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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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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필가인 권현숙 씨가 최근 수필집 ‘바람 속에 들다’(책나무 출판사)를 출간했다.
‘오래도록 써 온 나의 닉네임은 소담이다. 작은 연못이라는 뜻이다. 소심한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닉네임 만큼이나 내 글들 역시 소심하기 짝이 없다. 일상의 소소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툭하면 푸념으로 쏟아져 한숨이고 눈물바람이다.’가 실려있는 작가의 서문은 겸손이다.
겸손이라는 필체로 써 내린 글의 골 깊은 곳에는 인간의 향내가 묻어난다. 겸손지덕의 알곡이어서 씹어삼키기 편하고, 삼키면 자양분이 된다.
1장-그랬더라면, 2장-바람 속에 들다, 3장-자객, 4장-길 고양이, 5장 도깨비뜨물, 6장-아름다운 흠 등에 걸쳐 쓴 48편의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보면 ‘가장 평범한 것이 소중하고, 그 소중함 속에 뜨거운 가슴을 담그고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타일러 준다.
‘누가 그녀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날아드는 돌이 없어도 평생토록 아파하며 살아갈 그녀,아픔일랑 잊은 듯 묻어두고 어디서든 부디 튼실하게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다.포실한 삶터에서 올망졸망 사랑스런 감자들 참하게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감자 싹> 중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해, 귀갓길에 강간을 당했다는 미혼모에게 보내는 작가의 응원가는 가슴이 아려올 만큼 아름답다.
삶 자체를 사랑으로 물들이려면 슬픔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슬픔이라는 깊고 어두운 터전에 뿌리를 치고 일어선 잎새들이 녹음으로 어우러져야 그 녹음의 품 속에서 길고도 먼 길을 가는 삶들이 잠시 쉬고 갈수가 있다. 슬픔을 승화했을 때 진정한 사랑이 태생하고, 그 사랑이 아름답고 고운 삶을 꾸려나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작품, ‘바람 속에 들다’에서 작가는 슬픔을 사랑으로 승화하고, 실천해 나가는 삶의 단편을 이렇게 써 내리고 있다.
“병마가 항우장사 같던 시숙을 한순간에 쓰러뜨렸다. 휘몰아친 돌풍에 우리는 방향을 잃고 부유했다. 식구들의 가슴은 점점 너덜겅이 되어갔다.
마흔 중반, 한창 창창해야 할 나이에 가랑잎처럼 바싹 말라가는 맏아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심정이야 오죽했으랴. 어느 늦가을, 떨어져 내리는 낙엽처럼 시숙은 바람을 타고 그렇게 떠나셨다. 어머님은 날마다 속울음을 삼키셨다. 명절이면 눈물은 몇 곱으로 변했으리라.바람은 또 다른 바람을 불러오는가. 볕살 좋던 어느 봄날, 어머님이 풍으로 쓰러지셨다. 든든한 방풍림 같던 맏아들을 떠나보낸 충격으로 바람 앞에 맥없이 무너지셨다. 머릿속이 하애지고 눈앞이 캄캄했다. 혼란스럽고 막막했다. 그렇게 훌쩍 떠나 버리신 시숙이 야속하고도 야속했다.
졸지에 장남 아닌 장남이 되어 버린 남편, 감당해야 할 현실은 버겁기만 하다. 아버님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을 대신해 일흔이 넘어 초보 주부가 되셨다...“
‘바람 속에 들다’를 써 내린 작가는 이미, 바람이 돼 있다. 슬픔을 승화하지 않는 삶은 바람이 될 수가 없다. 그 바람이 되어서 별리의 아픔들과 사랑을 주워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써 내린 작품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권현숙 작가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작가는 예천 출신의 남편 지대근 구미시청 복지기획계장과 구미시에서 삶을 일구고 있다.
1994년 매일신문사 주최 여성 백일장 수상을 계기로 2007년 월간 수필문학에 ‘마루’로 등단했다. 구미수필문학회, 대구수필가협회, 한국 근로자문화예술인 문학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경북문화신문이 주관하는 어린이 종합예술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미래 문학을 이끌 문재들을 길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