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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근의 문화 칼럼/태아 이야기, 사라지는 태아들

최중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12월 20일
ⓒ 경북문화신문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하는 시간, 친구에게 문자 보내는 시간, 컴퓨터를 부팅하는 시간, 자동차 시동을 거는 시간. 그리고 이 한반도에서 한 생명이 수술실에서 사라지는 시간. 모두 1분 전후의 시간이다. 1분마다 평균 1명의 태아가 이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동안 낙태되는 태아의 숫자는 약 34만명. 한해 신생아수에 버금하는 숫자다. 1분에 한명 꼴로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OECD 국가중 최고 수준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10일은 임산부의 날이었다. 임산부가 얼마나 소중하면 그런 날이 따로 만들어졌겠는가. 사실 우리 주변에서 임산부를 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동생이나 형이 있는 아이들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6학년은 124명인데 1학년은 불과 76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5년만에 40%나 줄어든 셈이다. 원인은 저출산 때문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 태어난 1999년부터 우리나라 출산율은 가파르게 떨어져 2005년 1.08명을 기록한 뒤 계속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9년 실시한 ‘결혼 및 출산 동향조사’에 따르면 한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출산 중단 이유에 대해 43.4%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녀 한 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데 드는 양육비와 교육비는 얼마나 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자녀 한명을 낳아 대학교까지 약 22년을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이 평균 2억 6천만원에 달했다. 제 먹을 건 타고 난다는 옛말이 참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저출산을 걱정하다가도 아이를 낳기가 두려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우리 사회 한켠에는 이율배반적인 사례가 또 있다.


얼마 전 고등학생 아빠와 엄마가 몰래 아이를 낳아 아기를 목졸라 죽이고 소화전에 버린 사건은 미혼모나 10대 부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다.


사실 10대 부모나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육아와 사회 활동을 병행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영국의 경우 ‘모든 어린이는 소중하다’는 슬로건 아래 미혼모 정책의 초점을 아동 복지 증진에 둔다. 임신한 10대에는 전담 상담원을 배치해 다른 기관과 협력하도록 한다. 또 1명의 자녀를 둔 20세 미만의 부모에게는 학교에 다니는 동안 일주일에 160파운드(약 30만원)를 지원한다.


 


이처럼 산모와 아동을 위한 보호망은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다. 미혼모 출신인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 미혼모를 위해 고등학교에도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등 혁신적 정책으로 합계 출산율을 유럽 1위(프랑스 1.98명)와 비슷한 수준인 1.95명으로 끌어올린 일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지금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종말시계라는 것이 있다. 1947년 <불리턴>이라는 잡지에서 핵전쟁 등의 재앙으로 인류가 사라지는 시점이 시계의 자정을 나타내는 시계를 만들어 잡지의 표지에 실은 데서 유래한다. 1953년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을 때 자정 2분전으로 가깝게 다가갔다가 1991년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무기감축협상에 서명하고 핵무기 보유국들 사이에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당시에는 17분 전까지 조정되었다.


만약 태아가 사라지는 태아종말시계가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몇시 몇분을 가리키고 있을까. 우리는 그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을까...


 


 



최중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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