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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만난 사람(11)]묵향 가득 번진, 석향 정순아 선생을 만나다!

조영숙 기자 / 입력 : 2021년 03월 18일
스며들고 배어드는 것이 향이라면 묵향은 더 깊이 내면으로 침잠하는 그것이다. 그것은 너무 진해서 때로 미간 속 무언가를 골똘히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나 또 은은해서 잡념 많은 뒤엉킨 마음속을 평화로워지게도 만든다. 여기에 국화 향이 어우러져 한 마리 노란 나비의 춤과 같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국화차의 깊은 맛을 안다면 눈 감고 젖으며 묵향을 느껴보시라.
ⓒ 경북문화신문


# 어린 시절 보고 자란 것이 삶이 된 이유
눈으로 보고 자란 것이 무섭다. 어린 시절부터 늘 서예를 하시던 작은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문인화를 하셨다. 초등학교 교사로 계셨는데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사셨다. 작은아버지의 손끝에서 멋진 작품이 나올 때마다 나는 그 모습이 신기했다. 먹을 갈고 붓을 쥐던 손이 어색하지 않은 건 어깨너머로 배운 유년시절의 학습이었고, 전공이었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 내 인생의 동반자, 석향
호는 석향이라고 지었다. 돌의 향기처럼 열심히 갈고 닦으라고 지은 이름이다. 82년에 결혼을 하고 83년에 학원을 열었다. 돌아보니 긴 시간이다. 결혼 후 3년이 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때 남편과 유명하다는 절을 찾아다니며 마음을 다스렸다. 조바심도 나고 힘든 시기였지만 첫아이를 낳고 마음속 힘이 되었던 종교의 감사함을 느꼈다. 결혼 전 6시간에 걸쳐 반야심경을 쓴 적이 있다. 지금은 그 시간의 반도 걸리지 않지만, 그때는 마음의 혼을 담아 집중했다. 마음속으로 좋은 인연 만나기를 마음으로 빌었던 것 같다.

# 붓을 잡을 수 있을 시간에 대하여
글씨를 쓰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수 있을지 물어보곤 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운동을 하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하는 일들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생각할 것이다. 내게도 스승이 있는데 나는 아직도 배우러 간다. 올해 84세다. 여전히 붓을 잡고 계시는 걸 보면 존경스럽다. 그 모습을 보면서 별이 없다면 나도 80까지는 거뜬히 쓰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지만 말이다.

# 나를 위로하는, 송당 멋글씨!

구미에는 여러 장소에서 함께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 퇴직한 분들도 계시고, 젊은 분들도 많이 있으시다. 어르신의전당과 고아읍사무소, 그리고 다른 몇 군데까지 글씨를 쓰고 함께 전시도 한다. 금오산 올레길과 문성저수지 올레길, 또 인근 사찰이나 카페 등에서 캘리 글씨를 많이 전시해두었다. 자의든 타의든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받거나 또 구매를 하시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내가 쓴 글씨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 오래전 반야심경을 써 준 적이 있는데 그 글씨를 보며 20년이 지나서 고맙다고 인사를 받기도 한다. 좋은 글을 나누는 일이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좋은 글귀를 찾으면서 스스로 위로받고, 쓰면서 마음에 더 새기고, 받는 이에겐 따뜻함을 나눌 수 있다. 나를 위로하는, 또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송당 멋글씨가 되기를 바란다.

#  두 어머니와 함께하는 삶
석향 서예를 운영하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사람이다. 어쩌다 보니 두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으로 계시다가 깨어나셨는데 친정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어 구미로 모셨다. 그러던 중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침을 맞으며 치료하다가 또 구미에 살게 되면서 한 지붕 사돈네가 되었다. 기저귀를 갈고 동동거리며 뛰어다닐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란 생각을 한다. 장남의 도리를 지키는 남편과 몸이 더 불편한 친정어머니 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도 있지만 또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사명감을 느낀다.

#  먹향 품은 먹그림, 멋글씨, 문인화를 주름잡다!
정순아 선생은 서예 지도 자격증, 사군자 사범 자격증, 한국 캘리그래픽 디자인 협회 1급 강사 및 마스터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수 서예 문인화 대전, 전국 가훈 휘호 대회, 양동마을 국제 서예대전 초대작가이다. 도리사와 문수사에서 부처님 말씀 전시회 및 원하는 글귀를 적어드렸으며 유튜브 방송에서 송당 멋글씨, 먹그림, 문인화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이 된다. 송당 멋글씨의 한 구절은 분명 지친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혹은 ‘모든 것은 마음에서 피어나는 일이다’ 인터뷰 중 화선지에 붓을 드셨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낸 매화 둥치에서 분홍빛 꽃잎이 피었다. 먹향 검게 배어나면 동양화 물감이 스치고 지나간다. 넘치지 않게 여백의 미를 살린 매화나무 한그루 화선지 위에 피어났다. 고운 봄날이 시작될 것이다.


조영숙 기자 / 입력 : 2021년 0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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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론직필!!
예방법없음
따뜻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볼수 있지만 관심을 주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후원해 주신 에스엠디에스피 대표님과 선행을 알려주시는 경북문화신문과 김예은 학생 기자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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