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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서화평론’ <16> 월정(月汀) 윤근수(尹根壽)선생의 서첩(書帖) 뒤에 쓰다

이택용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12월 04일
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 포저 조익선생은 외삼촌인 윤질이 그의 아버지 윤근수가 글씨를 쓰고, 이정이 그림을 그리고 김현성이 발문을 적은 서첩을 보내 주기에 받아보니, 정몽주의 집안 자손을 복원시킨 공권과 권벌이 읊은 절구이기에 그 일을 영탄하였다. 외종조 윤근수의 필적으로 말하면 한세상에 이름이 자자하고, 김현성은 역시 명필로 유명하였으며, 그리고 이정의 대나무 그림은 또 고금의 절기라고 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보배로 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외종조의 수적이 완연해서 나도 모르게 비감이 들어 눈물이 흘렀다고 하였다. 그것을 병풍으로 만든 다음에 아침저녁으로 완상하면 성질이 완악하고 나약한자 까지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난한 살림살이에 여력이 없어서 아직은 그렇게 할 수가 없겠기에, 우선 보배로 여기며 완상하려는 나의 구구한 뜻을 기록하여 권말에 붙여서 보관해 두려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윤근수(尹根壽)선생의 서첩(書帖)에 대한 발문-


외삼촌(外三寸)인 가평군수(加平郡守) 윤질(尹晊)이 나에게 그 선공(先公) 월정(月汀) 윤근수(尹根壽)선생이 글씨를 쓰고, 탄은(灘隱) 이정(李霆)이 그림을 그리고, 남창(南窓) 김현성(金玄成)이 발문(跋文)을 지은 서첩(書帖)을 새로 찍어서 모두 11폭을 보내 주었다. 선생이 글씨를 쓴 9폭 가운데, 7폭은 바로 물재(勿齋) 손순효(孫舜孝)가 지은 것으로서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집안의 자손을 복권(復權)시킨 공권(公券)이고, 2폭은 바로 충재(冲齋) 권벌(權橃)이 읊은 절구(絶句)로서 그 일을 영탄(詠嘆)한 것이다. 내가 이 서첩을 받아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세상의 기이한 보배이다. 대저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정충대절(精忠大節)이야말로 백세(百世)의 사표(師表)가 될 만한 것이다. 그런데 손순효(孫舜孝) 공이 그 가문을 복권시키고, 충재(冲齋) 권벌(權橃) 공이 그 일을 영탄한 글에 대해서 외종조(外從祖) 윤근수(尹根壽)가 글씨를 쓰고, 탄은(灘隱) 이정(李霆)이 그림을 그리고 남창(南窓) 김현성(金玄成)이 발문을 지었다. 이는 모두가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절의(節義)를 흠모해서 그렇게 한 것이니, 아, 참으로 성대한 일이라고 하겠다.


외종조(外從祖) 윤근수(尹根壽)의 필적으로 말하면 한세상에 이름이 자자하였고, 남창(南窓) 김현성(金玄成) 역시 명필(名筆)로 유명하다. 그리고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대나무 그림은 또 고금(古今)의 절기(絶技)라고 할 만한 것이라서, 사람들이 그의 그림 가운데 떨어져 나간 종이 한 쪽이나 먹물 한 점만 얻어도 모두 보배로 여기며 보관하고 있는데, 하물며 현인을 숭상하고 절의를 흠모한 그 뜻이 여기에 담겨 있는 데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런데 또 몇 분 현자(賢者)의 아름다운 기예가 모두 여기에 고스란히 모여 있는 데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그러고 보면 세간에서 기이한 보배로 삼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막론하고 그 분야에서 모두 좋아할 만하고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예를 소유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모두 꼭 현자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또 모두 현자라고 한다면, 그 작품의 귀하고 중한 것이 의당 어떻다고 하겠는가.


손순효(孫舜孝) 공은 청직(淸直)해서 임금의 지우(知遇)를 얻고 성묘(成廟)의 명신이 되었으며, 권벌(權橃) 공은 을사사화(乙巳士禍)가 일어났을 때에 바른말을 한 죄로 벌을 받는 등 곧은 절개가 우뚝하였다. 그리고 외종조(外從祖) 윤근수(尹根壽)는 문장과 덕행으로 세상의 존경을 받았으며, 남창(南窓) 김현성(金玄成)은 청렴결백하고 선을 좋아하여 평소에 사람들이 심복하였는데 근일의 일을 보면 또 유덕(柔德)을 발휘하여 제대로 바로잡고 있으며, 이정(李霆) 또한 탁세(濁世)의 아름다운 공자(公子)라고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귀하고 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가 다른 어떤 서화(書畫)보다도 월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그림을 보고서 더욱 감회를 느끼는 점이 있다. 윤근수(尹根壽)가 별세한 지 지금 3년이 되는데, 한마디 말과 몇 자의 글도 다시 얻을 수 없다가 이 몇 폭의 서첩을 대하고 보니, 수적(手蹟)이 완연해서 나도 모르게 비감(悲感)이 들어 눈물이 흘렀다. 게다가 그 필력(筆力)이 특히 기건(奇健)한 것을 보면 아마도 한창 나이 때에 쓴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 서첩을 장정(裝幀)해서 하나의 병풍으로 만든 다음에 아침저녁으로 완상(玩賞)하면 성질이 완악하고 나약한 자까지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난한 살림살이에 여력(餘力)이 없어서 아직은 그렇게 할 수가 없겠기에, 우선 보배로 여기며 완상하려는 나의 구구한 뜻을 기록하여 권말(卷末)에 붙여서 보관해 두려고 한다.


1618년(광해군 10) 8월 18일에 쓰다.












  윤근수의 수적서첩 중 일부’


 


 




이택용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1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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