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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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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의미를 강조한 속담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유년 시절의 일이다. 제주 4.3 항쟁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간담회 겸 모임에서 세상물정을 모르시던 아버지는 앞뒤 분별 않고 옆에 앉아 있던 전직 공직 출신의 행태를 스스럼없이 비판했다. “제주 4.3 사건 당시 죄없는 선량한 서민을 붙들어 매고 온갖 못될 짓을 한 전직 공직자가 4.3사건의 진실을 논의하는 간담회장에 참석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순진 무고한 아버지는 누군가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고, 만취상태에서 당시의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소위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순진무고한 아버지는 서슬이 퍼런 정권 아래서 제2의 탄압을 당하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순진무고함을 이용해 아버지를 늪 속으로 빠져들게 한 것이 바로 간담회장의 전직 관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필자가 20대의 능선을 막 타오르고 있을 무렵이었다. 7년만에 내막은 밝혀졌고, 가고없는 아버지의 서러움을 덜어드리려고 전직 관료를 찾았을 때 까지만 해도 그의 위세는 너무나도 당당했다. 소위 쓰리쿠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날의 일에 대해 발뺌을 해 땠을 뿐이었다.
세상의 거짓은 머지 않아 진실의 칼 앞에 항복을 하는 법이다. 전직 관료를 다시 만난 것은 첫 번째 만남이 있은 지 2년 후였다. 필자가 잠시 고향에서 지역언론 기자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제주에서는 골프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위를 깨 부수기 위해 업자들은 다이나 마이트를 터뜨려대기 시작했고, 권력을 등에 없은 업자들의 횡포에 떠밀린 축산농가들은 줄 잇는 가축의 유산 때문에 고통을 앓아야만 했다.
그 당시 필자는 업자의 뒤에 숨어 권력을 휘두른 주인공이 바로 어린시절 가슴에 새겨놓은 그 전직관료였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사실에 근거한 진실 접근의 보도가 나가자, 전직관료는 양지에서 음지로 걸어들어가야만 했다. 민주화 바람이 불던 시절이었으니, 세상을 호령하던 권세도 추풍낙엽이었다.
세상의 미덕을 가장 해하는 일중의 하나가 바로 쓰리쿠션이다.독재시절을 살아오면서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전두환 정권이 집권하던 80년대 초 죄없는 많은 사람들은 없어야 할 쓰리쿠션형 행태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담보해야만 했다. 이러한 일은 일제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를 활용하는 행위나 활용당하는 행위 모두 밝은 사회와 올바른 역사발전을 위해서는 척결되어야 할 악의 유산이 아닐 수 없다.
공인은 국가와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만 한다. 고민의 없는 공인은 역사의 죄인에 다름 아니며, 머지않아 죄는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역사의 순리이다.세상의 일에는 비밀이 없는 법이고, 비밀은 머지 않아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오게 하는 법이다. 그 쓰나미를 막을 이가 누가 있겠는가.영원히 견고하리라던 성도 여지 없이 무너지게 되는 법, 이것이 지은 죄에 대한 상응하는 벌인 것이다.
권력 말기 혹은 권력 초기에는 쓰리쿠션형 행태들이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이들은 권세를 누리는 기간 동안 받아야 했던 억울함을 앙갚음하기 위해 혹은 권세를 누리기 위해 이같은 행태를 일삼곤 한다.하지만 과정에 진실성과 인간성이 결여된다면 진실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잘못을 적시하고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도록 당사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설령 죄를 범했을 지라도 상대를 억울하게 하면 머지않아 부메랑이 되는 법이다. 숱한 역사서가 이를 반증하고 있지 않은가.정치세계의 잘못된 관습들이 세상사에 만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 선생님! 잘 읽었어요.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06/11 23:11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