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는 생활의 중심 과제가 되었다. 시원한 곳을 찾아 멀리 떠나는 경우가 아니라, 고환율, 고유가 시대에는 가까이에서 한나절 더위를 피하면서 휴식 겸 힐링을 하고 싶은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이에 기자는 시원한 도서관에서의 책 읽기, 곧 ‘북캉스’와 운동을 겸한 숲길 걷기를 연계하는 방식을 기획해 보았다. 바로 김천 혁신도시의 한국도로공사 본관 1층에 있는 ‘길벗열린도서관’과 그 뒷산인 ‘봉화산(봉화재)’ 숲길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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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화산 육각정에서 바라본 한국도로공사 본관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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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20분에 구미시내를 출발, 선기동 구미천변, 대성저수지, 수점동마을, 오봉저수지를 바라보며 차를 몰았다. 길가의 붉은색 배롱나무꽃과 여러 색깔을 띤 무궁화의 환영을 받는 등 시골길의 정취를 느끼며, 혁신도시 율곡동의 한국도로공사 방문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본관 1층 왼쪽 로비에 들어서니 ‘길벗열린도서관’이란 팻말과 함께 주제별 서가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북캉스’가 가능한 열린 공간은 책을 둘러싼 감각적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이들 취향에도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텍스트힙독자’라 하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교류를 위해서 젊은이들은 한정판을 사들이는 등 책이란 물건에 담긴 문화적 가치와 오프라인 경험에 열광하는 경향을 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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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로공사의 길벗열린도서관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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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서가에서 최재천의 『숙론』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막히면 쪼개라’는 소제목이 궁금하여 펼쳐보았더니, 토론이 지지부진하면 소모둠으로 나눠 토론 후 다시 ‘헤쳐모여’식 토론을하면 한결 활발해진다는 원리를 말해주었다. 마침 정부에서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에 맞추어 경상북도에서도 어떤 기관을 유치할 것인지를 협의하고 대처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그야말로 원만한 ‘숙론(熟論)’을 거쳐 적재적소의 합리적인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도서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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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화산(봉화재) 산책로 입구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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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프러스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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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무궁화 등 넓은 경내의 다양한 조경을 둘러보고 본관과 사택 사이의 도로에서 곧바로 봉화산(봉화재)으로 연결되는 나무 계단을 찾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산의 초입 부근은 ‘육각정’을 중앙에 두고 좌우로 암석원 A, B가 조성되어 있어 마치 산림공원처럼 단장되어 있다. 나무 계단 옆으로 싸리꽃과 비슷한 큰낭아초꽃이 빨갛게 점점이 도열해 있고, 암석원 B에서 본 청색 원뿔 모양의 ‘사이프러스’ 나무는 길벗도서관의 뒷면 벽화 이미지로 그려져 있었다. 화가 고흐가 그림의 소재로 삼기도 한 향나무속의 사이프러스는 상록수로서 ‘영원함과 불변성’, 끝이 뾰족하게 하늘을 향하는 수형은 ‘이상과 비전을 향한 도약’을 의미한다. 특히 도서관이나 학문 공간의 벽화로 활용될 때는 ‘학문적 깊이와 배움의 지조’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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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느리밥풀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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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나무에 핀 장미꽃(참나무장미혹벌레집[충영])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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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는 빨간 꽃 속에 두 개의 하얀 ‘밥풀’이 보이는 며느리밥풀꽃이 피기 시작했다. 또한 참나무에 참나무장미혹벌이 만든 백록색, 혹은 붉은색 꽃 모양의 벌레집(충영)을 가끔 보며 정상(340여 미터)까지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른 나무 계단이 더러 놓여 있어 노약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열치열의 용기를 내어 운동을 겸한 숲길 걷기를 희망하는 중년분들에게는 알맞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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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화산 정상의 현재 모습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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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로 땀을 식히며 약 한 시간을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것은, 정상에는 묘 1기만이 중앙을 차지하고, 봉화대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인근의 ‘연봉’ 마을에 사는 어르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어렸을 때 그곳에 봉화대 구덩이가 있었고, 거기서 삼월 삼짇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꽃놀이(화전놀이) 했다.”라는 말씀을 들은 터였기 때문에 더 마음이 허전했다. 반면에, 서울 동대문구 배봉산공원에 올랐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산에는 감시와 방어를 위한 망루 역할을 하던 ‘보루’가 있었던 곳으로, ‘보루 기저부’라 하여 땅속에 축대를 쌓은 흔적을 유리관으로 덮어 보전하고 있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이곳도 ‘봉화산(烽火山)’이라면, 고증을 통해서 봉화대 있던 자리에 구덩이나 작은 축대 모형이라도 세워서 역사의 현장을 전해주는 것이 문화시민의 긍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의 장소’는 공동체의 기억을 붙잡아 두는 매개로서 혁신도시의 미래 세대에게 뿌리를 건네는 교육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묘지 주변에 말없이 피어 있는 노란 금불초와 연분홍 패랭이꽃을 가만히 바라보며, 간식을 먹은 후 산을 내렸다.
다시 한국도로공사 본관으로 돌아와 시원하게 목을 축이기로 했다. 본관 1층과 2층에 각각 카페가 있어서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기자는 2층에서, 김천 시민과의 협력·상생의 일환으로 소중한 공간들을 내어주는 한국도로공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과일 음료수를 마시며 이날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적극적 의미의 피서는 오히려 약간 땀 흘릴 용기와 함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날의 봉화산(봉화재) 숲길 오르기가 그런 경우라 하겠다. 이에 비해 지난 번 구미의 대형독립서점 삼일문고에서의 독서와 인근의 송정철로변숲길 걷기는 평지에서 실행할 수 있는 피서 짝꿍이다. 그 여정을 참고하려면 본보 6월 29일자 인터넷신문의 ‘한나절 산책 17’을 찾아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