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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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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수월당(水月堂) 임희지(林熙之)의『노모도(老貌圖)』란 그림이다. 그는 조선후기에 대나무와 난초를 잘 그리는 문인화가로, 그 솜씨는 당대 예림의 총수라 불린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과 겨룰 정도였다. 그의 난초 그림은 날렵해서 교태가 흐른다. 미색이 출중한 여인의 둔부처럼 아찔한 모습의 난초도 그렸다. 그는 얼굴이 잘났고, 노는 짓이 풍류에 넘쳤다. 벼슬이라 봤자 역관을 지낸 중인 출신이지만, 배포가 커서 행실이 거침없었다. 친구들과 뱃놀이를 나갔다가 거친 풍랑을 만나자 다른 이들은 하얗게 질렸는데, 그는 나뭇잎만한 배안에서 덩실 춤을 추었다. 기겁한 친구들이 붙들어 앉히며, 나무라자 그는 도리어 큰소리쳤다. '죽음이야 언제든 닥칠 수 있지만 이런 장쾌한 광경은 평생 처음 본다. 어찌 춤을 안 추고 배기겠는가.' 그는 통 큰 행보에 걸맞게 남이 헐뜯는 말에도 개의치 않았다. 다 찌그러진 집에 살면서 그는 손바닥 크기의 마당에다 연못을 팠다. 물이 나오지 않자 그는 쌀뜨물을 채워 놓고 밤마다 쳐다보았다. 누가 의아해서 물었더니 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달이 물의 낯짝을 가려가면서 비치던가.' 라고, 그는 별호가 그래서 수월헌(水月軒)이다. 그는 한마디로 기인이었다.
이 그림은 희귀한 동물화그림이다. 중국의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모(貌)는 상상의 동물이다. 이놈은 부엌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가 나중에 부엌을 지키는 신으로 등극했다. 일종의 부엌귀신이라고 할까. 그는 모를 개처럼 그렸다. 화면 아래위로 길게 묘사된 모는 치켜든 꼬리를 좌우로 흔들고 있다. 몸은 시커먼 털북숭이고 발톱은 호랑이처럼 날카롭다. 눈은 동그랗게 치켜뜨고 코와 혀는 붉은색인데, 귀 주변의 털이 부숭부숭한 모습에서 무섭기보다, 외래종 애완견 같은 귀염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는 1817년(순조 17) 동짓날 뒤에 그린 지두화이다. 붓 대신 손가락과 손톱으로 그렸지만, 노련한 기량이 엿보인다. 상상의 동물이지만, 마치 세상 어느 구석에선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닐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가 무엇에 쓰려고 이런 흉측한 괴물을 그렸을까. 화면 상단과 중앙에 그가 적어 놓은 화제가 있다. 호탕하고도 어기찬 그의 걸물이었다. 세상의 데데한 좀팽이들은 다 물리치고 싶지 않았을까.
▶임희지(林熙之)의『노모도(老貌圖)』에 화제를 씀
우측 상단화제 丁丑冬至後三日水月道人指頭表意. 1817년(순조 17) 동짓날이 지난 3일후에 수월도인(水月道人) 임희지(林熙之)가 손가락 끝으로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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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당 임희지의『노모도(老貌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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