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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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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가 만들어 낸 제도이지만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선거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차선책인 선거를 택해 오고 있다. 선거에는 대부분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이 때문에 승자의 기쁨과 패자의 슬픔이 양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 이후 나타나는 엄청난 후유증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하는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정당정치는 책임정치이다. 정강 정책과 이에 부응하는 동일한 이념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모여 정당을 만들고 선거를 통해 집권여부를 가리게 된다. 또 집권을 하게되면 책임정치를 명분으로 내걸고 모든 자리를 독점해 버린다. 상대적으로 집권에 실패한 정치 집단은 야당이라는 이름으로 권토중래를 꿈꾸며 차기를 기약한다.정당이 아닌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사안을 놓고 원만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게 되면 투표를 통해 가부를 가리는 방법을 책한다. 따라서 패배자는 당장에 치유가 어려울 만큼의 상처를 입게 된다.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패배자의 충격은 실로 상상하기 조차 힘든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여기에다 자신을 믿고 따라준 지지자들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은 오랜 기간 두고두고 상처를 남기게 된다.
다행히 승자가 용단을 내려 패자에게 손을 내밀며 선거기간 중 반대편에 섰던 이들을 기용하는 등의 관용을 베풀면 세간의 화제를 낳는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승자가 아량을 베푸는 지혜는 국가와 사회, 단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방의 인재 등용 술은 그래서 우리들에게 감동적인 교훈을 주고 있다.
천하를 통일한 한고조(漢高祖) 유방은 수많은 공신들에게 벼슬을 주는 일로 고민에 빠졌다. 한 낮 서민으로부터 일어나서 천하를 통일하기까지 고향 친구 건달 그리고 내 노라 하는 장군 등 많은 사람들의 힘이 컸다. 수많은 전장 터를 누비며 목숨 걸고 싸운 맹장들은 대업을 이룬 후에는 큰 걸림돌이 된다. 이들에게 공적에 맡게 벼슬을 내리면 되지만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니 골고루 모두에게 불만이 없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는 유방이 대궐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장군들이 무리를 지어 쑥덕거리고 있었다. 이를 궁금하게 여긴 유방이 책사 장량에게 물었다.
“지금 저 자들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거요?”장량이 설명을 했다.
“폐하께서는 아직도 모르고 계셨습니까? 반란을 모의하고 있는 중입니다.”깜짝 놀란 유방이 다시 물었다.
“아니 천하가 안정됐는데 반란은 또 무슨 말이요?”그러자 장량이 찬찬히 설명하였다.
“폐하께서는 한낱 서민으로부터 일어나서 저 사람들을 부려 천하를 장악 하셨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천자가 되신 지금 땅을 하사받은 자들은 폐하의 마음에 들었던 측근 들 뿐입니다. 폐하의 미움을 받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장군들은 과거의 과실을 들추어내어 오히려 벌을 받을까 두려워 저렇게 모여 전전긍긍하며 여차하면 반란을 일으키고자 모여 있는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유방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겠소?”장량이 말했다.
“폐하께서 평소에 가장 못마땅해 하셨고 그 사실을 남들이 모두 인정하는 인물이 있으신지요?”유방이 말했다.
“그야 옹치란 놈이지! 그 놈은 나를 여러 번 골탕을 먹였소. 지금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은데 공적이 크기 때문에 참고 있는 중이오.”그러자 장량이 해법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먼저 옹치에게 벼슬을 내리시고 여러 신하가 모인자리에서 그것을 발표하십시오. 옹치 같은 인물에게 벼슬을 내렸다면 다른 사람들도 절로 조용해 질 것입니다.”
장량의 주문을 받아들인 유방은 주연을 베풀고 고향친구이지만, 자신이 어려울 때마다 번 번히 배신하며 고비일 때마다 괴롭힌 옹치가 죽도록 밉지만 제후로 봉했다. 그러자 벼슬을 못 받은 공신들이 이런 말을 했다.
“옹치도 제후로 봉해졌는데 우리에게도 곧 벼슬을 내리겠지”하면서 모두들 마음을 풀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나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는 그 무리의 힘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아무리 강력한 조직일지라도 내부 균열이나 내분이 있다면 제대로 힘을 발휘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직의 요직을 오로지 자신을 도운 공신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상대적으로 수많은 적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다. 한편 반대편에서서 싸움에 진 패배자(언더독; Under Dog)들은 사사건건 틈만 나면 비수를 들이댈 기회만 노리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편에 서서 자신을 가장 많이 괴롭힌 사람을 과감히 기용해 포용하는 유방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우리의 리더는 편협한 인간이 아니라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면서 존경을 받게 되고, 이러한 흐름은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진정한 승자는 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