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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서화평론<187> 이광사(李匡師)가『지리산 천은사(智異山泉隱寺)』의 현판을 쓰다

온라인 뉴스부 기자 / 입력 : 2017년 03월 24일
독립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이광사가『지리산 천은사(智異山泉隱寺)』의 현판을 쓴 글씨이다. 그는 어려서 정제두(鄭齊斗)에게 양명학을 배우고, 윤순(尹淳)에게 정통서예를 배웠다. 그러나 신지도(薪智島) 유배지의 절해고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법의 한계를 떨쳐 내고, 획 하나 하나의 리듬에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아냈다. 그의 글씨는 조화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조화롭고, 어리숙한듯 하면서도 볼수록 정감이 느껴지는 생명을 담아냈다. 김정희(金正喜)가 1840년 제주로 귀양 가는 길에 친구인 일지암(一枝菴)의 초의선사에게 들러 초의에게 조선의 글씨를 다 망쳐 놓은 것이 이광사인데, 어떻게 그가 쓴 대웅보전 현판을 걸어놓을 수 있는가? 라며 내리라고 했다가, 9년 후 귀양이 풀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다시 들러 '옛날 내가 귀양길에 내리라고 했던 이광사의 현판을 다시 걸어 놓으라.' 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러한 그의 글씨는 조선 중기에서 후기로 이어지는 18세기 초에는 서화사(書畵史)에서 민족 특유의 자각이 싹트는 시기였다. 그림에서는 정선(鄭敾)이 조선의 산야를 그려내는 진경산수화풍을 전개했고, 글씨에서는 이서(李漵)와 서화가이며 이서의 친구인 윤두서(尹斗緖)가 중국의 글씨체만 본받을 것이 아니라 진정한 조선의 글씨를 써보자고 시도한 것이 소위 동국진체(東國眞體)이다. 이러한 동국진체는 완도의 신지도에서 귀양살이하는 그에 의하여 1764년 원교서결(圓嶠書訣)을 써서 완성시켰다. 자연스러움과 근 골격, 전서와 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왕희지체(王羲之體)를 본받았으나 우리 민족 고유의 생명력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과 조선의 서법을 역사적으로 상호비교하고 조선특유의 서법을 밝혔으며, 동국진체라고 하는 조선고유서체의 형성과정과 이론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글씨는 천은사에 써준 편액이다. 천은사는 원래 이름이 감로사(甘露寺)인데 숙종 때 중건하면서 샘가의 구렁이를 잡아 죽이자 샘이 사라졌다고 해서 '샘이 숨었다.' 는 천은사(泉隱寺)로 개명했다. 그 뒤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일자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주는 구렁이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두려워했는데, 이광사가 물 흐르는 듯한 수체(水體)로『지리산 천은사』라고 써준 편액 글을 일주문에 건 뒤부터 화재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고요한 새벽에 일주문에 귀를 기울이면 현판에서 신운(神韻)의 물소리가 들린다고 전한다. 그는 글에는 온몸과 영혼이 실린 신기(神氣)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광사(李匡師)가『지리산 천은사』의 현판을 씀
智異山泉隱寺. 천은사 일주문에 걸린『지리산 천은사(智異山泉隱寺)』현판글씨이다.
↑↑ ▶원교 이광사의『지리산 천은사(智異山泉隱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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