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북문화신문 |
|
흔히들 헌혈을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비록 작은 사랑의 실천이지만 그 결과는 위대하다. 지금 이 순간도 수혈이 필요한 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헌혈은 그 자체로 '생명 나눔'이다. 의학에서 최초의 수혈은 동물의 피를 이용해 17세기 말에 처음 시행됐다. 이후 사람의 피를 통한 수혈이 시도됐지만 부작용이 커 상당 기간 금지돼 있다가 1900년대 들어 오스트리아 병리학자 칼 랜드스타이너(Karl Landsteiner) 박사에 의해 ABO식 혈액형이 발견된 후에서야 수혈은 안전한 치료법으로 정착되었다. 6월 14일은 랜드스타이너 박사의 생일로, 이 날을 기념해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적십자사연맹, 국제수혈학회, 국제헌혈자조직연맹이 공동으로 세계 모든 헌혈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날로 정했다.
가슴 아픈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헌혈 후 의식을 잃고 뇌사판정을 받은 한 대학생의 사연이었는데, 20대의 건장한 이 청년은 헌혈을 하고 난 뒤 기념품을 고르다가 돌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헌혈 이후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는 경우가 드물게 있지만 금세 회복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청년은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뇌출혈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뇌사판정 후 가족들은 평소 남을 돕기를 좋아했던 고인의 뜻을 따라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참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청년의 고귀한 희생 덕분에 5명이 새 삶을 얻게 되었다.
헌혈을 생활화하는 사람들 가운데 최근 외신을 장식한 주인공은 대만의 마잉주 총통이다. 얼마 전 180번째 헌혈 기록을 세운 그는 '열혈청년'은 아니지만 '열혈노인'이 되고 싶다며 헌혈 사랑을 과시했다. 그 덕분인지 대만은 국민헌혈 비율이 8%에 이르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다. 반면 우리나라의 헌혈률은 4-5% 대에 불과해 일부 피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헌혈 문화에 있어서는 아직도 후진국 소리를 듣는다. 우리나라의 헌혈률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헌혈이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인데, 사실 건강한 사람들은 헌혈로 혈액이 빠져나가도 몸이 알아서 그만큼의 혈액을 다시 생성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도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이해 훈훈한 헌혈사랑의 주인공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은 20년 동안 235회나 헌혈을 했다고 한다. 부인과 아들까지 헌혈을 생활화하는 이른바 '헌혈 가족'이었다. 이 교감 선생님은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헌혈의 참뜻을 가르쳐왔다고 한다. "남을 향해 내미는 손길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며 헌혈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하는데,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가르침이었다. 최근 들어 학교 별로 헌혈을 자원봉사로 인정하는 제도가 생기면서 학생들의 헌혈이 크게 늘어나 지난해는 역대 최고인 5.3%를 기록했다는 다행스러운 소식도 들린다.
외과 수술에서 수혈은 생명수와 다름없다. 특히 희귀혈액인 Rh―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말 할 것도 없다. 실제 지난해 한 병원에서는 Rh― 백혈병 환자가 혈액을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우리에게는 작은 결단이 필요한 헌혈이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은 생명줄이다. 평소 나는 'Rh― 봉사회'의 활동을 보면서 고마움과 존경심을 느끼곤 한다. Rh― 봉사회는 1973년 2월 만들어진 민간 자원봉사단체로 Rh― 혈액을 가진 170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언제 자신에게 같은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국 어디라도 내 일처럼 달려가 응급수혈을 해 주고 있다.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언제 어느 순간 닥칠지 모르는 산업재해, 교통사고, 질병으로 인한 모든 수술에서 수혈은 필수적이다. 최근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데, 이 수술에도 수혈이 중요하고 고령의 환자들일수록 빠른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들을 보면, 나와 내 아버지, 내 어머니가 언제 어느 순간 헌혈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헌혈을 200번 넘게 했다는 교감 선생님의 말씀처럼 '남을 향해 내미는 손길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