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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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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참, 버섯에도 계급이 있다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여기가 인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계도 아닌 식물계에 계급 운운하다니 정말 착하지 않은 파쇼적 분류법이다. 그런데 정말 죄송하게도 야채에도 엄연히 격이 있다. 신은 버섯에게 못생긴 모양새를 줬지만 최고의 영양가와 놀라운 효능을 선사했다. 항암 효과와 장수에 도움을 주는 버섯은 크게 귀족 버섯인 송이버섯과 국민 버섯인 표고버섯으로 그 품격이 정확하게 구분됨을 독자들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송이버섯은 가을만 되면 특급 호텔에서 극빈 대접을 받는다. 암, 비만, 탈수, 설사 예방에 효과적입네, 위산 과다를 치료해 줍네, 실제로 이런 먹거리가 지구상에 존재할까 싶지만 송이버섯이라면 가능하다.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경북 봉화군, 강원도 양양 등에서 최소 20년을 넘긴 소나무 뿌리 끝에서만 서식하고 사람의 힘으로는 아예 재배가 불가능해 오직 자연만이 만드는 희귀 버섯이 송이버섯이란다.
이 버섯을 부르는 단어도 찬란하다. 신의 식품, 숲의 다이아몬드, 귀족 버섯이라는 찬사에 걸맞은 귀하신 몸이시다. 조선의 왕 가운데 가장 장수한 영조는 ‘송이, 날 전복, 새끼 꿩, 고추장’. 이 네 가지만 있으면 밥을 잘 먹는다고 할 정도였으니 보통 버섯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송이버섯은 향기가 진하고 색깔도 선명하다. 고혈압, 비만, 심장병에 시달리는 환자나 설사 때문에 일상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성인 남녀에게 좋고, 초기 노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송이버섯을 날것으로 소금과 참기름에 찍어 먹거나 서양식으로 버터에 스테이크처럼 구워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송이버섯이 귀족 버섯이라면 표고버섯은 동네방네 소문난 국민 버섯이다. 섭취 방법이 다양하고 어떻게 요리하든 천하 일미일 뿐 아니라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가격 변동도 없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준다. 송이버섯처럼 까다롭게 자라지도 않는다. 참나무에 구멍을 내 표고버섯의 균종을 넣어주면 절로 자란다. 그렇다고 그 효능이 떨어지냐, 그것도 아니다. 항암효과는 물론 향을 내는 렌티오닌이라는 성분이 머리를 맑게 해주며 지방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또 남자들에겐 어떻고? 굳이 말하면 입만 아프니 즐겨 먹지 않을 수 없는 버섯이다.
표고버섯은 60~70% 정도만 핀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한다. 수분이 많을수록 쉽게 부서지므로 스펀지처럼 탄력 있는 것이 싱싱하다. 자주 피로감을 느끼고 기력이 없는 습관성 야근자, 성장기의 청소년이나 뼈가 약한 어린이, 자주 뒷목 잡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고혈압 환자들은 볶음, 구이, 탕 부침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기면 된다. 요리 재료는 그 가치에 따라 계급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유치한 계급도 결국은 먹을 거리에 이용되는 재료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이 가을날에 버섯 이야기를 하는 건 풍요로운 정신도 중요하지만 그 정신을 뒷받침해 줄 신체의 풍요로움도 결코 간과하지 말자는 뜻이다. 몸에 이로운 음식은 귀족이든 서민이든 똑같이 이롭다는 사실만 기억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