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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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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상식이 통하는 구미시민들’이라는 짧지 않은 이름을 가진 밴드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초대장을 보낸 분이 20여년전 부터 아는 사람이었고 더구나 같이 마음을 모아 일한 적이 있는 반가운 분이어서 바로 그 초대에 응했습니다.
또 밴드의 이름이 초대에 바로 응한 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상식(common sense)이란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라고 사전은 풀어줍니다. 따라서 상식은 통, 불통을 논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유, 무 혹은 다 소를 말하는 말씨이고사람이 살아가는 데 서로의 생각이 통하지 않는다면 질서자체가 허물어질 것이고 뒤죽박죽 되는 일이 다반사임에도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이 특이해기 때문입니다.
하여 사전적인 해석 가운데 ‘일반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할 판단력’이라는 내용에 방점을 두고 나름의 생각에 따라 정리해 봅니다.
첫째는 이웃이 위급한 상황에 모른 척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길임을 인식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 상식에 따라 실천하는 구미시민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2001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11분 짜리 중국 단편 영화 <버스 44>의 내용입니다. ‘외딴 시골 길을 여 운전사의 버스가 한가로이 달립니다. 손을 들면 차를 세워 태우는 옛날 우리나라의 시골버스처럼 말입니다. 건강한 두 젊은이가 손을 들었고 차를 오릅니다. 얼마후 갑자기 그들은 강도로 돌변하더니 버스 안을 공포와 광란의 현장으로 몰아 갑니다. 그들은 여자 운전사를 끌어내고는 돈 통의 돈을 모두 빼앗고, 풀숲에 데려가 차례로 성폭행을 저지릅니다. 10여명의 승객은 숨죽이고 쳐다보기만 할 뿐 찍 소리조차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그런데 승객 중 한 젊은이가 내려가서는 강도들에게 대항하다가는 흠씬 두들겨 맞고 칼에 찔려 피를 줄줄 흘리며 쓰러집니다.
욕망을 채운 강도들은 여자 기사를 앞장세우고는 다시 차에 올라 출발을 명합니다. 시동을 거는 데 조금 전 자기가 능욕 당하는 현장에 내려와 두들겨 맞으며 말린 사람이 피를 흘리며 차에 오르려하자 그 여자 운전사는 ‘저 사람이 있으면 운전할 수 없다’고 부끄러운 것인지 아니면 분풀이를 하는 것인지 외칩니다. 멍투성이가 된 젊은이는 ‘이런 상태로 여기 한적한 곳에 내버리면 어떡하느냐’고 안타까운 눈초리로 애원합니다만 차안에 있는 다른 승객이나 강도 사나이는 억지로, 눈총으로 그를 길가에 버려두고 떠납니다. 얼마간 걷다가 젊은이는 다른 차를 얻어 타고 계곡을 지납니다. 그때 주위가 웅성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계곡에는 조금 전 자기가 탓던 버스가 천길 낭떠러지 밑에 쳐 박혀있었습니다.‘
세월호 문제, 위안부문제, 사드문제......오늘의 모든 문제에 대하여 여러분이 취하고 있는 모습은 어디에 있습니까? 조폭과 같은 위협에 못 본 척하고 외면하지는 않습니까? 사람이면 최소한 가져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 상식이고 그런 측면에서 내 모습은 승객의 한 사람입니까? 흠씬 두들겨 맞고 내버려진 청년입니까? 결론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져야 할 최소한의 상식이 이깁니다. 못 본척, 두려워 눈감고 있었던 사람들은 낭떠러지에 떨어져 몰살당하는 이 영화의 외침에 눈감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둘째는 길들여진 상식이 아닌 문제를 근본에서 읽어내는 상식적인 모습닙니다.
‘바나나 바구니를 장대에 달아놓은 우리에 이틀을 굶긴 원숭이 4마리를 풀어 놓습니다. 원숭이들은 미친 듯이 장대를 올라갑니다. 그런데 실험자는 원숭이들의 손이 바나나에 닿을 무렵 수도 호스로 물을 강하게 쏩니다. 그러자 물을 싫어하는 원숭이는 물벼락에 놀라 화들짝 내려옵니다. 그날 내내 힐끔힐끔 쳐다볼 뿐 장대에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다음 날 4마리 중 2마리는 빼고 역시 이틀을 굶긴 다른 원숭이 두 마리를 포함하여 다시 우리에 넣습니다. 신참 원숭이 두 마리는 장대를 황급하게 장대를 오르려는데 올라가면 물세례를 맞는 다는 사실을 아는 원숭이는 신참들을 올라가지 못하게 끌어냅니다. 반항하면 할퀴기 까지 하면서요. 제3일, 처음 두 마리마저 뺀 다음 역시 이틀을 굶긴 원숭이 두 마리를 우리에 넣으면 역시 그 원숭이들은 장애를 올라가려하고 둘째 날에 들어온 원숭이들은 장대에 올라가는 원숭이를 때리고 할퀴면서 장대에 못 올라가게 합니다. 물 호스는 아예 빼 농은 상태인데 말입니다. 장대위에 올라가도 아무 일없이 바나나를 얻을 수 있는 데 말입니다(정재승, 카이스트 명강02, 1.4킬로의 우주, 뇌. 사이언스북스, 2014).
비슷한 이야기로 셀리그만이라는 학자가 한 '학습된 무력감'에도 밝혀져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개에게 40회 정도의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준 후 피할 수 있는 환경을 주었는 데도 여전히 개는 충격을 피하려 하지않았습니다. 이미 개는 무력감을 학습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문제의 제기에서부터 진행 나아가 결론까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상식적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즉 문제의 정당성, 근원, 필연적인 결말 등을 상정하지 않고 우선 나타난 상황에 대하여 옳음을 주장하고 그것으로만 대처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는 싸드의 성주지역에 배치라는 문제를 놓고 마치 화난 원숭이 실험처럼 전자파 문제, 소음문제 등 문제의 근본은 나눈 채 현상만을 이야기 할 때는 조작하는 입장에서 만들어 내는 반박으로 우리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억지논리가 기를 펴게 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데모하면 종북 운운하고, 전문적인 데모꾼들의 준동이라는 논리는 만들어 내는 케이블 TV, 그것이 상식이라며 떠드는 소위 보수 우익이 모습을 과감하게 떨쳐버리는 상식이 당장 필요합니다. 최근 TV조선이 전문 데모꾼 운운에 대하여 성주 군민의 항의는 가장 상식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해석이었습니다.
결국 상식이 통한다는 말은 눈 앞에 들어난 사실, 혹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는 굴레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사드의 성주지역의 설치는 청일전쟁 이후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결구도에서 한반도 상황, 미국의 전쟁(무력)을 통한 달러 패권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과 공부, 나아가 논의가 우리가 사는 이지역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 것임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