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자·데스크

'조선시대의 서화평론' <48> 정명공주(貞明公主)의 필적에 대한 발문을 쓰다

이택용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10월 14일
독립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 약천 남구만선생이 말하기를 인목왕후가 서궁에 있을 때 정명공주가 이때 아직 하가하지 않아 실로 좌우에서 모시고 있었다. 공주는 슬프고 분하며 두렵고 조심하는 가운데 할 일이 없어 붓을 잡고 글씨를 대자와 소자를 썼으니, 모두 인목대비의 마음을 위로하고 풀어드리기 위한 것이었다. 1683년 봄에 암흑 속에 빠졌던 나라가 다시 밝아지자, 높은 가문으로 하가하고는 말하기를, 문한은 부인이 할 일이 아니다. 하여 안부를 전하는 글도 모두 국문을 사용하였고 조보와 이문도 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주가 문장을 잘한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하였으며, 별세한 뒤에 유묵 또한 드물었다. 지금 공주의 아드님인 무주군이 공주가 서궁에 있을 때에 쓴 '화정'이라는 두 대자를 나에게 보여 주며 말하기를, 이는 우리 선비의 필적입니다. 평소 겸손해하신 뜻을 가지고 말한다면 본래 굳이 남에게 보일 필요가 없겠으나 자손들이 오늘날 선비를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한다면 또한 후세에 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모각하여 탁본해서 여러 자손과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하니, 그대는 왼쪽에다가 이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이 우환의 즈음에 지은 것이고 화려한 날에 나온 것이 아님을 알게 하며, 또 이 모각은 실로 집에 보관되어 있는 글씨가 아주 적어서 장차 없어질 지경에 이름을 애석해한 것이요, 자랑하고 전파해서 한묵의 집안에 과시하고자 해서가 아님을 밝혀 주십시오. 하였다. 이에 나는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예로부터 왕의 딸에 대해서는 우 나라와 하 나라는 증명할 만한 글이 없으며, 주나라 태희로 말하면 무왕의 친 따님이었으나 무당과 가무를 좋아하였다. 그리고 한당 이하로는 혹 부유함이 지나쳐서 사치하고 혹 은총이 지나쳐서 안일에 빠져서 어진 덕으로 일컬어진 자가 더욱 드물다. 오직 공주는 안에 밝으면서도 외면에 감추고 재능이 있으면서도 그 명예를 사양하여, 심덕의 온전함이 그 일부분에 나타난 것이니, 어찌 자제들이 본받을까 걱정하는 후세의 재주 있는 부녀자들과 똑같이 말할 수 있겠는가. 도리화가 아름답게 피고, 봉황이 온화하게 울며 자손들이 번창하여 과거 급제가 이어지고 대관이 이어져서 존귀한 영화로움을 지극히 하고, 수고의 복을 구비함은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 필적을 받들어 보니, 실로 그 규모가 우리 선조대왕의 필법에서 나와 필세가 웅건하고 혼후하여 규중의 기상과 전혀 같지 않다. 그 필법에 있어 심획을 얻은 것이 이와 같다면 그 성정에 있어 보고 감동하는 교화에서 얻은 것을 또 알 수 있으니, 가문이 엄숙하고 화목한 아름다움이 어찌 유래한 바가 없이 그러하겠는가라고 기록하였다.


-정명공주(貞明公主)의 필적에 대한 발문-


옛날 우리 인목왕후(仁穆王后)가 서궁(西宮)에 있을 적에 정명공주가 이때 아직 하가(下嫁)하지 않아 실로 좌우에서 모시고 있었다. 공주는 슬프고 분하며 두렵고 조심하는 가운데 할 일이 없었으므로 붓을 잡고 글씨를 써서 대자(大字)와 소자(小字)를 썼으니, 이는 모두 인목대비의 마음을 위로하고 풀어드리기 위한 것이었다. 1683년(숙종 9) 봄에 암흑 속에 빠졌던 나라가 다시 밝아지자, 비로소 높은 가문으로 하가하고는 말하기를, 문한(文翰)은 부인이 할 일이 아니다. 하여 안부를 전하는 글도 모두 국문을 사용하였고 조보(朝報)와 이문(吏文)도 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주가 문장을 잘한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하였으며, 별세한 뒤에 유묵(遺墨) 또한 드물었다.


