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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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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남부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즈는 한때 미국인의 로망이었다. 죽기 전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시로 꼽힐 정도. 루이 암스트롱으로 대표되는 '재즈의 고향'이다. 프랑스 풍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다른 미국 대도시와는 색다른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지금 뉴올리언즈는 21세기 대자연의 재앙으로 망가진 대표적인 도시의 대명사가 됐다.
자연재해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하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여 왔다. 최근에 이상기후로 인해 피해규모가 매년 증가하면서 100년만의 폭우, 폭설, 가뭄 등이 이젠 예사말이 되어 버리는 등 그 형태와 규모가 다양화, 대형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이면서 동고 서저(東高西低)로 구성되어 있는 지형적인 특성과 도시화로 인한 인위적인 인구집중 요인 때문에 자연재해의 강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 비록 영화이긴 하지만 이런 쓰나미가 주는 피해는 엄청나다. 언젠가는 이것이 우리의 현실로 올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의 여러곳을 덮친 폭우가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국민의 상실감 또한 더 없이 큰 지난 한주였다. 작년 이맘때 수도 서울, 그것도 강남에 폭우로 무방비 상태에 이르면서 TV를 통해 보이는 물난리 현장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문명사회가 맞나싶을 만큼 기막히고 참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서울의 강수량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년 동안 내릴 비의 40% 이상이 단 3일 동안에 내렸다니 가히 전무후무한 양이다.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생각하면 솔직히 하늘이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이번 폭우의 원인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맘이 편치 않은 것은 이렇게 피해가 커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서도 관리부실이 재해를 자초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더욱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산사태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난개발이 불러온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저 눈에 보이는 외관에만 치우쳐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대비하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눈높이도 달라지고 있다. 도시 곳곳에는 생태공원이 들어서고, 인근 야산에는 길을 낸 등산로가 생겨나고 약수터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둘레길과 올레길이 인기를 끌면서 산책로도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산을 개발하고 꾸미는 데만 치중했지, 정작 수해방지를 위한 수로는 만들지 않는 등 재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지극히 부족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에서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은 사고지역에 산사태나 홍수를 예방하는데 필요한 사방댐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배수기능을 갖고 있는 사방댐의 경우, 시멘트 구조물이다 보니까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민들은 시멘트 알러지라는 표현을 쓸 만큼 시멘트 구조물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향이 사실상 있다. 하지만 눈에 보기 좋은 것이 다가 아니다. 미관만큼이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힘썼더라면 과연 이토록 불행한 인재가 발생했을까.
생떽쥐뻬리의 '어린 왕자'에서 유명한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마음으로 봐야만 한다는 말이다. 한 때 이 구절이 너무 좋아 불어 원문을 통째로 외워기로 했었다. "on ne voit bien qu'avec le cœur, l'essentiel est invisible pour les yeux"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재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노라면 절실히 필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잘 사는 국가일수록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다. 제대로 된 '대비'를 위해서는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먹고 살기 급급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안전대책처럼 당장에 보이지 않는 곳에 쓰는 돈을 아까워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미래에 닥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투자는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사고지역들이 지난 가을 태풍이 닥쳤을 때 이미 위험조짐을 보인 곳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고가 다시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곳에는 미리 사전투자를 했어야 한다.
지난번 산사태의 경우, 특정지역에 집중되긴 했지만, 남의 동네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이대로라면 전국 어디나 그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우면산만이 아닌, 우리 동네 앞 야산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 눈앞에 보이는 미관만을 쫓는 데서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현재보다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이다.
기후변화 적응을 준비하는 도시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