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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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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종이신문을 보나? 다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는데 왜 그렇게 신문을 찍나? (신문을 만드는 것은)바보짓이다. 이젠 온라인에 신경 써야 한다. 현명하게 언론을 해라.”
지역신문의 환경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지역에서 20년 넘게 언론에 몸담고 있는 가깝게 지내는 선배 언론인의 우려 섞인 충고다. 종이신문을 찍을 때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내해야하는지,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훤히 꿰뚫고 있는 그는 신문을 꼬박꼬박 찍으려는 내가 무모하게 보였나보다. 평상시라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스피노자처럼 “단 한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신문을 만들겠다”고 허세를 부리면서 웃어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위축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을 비롯한 소상공인이 최악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가운데 언론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미를 비롯한 경북도내 23개 시·군의 상반기 각종 축제·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그 예산은 고스란히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투입됐다. 현명한 것이 뭘까. 종이신문을 계속 찍는 것은 바보짓일까.
종이를 모바일이 대체하는 시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본지는 노인정에서 열독률이 꽤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노인정 어르신들조차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단다. 그러니 신문 구독자 수보다 기사 조회수를 높이는 것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한국언론재단의 2019년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 종이신문 열독률(지난 1주일간 종이신문을 읽었다는 응답 비율)은 12.3%. 즉 10명 중 1명이 종이신문을 본다는 것이다. 2002년 82.1%와 비교하면 1/7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종이신문을 포함해 다양한 수단(스마트폰, 태블릿PC, PC인터넷, TV 등)으로 기사를 읽는 비율을 의미하는 결합열독률은 88.7%로 전년 86.1%보다 늘었다. 종이신문만 안보는 것이지 기사는 오히려 더 많이 본다는 것이다. 모바일시대에 언론환경의 변화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서양사학자 설혜심 교수(연세대)는 서구 역사학에서 찾을 수 없었던 인삼에 대한 기록을 지역신문에서 찾았다. 미시사에 관심이 많은 그는 소규모로 발간된 지방지가 아주 매력적인 자료였다고 한다. 지역신문의 역할, 나아갈 방향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인삼의 세계사』(설혜심 지음, 휴머니스트, 2020)는 그렇게 탄생됐다. 설 교수는 1995년 여름, 미국의 한 쇼핑몰의 ‘아메리칸 진생 페스티벌’에 전시된 인삼이 한국인삼이 아닌 미국인삼라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인삼은 한국 고유의 산물이라 여겼는데 어디에서도 고려인삼, 한국인삼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설 교수에게 ‘미국인삼’은 숙제처럼 남았다. 그러다 18년이 지난 2013년 19세기 영국 소도시에서 발간된 신문기사를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에서 200개가 넘는 한국인삼을 다룬 기사를 발견하면서 인삼을 언급한 서양 문헌을 본격적으로 찾아내어 서양이 은폐한 인삼의 역사를 세계사적으로 되살려냈다. 결국 그 실마리는 지역신문이 제공한 것이다. 지역신문은 그 지역의 기록이자 역사다. 언젠가 본지의 기사 한 줄이 어느 연구자에게 경북의, 구미의 역사연구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종이신문일 필요는 없지만.
신문의 면수를 12p로 줄였다. 민감한 독자들은 신문이 얇아졌다고 확인전화를 해온다. 어떤 독자는 신문이 나올 때마다 옴부즈맨처럼 오타를 지적해주기도 한다. 또 구독료에 강제성을 띠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구독료를 보내주기도 한다. 답답할 때면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요즘은 KTX구미역정차에 대한 보도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된 거냐, 신공항은 어떻게 진행되나, 5공단 분양 진행은 되고 있나’ 등 지역현안을 묻기도 한다. 이러한 독자들의 관심은 큰 힘이고 자산이다. 신문을 대충 만들 수 없는 이유다. 덕분에 열악한 지역 언론환경에도 오랜 시간 버텨올 수 있었다.
며칠째 ‘지역신문이 살아남는 법’, ‘지역신문의 생존 전략’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고 있다. 인구 5만명의 옥천군에서 유료구독자 4천명을 확보하고 있는 옥천신문은 지역민이 함께 신문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신문의 힘, 존재 가치는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