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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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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 인간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명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자 제우스는 그 대가로 인간에게 재앙을 내리기로 한다. 제우스의 명령에 의해 헤파이토스는 여성의 몸과 생명을 만들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아테나는 아름다운 옷감을, 헤르메스는 언변술을 선물로 준다. 그래서 이 여성의 이름은 ‘온갖 선물을 받았다’는 의미를 지닌 판도라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아우 에피메테우스가 모든 재능을 동물들에게 다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을 인간에게 선물로 주었으므로, 제우스의 표적은 바로 에피메테우스. 이를 안 프로메테우스가 아우에게 제우스의 선물을 절대 받지 말라고 했지만, 첫눈에 반한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제우스는 기다렸다는 듯 그들 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상자 하나를 주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열지 말라’고 말한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판도라가 어느날 상자를 열게 되고, 열자마자 장차 인간이 겪게 될 증오, 질투, 잔인성, 분노, 굶주림, 가난, 고통, 질병, 노화 등이 쏟아져 나온다. 놀란 판도라가 급히 상자를 닫자, 상자에 남은 것은 ‘희망’이었는데, 그 뒤로 인간들은 갖가지 불행에 시달리면서도 희망만은 고이고이 간직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지구 얘기를 해보자. 지구 생태계의 관계망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들로 이루어져 있다. 뭇 생명들은 ‘생명권’이 있음에도, 인간은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생명들은 인간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생명이지만 오직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마땅히 그 생명들에 권리부여를 거부한다. 동물권을 포함한 생명권 논의 자체를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인 것이다. 어쩌다 개나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도 노숙자나 기후변화에 대해선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인간 사회 내부의 소수자나 약자를 도외시함은 물론 삶과 불가분의 관계인 자연 생태계조차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지 않는다. 이러한 인간중심주의는 결국 생태 중심도 벗어나게 되어 오로지 인간이란 개체 중심으로 흘러가는 게 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생명들은 우리에 갇혀 비탄 속에서 절규하면서 살아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휩싸인 우리 인간들의 고통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긴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AI나 구제역 등 바이러스 전염 사태가 닥치면 우리는 오리와 돼지, 소 등을 생매장시킨다. 최소한의 인도적 도살이란 원칙도 없이 산채로 말이다. 밀집되지 않은 공간에 있는 오리의 몸에 들어온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7일이면 자연스럽게 소멸한다는 게 입증되었는데도 ‘동물 밀식사육’은 여전하고, 항생제와 성장촉진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가축 면역력이 약화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동물권은 무엇보다도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들이 갖고 있는 고유성을 보존하고자 하는데도 의미가 있다. 동물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비인도적 처우와 도살은 비단 생명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 보이지 않는 영역의 문제가 인간 자신의 문제로 다가옴을 왜 모르는가. 공장식 축사의 지옥 같은 환경, 가축 간⋅농장 간 높은 바이러스 전염 확률, 특정 지역 발병의 세계화, 질병 발생 및 유행 패턴의 예측 불가능성 등은 인간에 대한 홀로코스트임이 분명한데도 우리 인간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엄중한 시기에 인간의 안위에 대한 격려와 위로를 하지 않고 다른 생명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음은 뜬금없다 할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숨죽여 지내는 이 시기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고통과 조바심의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일상을 되찾는 그때, 또다시 이런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바이러스로 인해 숨이 막히는 시간을 경험했는데 그 병원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도사리고 있다가 불시에 다른 형태로 인간을 급습한다면,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스’에 이어 ‘메르스’로 이어지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더욱 강력한 ‘코로나19’가 되어 지구를 강타하고 또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체로 지목받는 박쥐. 박쥐는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바이러스의 대모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박쥐 안에 있는 바이러스를 모두 없애려면 박쥐를 전멸시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박쥐로부터 인간이 감염되었다면 그 원인도 분명 인간이 제공한 것이 된다. 깊은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서식지를 잃고 ‘인간의 삶터’로 몰려들었고, 인간은 감염을 손쉽게 허용하는 활동을 한 것이다.
인간이 만든 비극, 되풀이되는 재앙의 경고. 지금은 위기에 빠져 있지만 코로나 이후까지 극복할 잠재력 역시 인간은 가지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 19가 보내는 경고 메시지를 깊이 있게 경청해야 하겠다. 문제를 냈으니 답도 알고 있으리라. 그건 오로지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저자소개>
선주문학회 회원・공감독서활동가. 대구교육청 1인1책쓰기 지도교사・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