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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닥터 최중근의 문화칼럼 /달갑지 않은 커피 열풍

최중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08월 20일
ⓒ 경북문화신문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수입액이 5억 8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년전보다 1.7배가 늘어난 액수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갑작스레 많아진 것도 아닐텐데 왜 이렇게 커피 수입이 급증한 것일까. 바로 커피전문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대도시는 물론 웬만한 중소도시에도 한집 건너 한집 꼴로 흔히 볼 수 있는게 커피 전문점이다. 그렇다면 커피 전문점은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커피전문점은 지난 5년 동안 시장 규모는 2배 커진 반면, 숫자는 전국적으로 6배나 늘었다고 한다. 영세한 규모의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은퇴 후 마땅한 재취업 자리를 찾지 못한 50대 베이비붐 세대들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필자는 커피 전문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작년 10월, 50세 이상 자영업자 숫자가 310만 3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직장에서 정년퇴직 또는 조기 퇴직, 명예 퇴직을 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영세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진 반면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거기다 자녀 교육, 결혼을 위한 뒷바라지도 끝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은퇴했다고 해서 여행이나 즐기며 삶의 여유를 찾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 재취업을 원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여유자금도 충분치 않은 이들이 갈 곳이 어디겠는가. 식당, 편의점, 커피전문점 같은 자영업 창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50대 자영업자 중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가 5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영업이라고 만만할 리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8%. 자영업자 비중이 10% 안팎인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다. 한정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다 출혈 경쟁이 빚어질 확률이 높고, 결국 실패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커피전문점만 봐도 그렇다.


다국적 기업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아예 경쟁에서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한집건너 생겨나고 있는 작은 규모의 커피전문점과의 경쟁을 피할 순 없다.


자본이 부족하고 기술이나 원료에서 큰 차별화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가격 경쟁력 뿐이다.


결국 제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경기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들의 창업은 위태로워 보일 수밖에 없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의 폐허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보릿고개를 넘기고, 군사정부 시절을 견디고, 구제금융사태, 금융위기를 이겨낸 사람들이다. 부모세대에 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 자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던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자식들은 아직도 홀로서기는커녕 대학진학, 취업, 결혼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다가도 정치적 이슈나 사회 문제가 화제가 되면 자식들에게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기성세대 취급을 받기도 한다.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도 버둥거리며 생활전선에 나서야 하고, 자칫하면 얼마 되지 않는 노후 자금까지 날릴 지도 모르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의 커피 열풍이 그리 반갑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은커녕 고단한 삶을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상실감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는 길에 더 이상 낭떠러지나 절벽이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베이비 부머들의 어깨에 짐을 내려 놓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최중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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