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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미다온숲에 설치된 조각 작품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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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가 지난달 6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최한 ‘다온숲 조각축제’가 몇 점 되지 않는 작품과 부실한 콘텐츠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역 예술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결과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본지의 보도(‘6억 들인 구미 다온숲 수국&조각축제, 볼거리는 어디에?’/7월 22일자)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번 축제는 6억 원에 달하는 예산으로 사실상 유명 작가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 1점을 구입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조각축제의 총예산 5억 9,000만 원 가운데 5억 원이 해링턴 작품의 구입 및 설치비로 집행됐고, 나머지 9,000만 원이 행사 진행비로 쓰였다. 무엇보다 외국 작가의 작품 1점에 거액의 매입비가 투입된 반면, 함께 전시된 지역 작가 5명의 작품은 20일간 단기 임대하는 조건으로 1점당 200만 원 지급에 그쳐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심지어 이 임대료조차 축제 예산이 아닌 구미문화재단 예산에서 지출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지역 조각가들은 이번 축제 추진 과정에서 행정 당국이 전문가 및 지역 예술인들과 사전 협의나 공론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모성·일회성 이벤트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벗어나 지역 작가와의 진정한 협업과 실효성 있는 중장기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역의 조각가 A씨는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각공원이나 미술관 같은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면서도, “축제 당시 간담회 자리가 마련되었으나 시 행정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리 스티븐 해링턴과 함께하는 조각축제라지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을 불러놓고 ‘외국 작가에게만 질문하라’는 식으로 발언을 제한해 할 말이 쑥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조각공원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하려고 단단히 준비했는데, 정작 작가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조차 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지역 작가들 사이에서는 행정이 해외 유명 작가와 지역 작가 간의 대우를 차별하면서 지역 작가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작가 B씨는 “조각공원을 조성하겠다면서 외국 작가 작품에는 수억 원의 매입비를 쓰고, 정작 지역 작가 작품은 임대에 그치는 것은 지역 작가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세계적인 조각공원을 만들려면 예술적 교류와 함께 지역 작가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미시는 당초 외국 작가와 국내 작가가 함께 산업단지 내 유휴 공간에서 작품을 공개 제작하고, 완성된 작품은 축제 기간 다온숲에 설치해 영구 전시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하지만 해외 작가와의 개런티 격차와 복잡한 국제 계약 시스템 등은 지역 단위 프로젝트가 넘기 어려운 현실적 장벽이었다.
구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조각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당초 생각했던 대로 해외 유명 작가와의 교류·협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 추진에 있어 충분한 기간과 구체적인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며 “조각공원 조성 여부에 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역 예술계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 올림픽조각공원 조성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을 정례화(매년 또는 격년제)하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올림픽조각공원 심포지엄 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조각가 A씨는 간담회에서 못다 한 제안을 이같이 설명했다. “올림픽조각공원의 조성 사례를 벤치마킹해 외국 작가를 초청한 뒤 체류 기간 동안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하게 하고, 최소한의 인건비와 체류비로 작품을 매입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우수한 조각 작품 수를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작가와 지역 작가가 함께 참여하고 교류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나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 등을 통해 공간을 채우고, 이를 시민 참여형 축제로 이어간다면 자연스럽게 작품 수도 늘고 세계적인 조각공원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인프라 구축과 소통의 장을 거듭 주문했다.
이어 “혼자 잘나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은 없다. 행정이 판을 깔아주고 교류의 장을 열어줘야 도시의 안목이 넓어지고 명품 도시가 될 수 있다”며 “일방적인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예술계와 머리를 맞대는 진정한 소통과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초 계획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축제를 진행했다면 지역 작가와의 협업, 시민 참여, 작품 수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는 게 지역 예술계의 공통된 아쉬움이다. 예산을 다시 편성하더라도 이번처럼 특정 작가에게 예산이 쏠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예술계와의 지속적인 협업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