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속에 감춰진 순수의 눈빛을 가진 색소포니스트 홍길춘 선생님을 만났다. 어느 해 가을밤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그녀의 색소폰 연주는 정말 멋졌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았다. 일상의 모습과 무대 위의 그녀는 확연히 다르다. 신들린 듯 음악에 취한 그녀의 모습에서 관객은 함께 느낀다.--조영숙 시인/시낭송가
-------------------------------------------------------------------------------------------------------------
|
 |
|
| ⓒ 경북문화신문 |
|
# 색소폰을 시작하게 된 계기여름 휴가철이었어요. 느닷없이 친구 손에 이끌려 색소폰 동호회에 가게 되었어요.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지요. 연세가 있는 분이었는데 악보를 보고 여러 번 반복하며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좀 감동이었죠. 어쩌면 음악은 세월이 지나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어요. 원래 음악을 좋아했고 예술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실 다른 악기도 다뤄봤지만 별 흥미가 없었어요. 그때쯤엔 기타를 재미있게 치고 있었어요. 아마 색소폰을 안 했으면 기타리스트가 되었겠지요?
# 색소포니스트로서 기억에 남는 일
캘리포니아 봉사단에서 활동했어요. 좀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그때는 신명나는 일이었어요. 선산휴게소에서 일요일마다 연주를 했는데, 수익금은 불우한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업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준다는 순수한 마음이 컸던 시기였어요. 3년간 매주 일요일마다 버스킹 공연을 한다는 게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공연을 다녀온 다음 날이면 입이 퉁퉁 부어서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 순수했고 정직했던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생각해요.
# 기억에 남는 무대크고 작은 무대는 많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사랑하는 엄마 앞에서 연주했을 때,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하면 사실 부담스럽기도 해요. 엄마가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공연을 못했습니다. 제 연주를 보고 들으시는 엄마의 얼굴에서 많은 감정을 읽게 되죠. 표현을 많이 안 하셨지만 가슴으로 듣고 계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벅찬 느낌이죠.
# 색소폰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한마디색소폰은 처음 손에 들기까지 많이 고민합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한 곡 멋지게 부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시는데요. 콧구멍으로 숨 쉬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코와 입이 숨 쉬면 누구나 색소폰을 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숨 쉰다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니겠죠. 끝없는 연습과 용기도 있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자신을 믿고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도전할 수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잖아요.
# 좋아하는 쟝르특별하게 이 노래가 좋다거나 혹은 이 곡이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고 생각하는 곡은 많지 않아요. 제 삶에 힐링 되는 곡들은 뭐든 다 좋아요. 트롯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저는 클래식이 더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색소폰은 사람의 목소리와 닮은 악기입니다. 삶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이 악기를 통해 저도 늘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 하루 연습하는 시간늘 제대로 연습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먼저인 것 같습니다. 색소폰은 집에서는 연습할 수가 없잖아요. 보통 연습실에서 늦은 밤까지 연습할 때가 많죠. 수업이 있거나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때는 연습실에서 음악을 듣거나 악기 연습을 하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해요. 두세 시간씩 듣기만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스스로 힐링 되죠.
# 마무리하는 12월, 2021년 계획‘백 투더 베이직’ 힘들 땐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 좋아합니다. 올해는 마음을 많이 다지고 지냈습니다. 힘들 땐 돌아가라는 말처럼 올해 여러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심란했던 해였는데요. 새해에는 조금씩 변화해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바뀌어버린 일상이 단번에 좋아질 순 없겠지만 하나씩 제자릴 찾아가고 예전의 평범했던 삶으로 돌아가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색소포니스트 홍길춘 선생님은 담백하다. 무대 위에서의 그녀는 누구보다 화려하다. 빨간 뾰족구두, 화이트 셔츠,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다. 무대 위에서 떨리지 않는다는 그녀는 담이 큰 게 아니다. 관객을 위해 연주하기 이전에 원곡자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곡을 스스로 소화하기 위해 끝없이 연습한다. 내가 먼저 이해하고 느낄 때 관객은 감동한다. 그녀의 음악에 대한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