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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서지 도로변 입구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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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절기는 백로를 지나 추분을 향해 가고 있다. 살랑이는 바람 끝에 초가을의 기운이 살갗에 와 닿는다. 가을맞이 발걸음이 가벼울 때다. 기자는 해거름에 인동의 수변 생태공원인 학서지 둘레길을 걷고, 저녁에 인근 강동문화복지회관에서 열리는 시낭송 콘서트에 참가하기로 했다.
해거름 학서지생태공원 둘레길을 걷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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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은한 향내의 꽃댕강나무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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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가꿔진 도로변 수변둘레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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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기자는 강동문화복지회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도로변으로 내려와 건너편 학서지 입구로 들어섰다. 동쪽 ‘학서교’ 초입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저수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도로변 수변 둘레길에 들어서는데 은은한 향기가 발걸음을 당겼다. 꽃댕강나무의 꽃이었다. 7월말에 왔을 때도 꽃은 있었지만, 향기는 느끼지 못했다. 이 꽃은 여름에서 가을까지 피는데 실제로 가을에 접어들면서 큰 일교차로 당도와 향을 만드는 대사 활동이 활발해져 달콤한 향이 한층 은은하고 깊어진다고 한다. 초가을 으스름 이 공원의 대표적인 향내다.
단정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학서정’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은 잘 가꿔진 강변의 고수부지 같은 느낌을 풍긴다. 나무와 꽃밭, 혹은 휴식 공간을 잘 배치해 둔 수변 둘레길을 주민들은 반려견과 다정하게 걷기도 하고, 가볍게 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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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장쉼터에서 바라본 강동문화복지회관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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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가까운 전망대에 오르니 구름 아래로 그리 크지 않은 저수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출렁출렁 일렁이는 물결이 제방에 닿는 소리가 조심스레 으스름의 고요를 깨뜨리고 있었다. 광장쉼터에서는 강동문화복지회관과 천생산 미덕바위가 반대 방향으로 보인다. 발걸음은 생태습지를 지나 화석쉼터, 그리고 약간의 책이 비치된 숲속쉼터로 이어진다. 학서교 산쪽 끝에 이 저수지의 물이 흘러 나가는 수문이 있다. 이 물이 이계천으로 흘러 낙동강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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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시, ‘막춤’ 낭송(이권주 부회장)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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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9월에 흐르는 삶과 시’ 낭송에 젖어들다학서지 걷기를 마치고 기자는 다시 강동문화복지회관으로 올라왔다. 저녁 7시부터 구미낭송가협회에서 개최하는 제14회 시낭송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전체 프로그램 중 ‘청춘별난곡’의 무대에서 낭송된, 박우현 시인의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라는 시가 공감으로 다가온다. 이 시 중에서 “죽음 앞에서/모든 그때는 절정이다/모든 나이는 꽃이다/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콘서트 전체를 꿸 수도 있는 내용의 이 시와 관련하여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편의 시가 있었다. 정현종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작품이다.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
콘서트는 이영훈 작사·곡 ‘가을이 오면’이라는 노래로 시작되었다. 보컬 가수가 부르는 톡톡 튀는 청량한 음률이 가을바람처럼 다가왔다. ‘마음을 물들이는 가을 시’로는 유안진의 ‘가을마중’ 이라는 작품 중에서 ‘코스모스 사잇길로’ ‘갓마흔 누님 같은 초가을’이 오고 있다는 구절에 마음이 멈추었다. ‘한 생애를 살다보니’라는 꼭지에서 낭송된 자화상 4편도 인생의 가을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편들이다. 그중 김용택 시인의 ‘자화상’은 ‘꽃 피고 지는 것도 보며’ ‘천천히 가기로’ 했다고 하여, 산책자의 삶을 잘 드러내 주었다.
아버지 시, ‘막춤’ 낭송(이권주 부회장)
저항 시인 윤동주의 삶을 재조명하는 순서에 이어, 끝으로 시극 ‘그날이 오면’이 공연되었다. 이 순서는 구미낭송가협회 부회장(이권주) 아버지의 삶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9순에 이른 아버지(이은택)는 젊을 때 가정 돌보기를 등한히 했으나 이제 마음을 고쳐, 특히 ‘궂은 일 힘든 삶 심덕으로 참아낸’ 아내를 향한 애틋한 정을 시로 담아냈다. 아들이 직접 낭송한 ‘막춤’이라는 시에서는 이런 다짐을 노래했다. “어느 햇빛 쏟아지는 봄날/웃을 수 있는 그날이 오면/내 꼭 당신 등에 업고 손발 흔들며/막춤 한 번 출 생각이오.// 잘 살았노라고.//
힘들었던 시절도 되돌아보아 보듬으니 ‘그때’가 아름다운 것이었고, 그래서 이제 노년은 노년대로 아름다운 것이니 전체적으로 잘 산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일 터이다. 그러기에 ‘인생아 고마웠다’ 라는 보컬 가수의 피날레 노래는 이 아버지의 삶뿐만 아니라 그 앞 꼭지의 자화상으로 되돌아 본 삶과 청춘의 삶, 그리고 윤동주의 삶 모두를 함께 엮어 끝맺음을 산뜻하고 여운 있게 장식해 주었다. 왜냐하면, 모든 삶의 ‘그때’는 아름다움이고,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이기에.
회관을 나오면서 기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동의 학서지와 강동문화복지회관은 수변 생태 산책과 문화 감상의 좋은 짝꿍의 만남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