 차광막을 형성함으로써 마치 녹색 터널 속을 걷는 느낌을 준다. 계곡물이 만드는 ‘이끼폭포’도 있고, 좁고 길게 흐르는 이름 모를 폭포도 눈길을 끈다. 또한 습도를 머금은 숲길 주변에는 이제 피기 시작하는 여러 색깔의 산수국과 하얀 솜털이나 눈꽃 같은 신비로운 모양의 꿩의다리꽃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역사의 흔적이 머문 성안 마을터—천연 숲 피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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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안마을 쉼터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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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가 약해지면서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을 따라 한참 오르다 보니, 다시 물소리가 커지면서 넓은 분지가 나타난다. 과거 금오산성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하여 이름 붙여진 ‘성안’이다. 이곳은 옛날 주민들이 살았던 마을터로, 지금은 무성한 나무와 쑥 등의 풀숲 사이로 남아있는 연못들이 고요를 벗하고 있었다. 마을 유래와 관찰할 수 있는 생물 등을 알려주는 안내판과 돌로 만든 식탁 등이 마련되어 있는 쉼터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이곳에 삶의 터전을 일구었던 옛 선조들의 숨결을 잠시 상상해본다.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성안은 금오산이 숨겨둔 가장 평화로운 공간이다. 800미터 고지여서 기온이 제법 낮은 연유이겠지만, 여기에 들어서니 공기가 한결 시원하게 느껴진다. 몸에 밴 땀도 어느새 식어 버린다. 성안마을터는 찾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천연 숲 피서지'이자 비밀 정원 같은 곳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피서를 위한 A코스의 산행이라면 여기서 충분히 쉬고, 내려가는 길에 계곡의 물가 그늘에서 다시 시원함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기자는 이 시기(7월 중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금오산 정상부의 솔나리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정상 조망을 위해 B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의 고귀한 보석, 분홍빛 ‘솔나리’를 카메라에 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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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에서 바라본 낙동강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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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을 지나 드디어 금오산 정상(현월봉, 976m)에 올랐다. 사방으로 막힘없이 펼쳐진 풍경이 가슴을 뻥 뚫어준다. 북부지방에 비가 내린 후라서 멀리서 길게 보이는 낙동강은 황톳물이다. 정상 바위 곁에는 노란 큰뱀무꽃과 바위채송화, 약사암 주변에는 산수국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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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의 솔나리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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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 여러 곳을 살피던 중, 마침내 정상석 바로 아래와 헬기장 주변에서 이번 취재의 주인공인 ‘솔나리’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잎이 솔잎처럼 가늘어 솔나리라 불린다. 푸른 잎과 살짝 뒤집어진 연분홍빛 꽃잎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참 귀한 ‘고산 미인’이라 할 것이다. 기온이 낮은 고산지대를 선호하는 이 꽃은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이동할 수 있는 더 높은 고지대가 고갈되므로, 장기적으로는 온난화에 취약한 상황이다. 전에는 약사암 주변에도 보았다는 보고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발견되지 않아 서운했다. 그래서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는 이 꽃을 희귀식물 '취약종'으로 분류하여 집중 보전·관리하고 있다. 멀리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까이로는 금오산 정상의 솔나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한 탄소제로의 실천은 절실하다는 것이 숲해설가의 한 사람으로서 기자의 실감이다.
자연이 준 선물을 안고, 다시 케이블카로 안전한 하산
정상에서의 벅찬 감동을 뒤로하고, 올라온 길을 역으로 되짚어 원점회귀 하산을 시작했다. 성안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다시 한번 동무 삼아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한결 가볍다. 오후의 열기가 번지기 전, 다시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안하게 내려오며 내려다본 금오산은 여전히 푸르고 웅장했다.
험준함 속에 이토록 다정하고 아름다운 생태계를 숨겨두고 있었던 금오산. 이번 주말, 거친 산행이 두려워 망설이고 있다면 케이블카와 성안계곡숲길을 활용한 '쉬운 코스'로 여름 금오산의 숨은 비경과 솔나리의 분홍빛 미소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