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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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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비극의 현장 당시 시무실>
6.25 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16일(음력 7월 2일) 미군 폭격기의 오폭으로 희생된 형곡동 (당시 시무실)주민 1백 수십명의 억울한 영혼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탑 건립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손홍섭, 박교상)의 활동은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숭고한 노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수십년간에 걸친 유가족들의 쓰라린 마음과 함께하기 위해 위령탑 건립에 나서기로 한 구미시의 입장 역시 역사성을 부여할 수 있는 고뇌의 일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동족 상잔의 비극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16일(음력 7월 2일) 오전 10시경, 기체 불명의 폭격기 몇 개 편대가 수 시간 동안 시무실을 맹폭하면서 마을은 삽시간에 비극의 먹구름으로 뒤덮혔고, 이 난리통에 1백 3십명을 훨씬 웃도는 주민과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피난민들이 집단 떼죽음을 당해야 했던 사건은 또 하나의 비극이었다. 심지어는 한 집안이 몰살될 만큼 그 참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후대의 한사람으로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인류는 시간과 국경을 초월하면서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보호하거나 복원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약소국들이 저항을 하고 나선 것도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였다. 또 내면에 깔린 속마음이야 어쨌든지 간에 인권 존중을 주창하는 미국을 위시한 일부 강대국들이 중동의 일부 국가 등을 제어하고 나서는 이유로 유린된 인권을 일으켜 세워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치이고,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 지향은 인류가 추구해야 할 절대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형곡동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위령탑 건립 노력에는 상당한 의미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령탑 건립이 자칫 미국과의 선린 우호적 감정을 헤칠 수 도 있다”는 일부 인사의 언행이 위령탑건립 추진위의 사업추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라거나 배상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동족 상잔의 비극 속에서 쓰러져간 한맺힌 영혼을 추모하겠다는 순수한 사업에 대해 미국과의 감정 훼손등을 운운하고 나선다면 이 또한 감내하기 힘든 불행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존중과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모든 인류가 발벗고 나선 이 엄연한 시대적 조류 속에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만일 그 발언이 사실이라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안보의 일정 몫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과의 우호적인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군에 의한 민간인 성폭행이나 폭력행위 등에 대해서도 무너지는 가슴을 억누른 채 입을 다물어야만 한다는 비극적인 논리에 접근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3월 미2사단 E(19) 일병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호프집 화장실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문모(28) 순경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력행위를 일삼았다.또 지난 2010년에는 경기도 동두천에서 주한미군이 10대 여학생을 성폭행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선린우호적 감정을 고려해 입을 다물어야만 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2010년 미국은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미국부 명의로 우리 정부에 공식사과를 했고,2013년 폭력사건에 대해서는 미군 사단장이 성명을 통해 "최근 미2사단 병사들이 저지른 부적절한 행동으로 60년 넘게 쌓아온 한·미 관계가 퇴색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미군은 대한민국 방어를 위해 한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 법 체계의 수사 및 조치를 기다리면서 해당 장병은 미 육군에서 추방당할 수 있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심지어 미군 전 장병에게 음주 금지와 주말 휴가 금지령을 내리기 까지 했다.
이러한 미국의 결단 이면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존중의 가치관 실현을 위해 자잘못을 명약관화하게 하지 않고서는 상호간의 신뢰와 돈독한 우정을 확고히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힘이 곧 정의’인 제국주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조용하게 흐르는 물이 바윗돌을 뚫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가 눈길을 끈다. 마음속에 흐르는 소리없는 증오와 원망의 감정은 흐르는 세월과 함께 견고하게 다져놓은 사랑과 우정의 바윗돌을 뜷는 힘이 되는 법이다.
오히려 더욱 더 돈독한 선린 우호와 사랑을 지향하려고 한다면 마음 속에 흐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개인 관계도 마찬가지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폭력으로 번지고, 이 와중에 생명을 위해하는 비극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상호간에 허심탄회하게 자잘못을 논하지 못했거나, 상처입은 마음을 다독여 주는 노력이 뒤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조용히 흐르는 물이 바윗돌을 뚫는 불행한 미래 역사를 극복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선린 우호적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서도 전쟁의 난리통이긴 했지만, 억울하게 생을 달리한 원혼을 달래고, 그 쓰라린 아픔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후손들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한 최소한의 의례인 위령탑 건립은 차질없이 추진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전제되어야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억울한 영혼과 역사 앞에 고개를 들 수 있을 것이고, 그 아픔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후손들과 함께 사랑의 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건립 추진위의 계획에 따르면 건립 장소를 구미시립중앙도서관 공원 내로 정한 위령탑은 2013년 2월 명각 대상자를 확정하고, 4월까지 조형물 공모, 6월까지 위령탑 건립공사 시행, 7월까지 공사를 마무리 짓도록 하고 있다.
추진위가 이렇게 일정을 잡은 것은 미군기의 오폭이 있었던 8월 16일(음력 7월 2일)에 맞춰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추모제를 연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 소중한 역사적인 일정을 시대착오적인 일부 주장으로 차질을 빚지 않게 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하는 바이다.
지난 4월 3일 여야 정치권의 모든 대표들은 제주 4.3 위령탑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해방 직후 남한 단독으로 선거를 실시하려는 이승만 정권에 반발한 남로당은 제주를 근거지로 한 가운데 무장투쟁에 나섰다. 이 와중에 무고한 제주인 수만명이 당시 군인등 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이날 여야 수뇌부들이 고개를 숙인 대상은 좌익과 우익이라는 이념이 아니라 무고하게 희생된 도민들이었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생명 존중의 보편적 절대가치 앞에 정치적인 진보와 보수의 논리를 떠나 여야가 한 마음이 된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비극의 아픔을 다소나마 추수려 담기 위한 순수한 위령탑 건립사업에 대해 제국주의 시대에나 있음직한 해괴망칙한 논리로 딴지를 거는 일은 제2의 불행을 초래하는 일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나무 한포기, 애완견 한 마리조차 존경하고 사랑하고 보다듬는 생명존중, 인간 존엄성 지향의 세상을 살고 있고, 그렇게 되기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