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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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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겸재(謙齋) 정선(鄭敾)의『만폭동도(萬瀑洞圖)』란 그림이다. 그림을 바라보노라면 영락없이 귓전을 울려오는 소리가 있다. 바로 판소리 수중가중의 중중모리 고고천변(皐皐天邊)인데, 자라가 뭍에 올라 난생 처음 명산구경을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 이 그림은 음악이다. 넓은 계곡을 휩쓰는 골바람이 온 산을 한 무리 악사로 여겨 한결같은 장단으로 흔들어대면, 탄력 넘치는 붓질로 신명나게 뽑아 올린 노송줄기는 굵었다, 가늘었다. 흥겨운 가락을 타며 자연의 춤사위를 보였다. 그러자 콸콸 쏟아져 내리는 여울물이 이리 돌고 저리 곤두박질치다가 깊은 못에 이르러 제멋에 겨워 빙빙 도니, 그림 속에는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없다. 신령한 산 기운이 연달아 찍어 내린 바위 결 사이 뽀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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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만폭동도(萬瀑洞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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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畵題) 글씨도 날아갈 듯하다. 이 말은 본래 중국의 명산을 읊었던 동진(東晉) 때의 화가 고개지(顧愷之)의 절창(絶唱)이나, 이곳에 더 걸맞다. 그것은 작품이 사선위주 구성으로 속도감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오른편 아래 앞 뒷산의 가파른 윤곽선이 너럭바위 주변 비스듬한 송림으로 여러 번 반복되며 메아리치고, 대소 향로봉은 이와 어긋나게 왼쪽 위로 불끈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교차하는 이 두 흐름이 칼날 같은 좌 선암에 함께 반영되었으니, 아래로 흐르는듯 하다가 직각으로 꺾여 멈춰 섰다. 하지만 화폭이 온통 대각선 운동으로 들썩거리면 역동적이기는 해도 안정감을 잃기 쉽다. 그래서 그는 유람객 뒤에 오인봉을 화폭 중앙에 똑바로 세웠고, 너럭바위를 에둘러 물과 아지랑이로 적당한 여백을 주었다.
▶정선(鄭敾)의『만폭동도(萬瀑洞圖)』에 화제를 씀
千巖競秀, 萬壑爭流, 艸木蒙籠上, 若雲興霞蔚. 顧愷之.
천 개의 바윗돌 다투어 빼어나고, 만 줄기 계곡물 뒤질세라 내닫는데. 초목이 그 위를 덮고 우거지니, 구름이 일고 아지랑이 자욱하네. 중국 동진(東晉)때의 화가 고개지(顧愷之)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