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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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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밤이 바뀌어서인지 잠을 못 이룬데다 별 두개 호텔(사실 장급 여관도 아닌 여인숙 정도)의 난방시설은 아예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패딩까지 입고도 이가 딱딱 부딪치는 방안에 선잠을 깨었습니다만 창밖의 광경은 설국, 그 아름다운 상상 그 자체였습니다.
여행인도자 역시 13년 동안 이 생활했는데 겨우 두 번 째보는 눈 풍경이라며 풍성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인지 맡은 일의 수행에서의 문제발생여부로 고민이 되는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제설차 한 대 없는 지역, 그리고 아예 제설작업 조차하지 않는 고속도로를 두 시간 이상 달려야 오늘의 목적지에 다다르니…….이러다가 오늘 스케줄 자체를 망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20여 년 전의 일이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어둑어둑한 아침, 선잠에 화장실을 간 사이에 정전이 된 것이지요. 어두움을 피해 밖으로 나오니 여기저기서 웅성웅성하고......, 가이드는 마치 자신의 잘못인양 가로등마저 꺼진 상태이니 이 호텔 탓만을 할 수가 없다며 동동걸음을 칩니다.
머리에 물기를 안전히 없애지 못한 채 식당에 들어서니 대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위엔 가느다란 촛불이 일렁이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며 빵조각과 음료를 가져오면서 20여 년 전 동티모르에서 흑암속의 만찬이 생각났습니다. 딴 생각하느라고 탁자에 다리를 부딪쳐 지금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G7 이라는 이태리, 그것도 섬유와 패션 그리고 관광의 도시 밀라노 시가 온통 암흑천지가 되었습니다. 눈이 많지 않는 밀라노이니 이런 이상기후에 대비한 전력의 끊김도 상상하지 못했다합니다
그러면서도 발전시설이 부족한 이유는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발전소 건설을 저지당했을 뿐 아니라 이웃 프랑스 등에서 사오는 전기마저 이상 기후에 흔들리지만 정전을 그리 급한 문제라 보지 않은 국민성 등이 총체적으로 작동한 것이랍니다.
그와는 달리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는 나라, 끊임없는 내전으로 장정은 그이 없고.......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착취수단이었던 커피나무에 생 열매를 파는 것으로 생활하는 가난한 나라에 초청을 받아 구경을 겸해서 다른 지원을 약속하는 일원으로 동티모르를 방문했습니다.
온통 단층짜리의 허름한 풀로 만든 집(대통령궁 이라 해서 잔뜩 기대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초가집 좀 큰 것 내지 몇 채를 붙여놓은 듯 했습니다)중에 우리나라 대사관과 영빈관(우리나라 기업이 지어준 집이랍니다)만이 2층집으로는 전부라 합니다.
영부인이 초대한 만찬에는 가득한 먹을거리와 손님으로 찾습니다. 공식적인 순서를 마치고 식탁에 앉은 순간 정전이 되었습니다. 당황한 대사관 직원과 달리 영부인들의 수행원은 흔히 있는 일 인양 능수능란하게 밖에 있는 차들의 헤드라이트를 비추기 시작했고, 웃고 떠들며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모르게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이웃에 붙어있는 말레이시아에서 혹은 호주에서 전기를 수입하니 정전은 다반사랍니다.
원해서 돈을 내고 가는 여행과 초청을 받은 여행, 부자나라의 휘황찬란한 도시와 가난한 열사의 촌 동네 같은 모습, 영빈관과 호텔 식당, 저녁 만찬과 아침식사…….참 많이 다릅니다만 깜깜함 아래 끼니를 때우는 것은 같았습니다.
아울러 전기사용을 후대에 대한 미안함으로 여기고 조금 불편한 것을 웃을 줄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 무한히 작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밀양과 청도의 할머니들과 동행한답시고 한두 번 방문으로만 위안했던 것에 죄송함이 넘칩니다. 그분들이 바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은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