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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밤섬의 석양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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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옛날엔 "지방 촌사람이 서울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서울 시내 갑시다!' 하면 영락없는 촌사람 티 내는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했었다. 서울의 번화가라면 강남, 광화문, 잠실, 사당, 신도림, 신촌 등 웬만한 도시의 중심가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넘치는 곳이 여럿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거대한 서울도 정말 '서울 시내'라고 타이틀을 갖다 붙일 정도의 장소를 꼽자면 전통의 중심지 '강북의 광화문 일대'와 '강남의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서울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가 한강이다.
서울에 와서 한강을 직접 보기도 전에 티비 뉴스, 드라마에서 수시로 봐왔고, 영화에서도 한강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리고 훗날 실제로 서울에서 일하면서 매일 한강을 건넜는데도 한강을 제대로 만나지는 못했다. 수없이 건넜지만 한 번도 건너보지 못한 강, 한강은 내게 '이미 알고 있는 미지의 강'이었다.
광화문 앞 외교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수원 영통에서 출발하여 경희대 앞 광역 'M버스'를 타고 용인, 분당, 판교, 양재를 지나 한남대교를 건넌 후 남산터널을 통과해 서울시청 앞 을지로입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광화문 앞 정부청사까지 십여 분 걸어가면 2시간의 출근길이 완성된다. 그렇게 매일 한남대교를 오갔지만, 정작 한강을 바라볼 여유는 없었다. 뉴스나 드라마 그리고 영화에서 그토록 자주 보아왔던 한강은, 출퇴근 발길에 배경처럼 지나가는 역할로만 다가올 뿐, 그 존재감을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는 없었다.
- 운현궁과 종묘 가보기
- 걸어서 한강 건너고 여의도 가보기
- 걸어서 남대문 가보기
내겐 돈 들이지 않고 해 볼 수 있는 작은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운현궁과 종묘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늘 '경복궁'에 밀려 쉽게 가보지 못했다. 또, 나는 퇴근길 'M5107' 버스가 서울시청을 돌아 만나게 되는 숭례문을 보고 '앗, 남대문이다'하며 사진을 찍었었다. 그런데 이걸 전해 들은 동생이 '어휴, 남대문을 뭐 하러 찍어? 촌사람 티 나게' 하는 탓에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그 버킷리스트 중에서도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이 '한강 걸어서 건너기'였다. 어느 날 일을 마무리하고 광화문 정부청사를 나섰다. 함께 일하던 상무에게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려고 간다'고 하자 "한강 다리를 뭐 하러 걸어서 건너?"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촌사람에겐 서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의 감성이 있는 법이다. 서울의 상징이며 동시에 한국의 상징과도 같은 한강, 그 강을 온몸으로 느껴보려 가는 길이었다. 그냥 전철과 버스로 스치듯 지나가는 배경이 아닌, 내 발걸음과 함께 흘러갈 주인공 '한강'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역에서 남쪽 방화 방면으로 5호선 지하철을 타고 네 정거장 만에 '마포역'에 내렸다. 촌사람이라 그런지 '마포'하면 드라마 <야인시대>가 떠올랐다. 종로의 김두한, 동대문의 이정재, 명동의 이화룡, 마포의 용식 이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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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대교의 '밥은 먹었어?' 문구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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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깔린 거리 위를 지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넓은 마포대로를 지나는 수많은 차량들을 보며 조금 걷다 보니 마포대교를 알리는 표석이 나를 맞는다. 드디어 모두의 한강이지만, 서울 시민들에게는 물과 공기처럼 익숙했을 그 '한강'을 만나게 되었다. 대교 위를 쏜살같이 달리는 차들의 시끄러운 소음,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김씨가 표류한 '밤섬' 위로 뉘엿뉘엿 태양이 내려앉는 모습, 저 멀리 건너편에 치솟은 여의도의 빌딩들, 한때 한국의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63빌딩'.
그런데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자 낯설지만 눈에 익은 글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밥은 먹었어?
- 잘 지내지?
- 오늘 하루 어땠어?
- 많이 힘들었구나
한강의 정취를 맛보려 도보 건너기를 하는 내 앞에는, 좌절과 절망을 안고 이곳을 찾았을 사람들에게 건네는 문구들이 이어졌다. 이 글귀가 얼마나 절망으로 한강을 찾은 이들의 마음을 토닥였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편에도 무언가 막막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밥은 먹었어?......
한강은 꽤 넓었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어가며 건너다보니 여의도에 다다를 때까지 삼십여 분이 걸렸다. 건너는 동안 다리 위에서는 강아지를 앞세우고 다리를 건너는 주민을 만났다. 다리 아래 강에는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는 수상스키가 지나갔고, 저 건너 국회의사당의 둥그런 돔 지붕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소망 목록(버킷리스트)'이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였던 한 가지를 해냈다. 목록에 적어 두고 그걸 이루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삼십여 분이 고작이었다.
누군가 "한강을 뭐 하러 걸어서 건너?" 하는 말로 시작된 작은 여행이 여의도 밤섬 너머 태양과 함께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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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장우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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