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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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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바이올린 명장 부조티의 아내 안나는 타로 카드로 자신의 미래를 엿본다. 그녀는 다섯 개의 타로 카드를 뽑는데, 그것은 여행, 병과 죽음, 부활, 열정적 사랑, 정의였다. 그러나 그 운명을 채 겪기도 전에 그녀는 아기를 낳다가 죽고 만다. 슬픔에 빠진 부조티는 아내의 피를 바이올린에 덧칠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바이올린을 손에 쥐는 주인들은 저마다 운명의 회오리에 휩싸이게 된다. 안나가 뽑았던 타로 카드의 남은 운명이 그 점괘대로 수백 년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 '레드 바이올린'의 내용이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타로 점집들이 시내 중심가 카페와 극장, 할인점 등 인파가 몰리는 곳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다. 어떨 때는 빼곡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에까지 점집이 진출했다. 타로 어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젊은이들의 불안함이 투영돼 있다고 분석한다. 졸업을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스승이자 조언자 역할을 하는 멘토가 사라지는 것 역시 젊은이에게 점을 권하는 측면이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역술인이 무려 50만 명에 이른다는 TV 뉴스를 보았다. 카메라는 강남의 번화한 주택가를 비추는데 한 가운데 번듯이 사찰표시가 눈에 띈다. 이 같은 점집은 채 20미터를 못가 하나씩 간판을 드러낸다. 반경 100미터 안에만 해도 네 군데에 달했다. 간판 없이 영업하는 곳까지 감안하면 이러다가 그 동네 집들이 한 집 건너 하나가 점집이 되진 않을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심지어 한남동의 고급 빌라촌에도 점집이 들어서고 있었다. 연예인과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라고 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무속인을 양성하는 곳도 성황이다. 대학에도 역술인 교육과정이 개설될 정도다. 사설학원도 난립하고 있다. 역술인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한 학원은 월 18만 원 짜리 6개월 과정을 마스터하면 창업이 가능하다고 말해준다. 한 술 더 떠서 굿을 하거나, 부적을 쓰는 무속인을 양성하는 학원은 일반 역술학원에 비해 수강료가 수 십 배에 달하는데 점과 북, 굿을 다 가르쳐 주고 1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다. 이들 학원들은 전천후 무속인이 되려면 이 정도는 배워야 한다는 광고도 하고 있다.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굿을 배우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굿은 한번 하는데 보통 5,60만원에서 7,80만원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지만 1억짜리 굿이나 1억짜리 부적도 있다고 한다. 충분히 본전을 뽑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점술 산업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매년 어림잡아 수만 명이 점술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실제로 점술 산업 종사자는 50만 명을 웃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사업 허가 없이 문을 열고 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래를 엿보고 싶어 하고 끊임없이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러한 이들의 심리를 이용한 이 수익모델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명맥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첨단 디지털시대 속에서도 점술이 갈수록 큰 산업으로 성장하는 역설적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게다가 또 다른 문제는 이들 점집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마다 절박한 사정을 안고 점집을 찾아가 많은 돈을 내고 점괘를 보지만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이들은 과연 없는 것인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지구촌 한쪽에서는 테러가 일어나고 한쪽에서는 금융위기가 터지는 등 예측불허의 변화들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하루하루 실업률은 높아지고 정년은 빨라지고 집값은 요동친다. 용한 점집이라도 찾아가서 내 미래를 엿볼 수 있다면 마음이 놓일 것 같다. 그러다보니 꿈속에서 한 발 먼저 미래를 만나고 나아가 미래를 설계하는 '인셉션'이라는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고, 대통령 직속기구로 '미래기획위원회'가 등장하기도 한다.
미래학자들은 한국인의 역동성에 후한 점수를 매긴다. IT강국이자 성장에 큰 가치를 두는 한국인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국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기대야 할 곳은 점집이 아니라 타고난 우리의 역동성이다.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가 아닐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낱 점괘에 미래를 맡기기에는 우리의 미래는 너무도 무궁무진하게 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