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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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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국시대 제나라 맹상군은 숱한 일화를 남긴 공자(公子)였다. 당시 강대국인 진나라는 맹상군에게 자신의 나라를 방문해 줄 것을 강요했다. 그 이면에는 약소국인 제나라의 맹상군을 재상으로 삼으려는 진나라 소왕의 계략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고 하자, 한 신하가 이를 만류하고 나섰다.
“맹상군은 현명한 데다 제나라 왕족입니다. 그를 진나라 재상으로 삼는다면, 반드시 제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뿐입니다. 따라서 진나라는 위태로워 질 것입니다.”라고 하자 진나라 소왕은 신하의 진언을 받아들이고, 당초 계획을 취소하였다.
대신 맹상군을 가둬 죽임으로써 후환을 없애려고 했다. 이를 눈치 챈 맹상군은 소왕이 총애하는 후궁을 찾아가 타개책을 간청했지만 그 후궁은 값이 천금이나 나가는 진귀한 흰여우 가죽옷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흰여우 가죽옷은 이미 소왕을 알현할 때 진상품으로 바친 뒤였다.
깊은 고민을 하면서 막사로 돌아온 그는 수행원들에게 좋은 계책이 없겠냐고 물었다. 그 때 개 시늉으로 도둑질을 일삼으면서 모두로부터 멸시를 받아온 식객(食客)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제가 그것을 가지고 오겠습니다.”라고 한 후 그날 밤 진나라 창고에 잠입하여 그 가죽옷을 훔쳐왔다. 결국 흰여우 가죽옷을 받은 후궁의 간청으로 맹상군은 풀려났다.
맹상군은 풀려나자마자 한밤중에 급히 국경 성문인 함곡관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당시엔 새벽에 닭이 울기 전에는 성문을 열지 않는 법이 있었기 때문에 맹상군 일행은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한편 뒤늦게 속은 사실을 깨달은 진나라 소왕은 급히 추격 병을 보냈다. 정말 위기일발의 순간이다. 이 때 또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식객이 나서서 닭 우는 소리를 내자, 인근의 다른 닭들이 모두 함께 울어대기 시작했고, 이에 성문을 지키던 병사가 성문을 활짝 열자 일행은 무사히 진나라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일찍이 맹상군은 3천명의 식객을 거느리고 있었다. 애시 당초 좀도둑질과 닭울음소리를 잘 내는 이들을 빈객으로 삼았을 때 다른 빈객들은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만큼 그들을 멀리했다. 하지만 곤경에 처했을 때 이 두 사람이 맹상군을 구한 것이었다. 그 후로부터 빈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음속 깊이 맹상군의 사람 보는 눈을 두려워했고 또한 존경을 더했다.
보잘 것 없는 재주 즉, 닭울음소리와 개 흉내를 내며 하는 도둑질 <계명구도:鷄鳴狗盜> 이 한 나라를 구하는데 일조를 한 것이었다.
평소에 거 떨어 보지 않거나 하찮게 보는 재주도 결정적인 순간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이 없다. 누구에게나 재주가 있고 필요한 곳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만을 기억한다.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만을 채용하고 재능이 특출한 사람만 기용한다. 그러나 사회는 능력이 있거나 특출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축구경기의 경우 화려한 골잡이가 있는가 하면 상대편 공격수를 막아내기 위해 온 몸으로 태클을 거는 수비수와 골키퍼도 있다. 심지어 선수명단엔 없지만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는 스텝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이 함께 하면서 팀을 이끌어 간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은 장자(長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숨어사는 현자(賢者) 광접여가 공자를 조롱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계피는 먹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나무를 벤다. 사람들은 쓸모없는 것의 이용가치는 모른다.”그러자 장자는 광접여의 말에 다음과 같이 더한다.
“산에 나는 나무는 유용한 까닭에 베어지니 이는 자기가 자기를 베는 것이요. 등잔불은 불붙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재가 저를 태 운 다. 계수나무는 그 뿌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베어지고, 옻은 칠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어찌된 셈인지 세상 사람들은 다 유용한 곳의 용도는 알면서도 무용한 곳의 용도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가.”이와 같이 쓸모없는 것도 다 쓸모 있음을 설파 했다.
잎만 무성한 나무를 나무꾼이 쓸모가 없다고 해서 자르지 않는 것 은 나무꾼의 눈에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그 나무는 자기 수명을 다한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다. 남들이 가지지 않은 한 가지 재주는 가지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유용하게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쓸모없는 것이 있어야 비로소 유용한 것이 기능할 수 있다. 조그마한 재능을 내세워 우쭐된다면 제 몸만 망치기 마련이다.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 지킨다.”는 역설의 지혜를 잊지 않아야 한다.
심의원님의 칼럼 깊이 있어 좋아요, 달콤한 냄새, 깊은 향기라고나 할까요. 학문에 심취한 모습?
01/22 18:27 삭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저마다의 능력을 갖고 태어나겠지요. 아주 좋은 칼럼
01/22 18:26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