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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서화평론’ <54> 난곡(蘭谷) 송민고(宋民古)의 폐추전가권(弊帚傳家卷)의 끝에 쓰다

이택용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12월 06일
독립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 잠곡 김육선생은 송민고의 시화에 대하여 논하면서 옛날에 이른바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하는 것들 가운데 글씨조차 뛰어나다고 하는 것은 들어 보지 못하였는데 송민고는 이들보다 한 등급 더 높아서 삼절의 칭호가 어찌 유독 당나라 정건 만 있겠는가. 내가 송민고의 재주를 보니, 당대의 시인과 묵객들이 그보다 앞서는 자가 없다고 말하며 그는 실의에 빠져 강호에서 헛되이 늙어 간 것의 이유를 알고 있다면서 옛 사람 가운데 시 때문에 궁해진 자는 두보, 그림 때문에 궁해진 자는 조패, 글씨 때문에 궁해진 자는 장욱이라 하고,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 있어도 족히 사람을 궁하게 하는데 하물며 이 세 가지를 겸하여 가지고 있는 데 있다. 정건이 궁한 것도 역시 삼절이 빌미가 되었다. 그러하나 한때 궁해졌다 하더라도 만대토록 통달하는 것을 나는 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가장 높은 것은 입덕이고, 그 다음은 입언이고, 그 다음은 입사이고, 그 다음은 입명으로, 그 등급은 비록 다르나 민멸되지 않고 칭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두보의 시와 조패의 그림, 장욱의 글씨는 궁하기가 심하였다. 몸이 죽은 뒤에 이름이 남아 있어 지금까지도 민멸되지 않고 있으니, 이는 통달하였다고 이를 만하다. 그러니 시가 능히 사람을 통달하게 하지, 궁하게 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는 말이 어찌 미덥지 아니한가. 그대에게는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가 있어서 한때에 부러움을 사고 천고토록 아름다운 이름을 전하게 되었다. 그러니 ‘떨어진 빗자루를 집안 대대로 전한다.’고 한 것은 단지 스스로 겸양해서 하는 말일 뿐이다. 송민고는 힘쓸지어다. 나는 또 이에 대하여 개탄하는 바가 있다. 그대의 재주를 가지고 실지공부에 힘을 쏟아 인에 의지하고 덕에 근거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흰 비단을 마련하는 것보다 뒤에 한다면, 비록 입덕하거나 입언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풍운의 기회를 만나 뜻을 펴고 이름을 드날리면서 가슴속에 품은 바를 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반드시 공로가 드러나서 한 시대를 격동시키고 후세에 빛나는 이름을 드리울 것이니, 이것이 어찌 한 가지 재예로 이름나는 것과 함께 논할 것이겠는가. 송민고는 힘쓸지어다. 내가 이미 송민고의 재주를 기이하게 여기고, 또 그의 신세가 불우하게 된 것을 애석하게 여긴다고 기록하였다.












  

‘난곡 송민고의 묵매도’




-진사(進士) 송민고(宋民古)의 폐추전가권(弊帚傳家卷)의 끝에 제(題)한 글-


좋기도 하다. 송민고(宋民古)의 시화(詩畵)여! 옛날에 이른바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하는 것들 가운데 글씨조차 뛰어나다고 하는 것은 들어 보지 못하였다. 그런즉 송민고는 이들보다 한 등급 더 높은 것이니, 삼절(三絶)의 칭호가 어찌 유독 당(唐) 나라 때 정건(鄭虔)에게만 있겠는가. 내가 송민고의 재주를 보니, 당대의 시인(詩人)과 묵객(墨客)들이 그보다 앞서는 자가 없다. 그런데도 윤락된 채 실의에 빠져 강호(江湖)에서 헛되이 늙어 간 것은 어째서인가.


아아, 슬프도다. 내가 그 까닭을 알고 있다. 옛 사람 가운데 시 때문에 궁해진 자는 두보(杜甫)이고, 그림 때문에 궁해진 자는 조패(曹霸)이고, 글씨 때문에 궁해진 자는 장욱(張旭)이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 있어도 족히 사람을 궁하게 하는데 하물며 이 세 가지를 겸하여 가지고 있는 데이겠는가. 정건이 궁한 것도 역시 삼절(三絶)이 빌미가 되었다.


비록 그러하나 한때 궁해졌다 하더라도 만대토록 통달하는 것을 나는 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가장 높은 것은 입덕(立德)이고, 그 다음은 입언(立言)이고, 그 다음은 입사(立事)이고, 그 다음은 입명(立名)으로, 그 등급은 비록 다르나 민멸되지 않고 칭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두보의 시와 조패의 그림, 장욱의 글씨는 궁하기가 심하였다. 그러나 몸이 죽은 뒤에 이름이 남아 있어 지금까지도 민멸되지 않고 있으니, 이는 통달하였다고 이를 만하다. 그러니 시가 능히 사람을 통달하게 하지, 궁하게 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는 말이 어찌 미덥지 아니한가.


그대에게는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가 있어서 한때에 부러움을 사고 천고토록 아름다운 이름을 전하게 되었다. 그러니 ‘떨어진 빗자루를 집안 대대로 전한다[弊帚傳家].’고 한 것은 단지 스스로 겸양해서 하는 말일 뿐이다. 송민고는 힘쓸지어다.


나는 또 이에 대하여 개탄하는 바가 있다. 그대의 재주를 가지고 실지(實地) 공부에 힘을 쏟아 인(仁)에 의지하고 덕(德)에 근거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흰 비단을 마련하는 것보다 뒤에 한다면, 비록 입덕하거나 입언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풍운(風雲)의 기회를 만나 뜻을 펴고 이름을 드날리면서 가슴속에 품은 바를 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반드시 공로가 드러나서 한 시대를 격동시키고 후세에 빛나는 이름을 드리울 것이니, 이것이 어찌 한 가지 재예(才藝)로 이름나는 것과 함께 논할 것이겠는가. 송민고는 힘쓸지어다. 내가 이미 송민고의 재주를 기이하게 여기고, 또 그의 신세가 불우하게 된 것을 애석하게 여기므로, 이에 말하는 바이다.


 


 



이택용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1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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