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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서화평론<97> 안견(安堅)의『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 안평대군이 제기(題記)를 쓰다

이택용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4년 03월 07일
독립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안견(安堅)이 그린 몽유도원도는 세종대왕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이 밤에 꿈꾸었던 도원(桃源)을 표현한 것으로 당시 최고의 화가였던 안견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가장 뛰어난 서예가였던 안평대군 본인이 제기를 친필로 썼으며, 박팽년·최항·신숙주·이개·하연·송처관·김담·고득종·강석덕·정인지·박연·김종서·이적·윤자운·이예·이현로·서거정·성삼문·김수온·만우·최수 등 21명의 명경(名卿) 문사들이 각기 시문을 짓고 써서 그야말로 시ㆍ서ㆍ화 삼절(三絶)의 경지를 구현한 작품이다.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 안평대군이 쓴 제기

1447년(세종 29) 4월 20일 밤에 바야흐로 자리에 누우니, 정신이 아른 하여 잠이 깊이 들므로 꿈도 꾸게 되었다. 그래서 박팽년과 더불어 한곳 산 아래에 당도하니, 층층의 멧부리가 우뚝 솟아나고 깊은 골짜기가 그윽한 채 아름다우며, 복숭아나무 수십 그루가 있고, 오솔길이 숲 밖에 다다르자, 여러 갈래가 나서 서성대며 어디로 갈 바를 몰랐었다. 한 사람을 만나니 산관야복(山冠野服)으로 길이 읍하며 나한테 이르기를 이 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휘어져 골짜기에 들어가면 도원이외다. 하므로, 나는 박팽년과 함께 말을 채찍질하여 찾아가니, 산벼랑이 울뚝불뚝하고 나무숲이 빽빽하며, 시내 길은 돌고 돌아서 거의 100굽이로 휘어져 사람을 홀리게 한다. 그 골짜기에 들어가니 마을이 넓고 티어서 2, 3리쯤 될 듯하여, 사방의 산이 바람벽처럼 치솟고,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데, 멀고 가까운 도화 숲이 어리비치어 붉은 놀이 떠오르고, 또 대나무 숲과 초가집이 있는데 싸리문은 반쯤 닫히고, 흙 담은 이미 무너졌으며 닭과 개와 소와 말은 없고, 앞 시내에 오직 조각배가 있어 물결을 따라 오락가락하니 정경이 소슬하여 신선의 마을과 같았다.

이에 주저하며 둘러보기를 오래 하고, 박팽년한테 이르기를 바위에다 가래를 걸치고 골짜기를 뚫어 집을 지었다. 더니, 어찌 이를 두고 이름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도원동이다. 라고 하였다. 곁에 두어 사람이 있으니 바로 최항, 신숙주 등인데, 함께 시운을 지은 자들이다. 서로 집신감발을 하고 오르내리며 실컷 구경을 하다가 문득 깨었다. 아아! 번화한 도시와 큰 읍은 진실로 번화한 벼슬아치의 노니는 곳이요, 깊은 골짜기와 깎아지른 언덕은 유잠(幽潛)한 은사의 깃드는 곳이다. 이러므로 몸에 청자(靑紫)가 얽힌 자는 족적이 산림에 다다를 수 없고, 천석으로 성정을 도야하는 자는 꿈에도 조정을 그리지 않나니, 대개 정적하고 조급함이 길이 다른 것은 이치의 필연이다.

옛 사람의 말에 낮에 한 일이 밤에 꿈이 된다. 라고 하였으니, 나는 대궐 안에 몸을 의탁하여 밤낮으로 왕사에 종사하고 있는데 어찌 꿈이 산림에 이르렀으며, 나의 좋아하는 친구가 하도 많은데 어찌 반드시 도원에 노닐면서 이 두어 사람만 동행하게 되었는가. 아마도 그 천성이 유벽한 것을 즐겨 본시 천석의 회포를 지녔으며, 또 이 두어 분과 더불어 사귐이 특히 두터웠던 까닭에 이렇게 된 것인 듯하다. 이제 안견으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하였으나, 다만 옛날 말한 그 도원도 역시 이와 같았는지는 모르겠다. 훗날 보는 자가 옛 그림을 구해서 내 꿈과 비교한다면 반드시 가부의 말이 있을 것이다. 꿈 깬 뒤 3일 만에 그림이 완성되었기로 비해당(匪懈堂)의 매죽헌(梅竹軒)에서 이 글을 쓴다.

 

 

 

  ▶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이택용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4년 03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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