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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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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9일 훈민정음 반포 566돌을 맞는다 지난 해 국립국어원이 서른아홉 개 단어를 새로운 표준어로 인정했다. 드디어 짜장면도 표준어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왜 이제야 표준말이 됐나 의아스러울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이다. 사실 짜장면처럼 표준말이 아닌 줄 알았던 것보다는 진짜 표준말인 줄로만 알고 써 온 것들도 부지기수였다.
'쌉싸름하다' '찌뿌둥하다' '새초롬하다'라는 말도 사실은 '쌉싸래하다' '간질이다' '새치름하다'가 표준말이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그나마 지금부터는 표준어가 되었다는 게 안심이 된다. 그동안 쓰면서 왠지 눈치 보였던 '손주'도 이번에 표준어로 등극했다. 손자와 손녀를 아울러 쓰는 말로 인정된 것이다.
표준어 확대 선정에 인터넷도 들썩했다. 속이 시원하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그동안 '짜장면 되찾기 국민운동본부'까지 만들어 활동할 만큼 열성적인 네티즌들이 아니었던가.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날을 기념해 인근 중국집들이 짜장면 먹으러 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장면도 TV 뉴스에서 소개됐다. '짜장면의 귀환'이라며 맛있게 짜장면을 먹는 손님들 모습이 요즘 심각한 뉴스들 속에서 간만에 웃음을 준 뉴스거리였다.
정말 표준어가 뭐길래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것일까. 언어는 그만큼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변해 주는 존재여서가 아닐까.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표준어가 뭐길래"가 표준어가 아니었단 사실이다. '~길래' 는 방언으로, '~기에'가 표준어였다. 한 때 인기드라마의 제목이었던 '사랑이 뭐길래'도 사실은 틀린 표현이었던 셈이다. '사랑이 뭐기에'라고 했다면 솔직히 그 느낌이 도통 살질 않는데 이제야 말맛이 담뿍 담긴 단어들이 되살아나 다행이다.
새로 추가된 39가지 가운데서 14개는 기존의 표준어에 더해서 복수로 인정을 받게 됐다. 즉 그동안 소고기나 쇠고기 둘 다 쓰였던 것처럼, 앞으로는 복숭아뼈 복사뼈를 같이 쓸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25개는 구별해 써야 하는 것이다. 새로 표준어로 규정된 말과 기존의 말이 뜻과 어감에 차이가 있어서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번쯤 관심 을 갖고 꼼꼼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번 복수 표준어 인정은 지난번 부터 추진에 들어갔지만, 최종 결정까지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고 한다. 그 사이 대상이 됐던 단어도 하나씩 둘씩 제외돼 최종 39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일부 단어를 놓고는 심의위원 간에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는 뜻일 것이다. 언어는 한 사회구성원간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언어는 생명체와 다를 바 없다.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한다. 국민의 삶 속에서 생성됐다가 소멸되고, 국민의 감정과 함께 울고 웃고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표준어 인정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언어는 그 자체로 언어로서의 생명을 잃은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장면'이 아닐까 싶다. 뒤늦게나마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남몰래 반성도 많이 했다. 표준어가 아닌 줄도 모르고 써왔던 우리말이 너무 많아서 내심 부끄러웠고, 앞으로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 청소년들이다. 어떻게든 영어를 남보다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커 온 세대인 만큼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적다. 네티즌들의 외계어 수준의 비속어도 그렇고,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막말 표현들도 걱정이다. 부디 이번 표준어 선정을 계기로 우리말과 표준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양성은 살리되 품격을 지닌 아름다운 말로 자리잡아가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