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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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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연기가 맑은 하늘을 아련하게 포개안고, 새마을 노래가 골목길을 따라 새벽잠을 일깨우던 1970년대 가을 어느 날, 까까머리를 한 19세의 소년이 의성군 안계면의 어느 시골길을 따라 읍내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동구 밖까지 걸어나온 어머니는 그 소년이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댔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적소리가 밀물지는 시골길, 세상으로 향하는 소년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로부터 41년 후인 2016년 6월, 그 소년은 60대 초반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등짐진 채 인생 2막을 함께할 동반자와 함께 청중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인생은 회자정리다.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게 된다"는 엄연한 이 인생의 법칙 앞에서는 독일병정(김관용 지사가 구미시장 시절 붙여 준 별칭)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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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만 41년간의 공직을 마무리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갑니다. 오랜 공직 생활 동안 여러 번의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선후배 공무원 가족 여러분들의 따뜻한 배려로 무사히 떠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독일병정(?)의 눈가에는 제2의 인생을 개척하겠다는 또 다른 의지와 당당함이 살아 넘쳤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수영 구미시 안전행정국장. 1970년대 의성군 안계면 시골마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만 19세에 면서기로 출발해 지방직 공무원의 최고봉인 서기관에 오른 이 국장은 이제, 이임식을 끝으로 19세의 추억이 아련하게 살아 있는 고향 의성으로 귀향할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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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소개에 이어 단상에 오른 이 국장은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임사 서두를 이렇게 읽어내렸다.
“고향 의성에서 9급 면서기로 출발해 군생활을 포함한 6년 11개월이라는 젊은 세월을 뒤로한 채 오늘에 이르까지 구미에서 34년 1개월을 근무하면서 4급 서기관까지 했습니다. 구미시청은 터가 좋은 것 같습니다. ‘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한다’는데 저 같이 시골 촌놈이 국장까지 했으니, 조상의 은덕과 금오산 정기를 톡톡하게 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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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국장은 41년간 사수(?)해 온 자신의 독특한 성격과 ‘별난 성질’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 후배 공무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어떻게 보면 제가 승진한 것은 일을 잘해 서가 아니라 더러운 성질 하나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없이 결재하기 위해 찾는 직원에게는 가끔 꾸중도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마음에 상처를 받은 분이 계신다면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를 해 주시고, 좋은 일들만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사람을 한번 믿으면 의리만큼은 지킵니다. 성질이 좀 별나서 그렇지, 그러나 성질도 아무한테나 내지 않습니다. 쫌 그렇고 그런 사람한테 냅니다. 이쁘게 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국장은 34년여 동안 구미시와 동고동락을 함께해 온 지나 온 세월을 회상하면서, 직접 지은 6행시 ‘안전도시 구미’로 이임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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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행시에서 이 국장은 특히 “자신의 이익만을 주장하지 말고, 개인보다는 시청이라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달라”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대한 당부와 함께 “시련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고통을 스스로 이겨낸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직접 체감한 교훈 문구도 조심스레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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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정 고운정 모두를 가슴에 품고 공직을 떠난다”는 이국장은 또 “승진에 목매지 말라”면서 “마응을 편히 하기 위해선 운칠기삼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인생사 모든 결정은 본인의 능력보다 운이 따라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충언이었다.
그리고 이 국장은 여름햇살이 뉘엿뉘엿 저무는 석양을 마주한 채 이렇게 이임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중국 사마천은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목숨까지 바칠 정도는 아니어도 나를 알아주는 이에게 정성을 다한다면 성공적인 공직 생활이 될 것입니다”
회자정리이지만, 거자 필반이다.
이제, 인생2막을 고향 농촌에서 보내기 위해 발길을 옮기는 이국장의 이맛살에는 읍내로 향하던 19세의 소년에게 손을 흔들던 동구 밖 어머니의 아련한 세월이 물결쳤다.
이 국장은,회자정리이지만,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거자 필반의 길을 따라 걸어갔다. 34년의 이향세월을 마치고, 고향으로 향해 걷는 시골길에는 인생 2막을 함께할 아름다운 동반자가 함께 하고 있었다. 아련하게 다가왔지만 외로워 보이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