지금 공주의 막내 아드님인 무주군(茂朱君)이 공주가 서궁에 있을 때에 쓴 ‘화정(華政)’이라는 두 대자를 나에게 보여 주며 말하기를, 이는 우리 선비(先妣)의 필적입니다. 선비께서 평소 겸손해하신 뜻을 가지고 말한다면 본래 굳이 남에게 보일 필요가 없겠으나 자손들이 오늘날 선비를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한다면 또한 후세에 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모각(模刻)하여 탁본해서 여러 자손과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하니, 그대는 왼쪽에다가 이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이 우환의 즈음에 지은 것이고 화려한 날에 나온 것이 아님을 알게 하며, 또 이 모각은 실로 집에 보관되어 있는 글씨가 아주 적어서 장차 없어질 지경에 이름을 애석해한 것이요, 자랑하고 전파해서 한묵(翰墨)의 집안에 과시하고자 해서가 아님을 밝혀 주십시오. 하였다. 이에 나는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예로부터 제왕(帝王)의 딸에 대해서는 우(虞)나라와 하(夏)나라는 증명할 만한 글이 없으며, 주(周)나라 태희(太姬)로 말하면 무왕(武王)의 친 따님이었으나 무당과 가무를 좋아하였다. 그리고 한당(漢唐) 이하로는 혹 부유함이 지나쳐서 사치하고 혹 은총이 지나쳐서 안일에 빠져서 어진 덕으로 일컬어진 자가 더욱 드물다. 오직 공주는 안에 밝으면서도 외면에 감추고 재능이 있으면서도 그 명예를 사양하여, 심덕(心德)의 온전함이 그 일부분에 나타난 것이니, 어찌 자제들이 본받을까 걱정하는 후세의 재주 있는 부녀자들과 똑같이 말할 수 있겠는가. 도리화(桃李花)가 아름답게 피고 봉황이 온화하게 울며 자손들이 번창하여 과거 급제가 이어지고 대관(大官)이 이어져서 존귀한 영화로움을 지극히 하고 수고(壽考)의 복을 구비함은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 필적을 받들어 보니, 실로 그 규모가 우리 선조대왕의 필법에서 나와 필세가 웅건(雄建)하고 혼후(渾厚)하여 규중(閨中)의 기상과 전혀 같지 않다. 아, 그 필법에 있어 심획(心畫)을 얻은 것이 이와 같다면 그 성정(性情)에 있어 보고 감동하는 교화에서 얻은 것을 또 알 수 있으니, 가문이 엄숙하고 화목한 아름다움이 어찌 유래한 바가 없이 그러하겠는가.


1701년(숙종 27) 의령인(宜寧人) 남구만(南九萬)은 쓴다.


 


 


 


 


 


 


 


 


 


 


 


 


 


 


 


 


 


 


 


 












  

'정명공주의 유묵 화정(華政)'




 



이택용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10월 14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인터뷰]“구미의 명품 멜론 디저트로 세계를 사로잡겠다”..
`제2의 애니콜 신화 쓴다` 구미시, 삼성투자 구체화에 `로봇 TF` 본격 가동`..
6억 들인 구미 다온숲 축제, 볼거리는 어디에?..
‘2026년 신활력 사업’ 액션그룹 7기 1단계 모집… 팀당 최대 4,800만 원 지원..
구미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첫 회의...2027년도 예산 편성..
강승수 구미시의회 의장 ˝시민에게 인정받는 `일 잘하는 강한 의회` 만들 것˝..
구미시, 삼성 19조 투자 발맞춰 AI 인재 1,000명 키운다..
구미대, ‘2026 전국 고교생 게임아트·웹툰 공모전’ 개최..
상주시, 민선9기 시정구호·5대 시정방침 발표..
김장호 구미시장, 민선 9기 경제·정주·공간혁신 본격 시동..
최신댓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구미에 이런 오랜 역사가 있었군요. 취재에 고생하셨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이 구미에서... 와우~. 관람료도 적당히 책정했군요. 정말 구미에서 만나기 쉽지 않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가보고 싶군요. 강추!!
구미는 별천지군요.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관련 기사인가? 하다가 보니... 구미시 의회로군요. 전국구에서 힘 못 쓰고 구미에서 '안방 여포' 하려는건지. 시의회가 어찌... 에휴.
오폐라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은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오페라의 전편이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입니다. 구미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공연입니다. 강추!!
대통령과 악수하는데 이철우 도지사가 뒷짐지고 악수하데. 주려던 떡도 도로 거두겠다.
너거들이 무능한게 아니고?
국가산단 경쟁력 강화와 지역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KTX 구미역 정차? 나같으면 "구미 오시느라 오래걸려서 고생하셨을 겁니다. 기업의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이 출장 다닐 때 이렇게 교통 시간이 많이 걸리니 불편할 뿐 아니라 산업경쟁럭도 악화됩니다. 해외법인이나 글로벌 파트너사에 시간을 다투는 출장가려고 인천공항에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랬을 것 같다. 말에는 초점이 있어야한다. 정주여건이야 그냥 시장이 알아서 하거나 경북지사와 얘기해도 될 일.
근대 그때 다부동 방어선 있고 가산 대구 방향은 국군, 유엔군 지역이고 구미 선산 왜관은 북한군 점령지이고 다부동 진출의 교두보인데 후방폭격은 당연함
일본어 이동네주위에4~5십년거주한시닌으로서금리단길은금오산가는도중길이어서상권형성에어려룸이많을것같네요
오피니언
과거 회색빛 쓰레기 매립장 ‘도심 속 정원’으..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한우충동(汗牛充棟)汗 : 땀 한, 牛 : 소.. 
매일 걷는 공원길,보도블록 구멍마다 삐죽삐죽 ..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