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북문화신문 |
|
열흘 전 8남매 맏이인 아버지 같은 형님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80을 훨씬 넘긴 분이니 살만큼 사셨다 해도 안타깝기는 말로 표현하기가 힘이 듭니다. 비록 온 몸은 종합병동이었지만 아침에 집에서 나와서 동네 한 바퀴 걷고, 친한 벗님들과 만나 지하철 1, 2, 3호 선 모두 왕복한 다음, 서문시장에서 칼국수 한 그릇, 오후엔 도서관에 들러 그날 신문이며 잡지를 읽는 것이 일상이었답니다.
그러던 중 설계사인 딸 부부가 제주도에 맡은 일이 있어 핑계 겸 형님 부부에게 관광을 제안했고........, 형님은 소풍가는 아이처럼 입을 옷과 신발을 정리하시고는 60여년전 제주도에서의 군 생활을 떠올리며 싱글벙글하시던 들뜬 모습이 생전에 본 마지막이었습니다.
첫날 여행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샤워하다가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시더니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 숨을 거두셨답니다. 객사였지요. 대구의 장례식장에서 3일간은 간간이 들리는 울음소리와 달리 '잘 되셨다'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나왔습니다. 80세 이상을 살다가 즐거이 여행하다가 오래 혹은 큰 고통없이, 또 그 누구도 너무 힘들게 하지않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는 소식에 형님의 지인들은 '복 받은 사람'이니 '조상 3대가 선했던 모양이니'하시며 부러워하는 모습이 넘쳐났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어 죽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고 '장수는 복 중의 으뜸'이며 오래 살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은 양의 동서나 때의 고금을 가리지않고 있고 넘쳐나는 시대에서 죽음에 대한 부러움을 받는 것이 어색합니다만.......
그런데 이와는 달리 최근에 나온 책에는 '오래 산다는 것은 악몽'이고, '노후파산'으로 대부분의 독거 노인 세대가 맞이할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일본 NHK 스페셜 제작팀이 노인의 건강문제를 다룬 '치매환자 800만 명 시대-고립되는 치매고령자'라는 홀로 사는 치매 고령자의 문제를 방송한 후 그 후속편으로 노인들의 경제문제를 다루면서 '(노년기) 생활의 파산을 맞이하고는 한 끼의 식사조차 변변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한 많은 일본의 노인들의 경제문제를 다루면서 평범하게 살아온 직장인들이 '오래 사는 것이 악몽인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 될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샐러리 멘이 직장에서 연금보험에 가입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 은퇴하게 되고 그 후 월 60만원(우리돈으로 환산해서)이상의 돈으로 기본적인 생존은 가능하다해도 노후의 질병이나 사고로 큰 돈이 들어가는 문제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바로 파산하고 결국 '통장에서 잔고가 떨어지기 전에 죽기를 바라는' 실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NHK스페셜 팀,'노후파산, 다산북스, 2016)
이 문제는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독거노인의 수는 약 125만 명으로 매년 그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30년 후이면 3배인 35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도(통계청, 2015)나 "65세 이상 인구 4명 중 3명은 삶에 불만족하거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데에는 불안정한 경제 여건이 최대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 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66~75세 빈곤 율은 45.6%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1.0%를 크게 웃돌면서 세계 최고에 랭크돼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도 올해 30%를 넘어섰다"(헤럴드 경제. 2015.10)는 보도는 우리나라에서의 노인문제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에 의한 문제점이 가장 크고 이는 저자가 말하는 (보통의 사람들이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노후파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함이 있습니다.
또 65세 이상의 노인에 삶의 만족도를 물은 통계에서 30%가 불만족 혹은 매우 불만이라고 했다는 것은 10명에 3명은 지금도 장수는 악몽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전국의 어느 곳에서나 볼수 있는 노인요양기관에는 치매, 뇌졸중 등 스스로는 생활이 불가하신 어르신 분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이 살아계신다 함은 단지 숨쉬고, 마시고 먹는 것, 배설 그리고 자는 것 즉 본능에 따른 이외에는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시고 계십니다. 이분들에게 장수는 절대로 축복이 아니지요, 노인 자살률 세계1위인 우리에게는 오래 사는 것을 기뻐하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란 그만큼 더 가진 사람, 그만큼 더 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지요.
지금 우리나라의 7, 8~90대는 크던 적던 간에 식민지, 한국전쟁, 쿠데타, 민주화 등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모두 다 겪은 세대이면서도 주린 배를 안고 자녀들을 가르친 분들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자식이란 희망'이고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이었습니다만 반세기가 지나지 않아 화살처럼 빨리 변하는 상황,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헌법으로 정해놓고, 유럽의 선진국이 아니라 하더라도 OECD국가라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며, 동시에 국가는 반드시 지킬 의무가 있는 '원칙이자 국민적 합의'이지만, 정권을 잡은 자는 돈이 없다며 엿장수처럼 자기 마음에 따라 더 주겠다, 안주겠다고 늘였다, 줄였다하지만 정말 필요 없는 곳에는 돈을 물 쓰듯 뿌립니다.
이제 기차표도, 영화 관람도 반값만 내어도 되는 나이를 앞에 두고 앞으로 몇 년후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근근히 견디어 온 것도 다행이지만 여기 저기 편한 곳이 없어지고 아내나 자신에게 그 흔한 노인 질환이라도 겪게 되면 바로 파산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안타깝고, 그만큼 '오래 사는 것은 악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살포시 떠난 형님이 부럽기까지 한 것은 단지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