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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묘 정전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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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딜 향해 볼까?' 일과를 마친 광화문 정부청사를 나서며 발걸음을 고민해 본다. 조선시대의 중심지였던 광화문 일대는, 지방 출신에게는 특히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동쪽으로 길을 걸었다. 안국역을 지나 2km쯤 가면 창경궁과 종묘가 남북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에 가 보기로 했다.
『종묘는 조선 시대 역대 왕과 왕후의 신위(神位)를 모시고 제향(祭享)을 올리는 유교적 전통 신전(神殿)으로 1395년(조선 태조 4년)에 지어졌으며, 그 후 매년 이곳에서 종묘 제례(祭禮)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 종묘 세계유산 표석에서』
관람객들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봤다. 경복궁에 비해 '건물이 높거나 화려하지 않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을 받고 다시 조선을 지나 대한민국으로 나오려던 찰나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해설해 드릴까요? 원래는 두 분 이상일 때 해설해 드리는데, 원하시면 마지막 회차로 해설해 드리려고요"
사십대로 보이는 여성 해설사가 막 조선시대를 빠져나오려는 나를 다시 과거의 조선에 머물게 만들었다.
"종묘의 정문은 다른 궁궐과는 달리 소박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졌어요 …… 이 가운데 길은 조상의 혼령이 다니는 신로예요. 그 옆에 길은 조상을 모시는 왕이 지나는 길이고요. 그런데 관람객이 마구 밟고 다녀서 ……"
조선시대의 건물과 푸른 수목들로만 보이던 것들이 해설사의 음성에 맞춰 역사가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그냥 스쳐 지나쳤던 부속 건물과 작은 방에도 그곳에서 일했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바쁘고 고단했을 삶이 되살아나는 듯 느껴졌다. 조선을 소개하던 해설사는 갑자기
"종묘에서 경복궁과 다른 점이 뭔지 느껴지세요? 한 번 사방을 둘러보세요"
"종묘 경내에서는 숲으로 둘러싸여서 외부의 것이 보이지 않아요."
아! 정말 그랬다. 경복궁에서는 정부청사나 각종 현대 고층 건물들이 훤히 보여서 조선과 대한민국이 공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하지만 종묘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경복궁에서는 어렵지 않게 보이던 외부의 건물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시야에는 종묘의 건물과 숲만 들어왔다. 해설과 함께 한 바퀴를 더 돌아본 후, 두 시간 남짓 머물렀던 조선시대 종묘를 벗어나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종로 3가 앞길에는 버스며 승용차들과 사람들이 정신없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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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직단 대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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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어느 날이었다. '오늘은 또 어딜 향해 볼까?' 그날은 광화문 앞에서 동쪽 대신 서쪽으로 길을 걸었다. 광화문의 동남쪽에는 조선시대 궁궐과 종각, 을지로, 명동 등 지방 출신을 불러들이는 이름들이 있었다. 하지만 서쪽은 상대적으로 낯설었다. 무작정 서쪽으로 1km가량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사직단, 사직근린공원'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작은 공원인가 싶어 안으로 들어갔다.
『사직단은 조선 시대 토지의 신(神)인 사(社)와 곡식의 신(神)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전통 사회에서 사직은 종묘와 함께 국가의 근본을 상징했으며, 태조는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면서 1395년 경복궁 동쪽에 종묘를, 서쪽에는 사직단을 설치하였다. — 사직단 안내 표석에서』
'앗.....! 이것은!'
안내 표석의 글귀를 읽는 순간 감전이라도 된 듯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없이 들어왔던 말. "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시옵소서", "종묘사직을 어찌할꼬..." 이곳이 바로 하나의 말처럼 들어왔던 '종묘사직'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제대로 알자면 '종묘사직'이 아니라 '종묘와 사직'이었다. '조상을 모시는 종묘'와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직'이라니! 아... 내 국사 성적이 나쁘지 않았거늘...
사직단 공원은 소박했다. 종묘처럼 오래 머무를 것 없는 작은 공원이었다. 사직단은 본래 조선왕조의 중요한 성역이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주요 전각들이 철거되고 공원으로 바뀌면서 크게 훼손되었다. 하지만 내게 '사직단'이라는 이름이 준 충격은 결코 소박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늘 습관처럼 반복되는 평범한 오늘이 '이미 알고 있는 미지의 것'을 만난 특별한 날이 되었다. 멀리 신촌 방향의 지는 해를 바라보고는 발길을 돌려 퇴근길 인파에 묻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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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장우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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