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성리학역사관의 건물 곳곳에 특정 문중을 숭조·추모하기 위한 현판이 걸려 있어 공립박물관인 성리학역사관이라는 이름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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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개관한 구미성리학역사관은 당초 고려 말 충신인 야은 길재를 비롯해 김숙자, 김종직, 하위지, 이맹전 등 구미 출신 성리학자들의 자료를 전시·체험하기 위해 조성됐다.
하지만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관리사무소를 포함 성리학역사관 건물 5곳에 특정 문중을 숭조·추모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의 현판이 걸려 있어 시민혈세로 문중활동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문중의 현판이 걸린 곳은 1구간의 관리사무소인 경파정(景坡亭)과 문화사랑방 긍운정(肯雲亭), 2구간의 문화카페 백운재(白雲齋)·북천재(北川齋)와 충렬사(忠烈祠)이다. 특히, 2구간은 건물 3개동인 전체가 해당 문중의 현판만으로 붙어있는데다 바로 옆에 신도비가 이전되어 사실상 문중의 공간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는 것.
또 성리학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적 이름으로 지어야할 관리사무소를 ‘파주를 그리워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경파정(景坡亭)으로 붙인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파정은 구암 김취문의 둘째 아들인 김종유를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 이름이다. 김종유는 성리학의 대가인 우계 성혼의 문하에서 수학했는데, 우계 선생이 있는 파주(坡州)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로 경파정(景坡亭)이라는 편액을 달았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성혼, 이이, 송시열 등 서인, 노론으로 이어지는 학통과 연계돼 영남지역, 남인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구간의 백운재(白雲齋)는 구암 김취문을 추모하는 재사(齋舍)이며, 북천재(北川齋)와 충렬사(忠烈祠)는 임진왜란 때 상주 북천전투에서 순절한 김취문의 첫째 아들 김종무를 추모하기 위한 재사와 사당이다. 또 긍운정(肯雲亭)은 김종무의 아들 김공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정자이다.
지역의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시민 A씨는 “성리학역사관에 정자이름이 들어오는 것이 적절한지, 금오산의 자연경관을 훼손해가면서까지 카페가 있는 2구간을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현재 빈 공간인 충렬사는 시민들을 위한 교육장소라기보다는 특정 문중의 제례 장소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미시 관계자는 “당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지 선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해당 문중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추진위원회와 문중과 합의한 내용대로 5곳에 문중의 재실 현판을 달았다”며 당시 문중과 합의한 내용을 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시의 입장을 설명했다. 또 “충렬사에 대해 체험장소로 고려하고는 있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다. 시민들이 우려하는 사당으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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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미성리학역사관 종합안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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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성리학역사관은 지난 2010년 경상북도 3대문화권 조성 전략사업에 선정돼 시비 약 100억원을 포함, 총사업비 251억이 투입됐다. 또 구미시가 의뢰한 구미성리학역사관 관리·운영 방안 조사에 따르면 시설 관리비용으로 연간 6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운영비에 혈세가 투입되는 데도 불구하고 문중과 합의한 내용을 이행한다는 미명하에 구미시는 문중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기자가 합의서 내용을 요청하자 이마저도 문중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시간을 미뤘다.
모 시의원에 따르면 합의서에는 이외에도 구미시가 110,691㎡의 토지를 12억4천만원에 매입하고 문중은 1,719㎡를 구미시에 기부채납하며 시는 1,500m²(약 454평)을 신도비 이전과 관리사를 지을 수 있도록 문중 소유로 분할등기해 주기로 합의했다. 또 문중의 제향, 회의 단합대회 등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고 건물을 사용하도록 했다고 확인했다.
시민 B씨는 "성리학역사관의 현판만 보면 특정 문중의 숭조건축물처럼 느껴진다. 시민혈세로 개인 문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현판을 수정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또 "모 문중이 구미와 선산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한다. 이 문중을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신도비 등이 있는 곳에 그 문중을 기억하는 안내문을 설치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적절한 지적입니다.
다만 이런 지적에도 꿈쩍도 않는 건 뭘까요?
04/23 08:48 삭제
파주 얼마나 고마운 곳입니까? 엘지디스플레이를 받아주신 곳인데, 구미사람들은 파주한테 경파(공손히 파주를 생각한다)를 바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구미에서 근무하시던 분들이 파주에서 곤란을 겪으면 안되잖아요. 그리고 구미시를 선산시로 바꾸자는데 한 표!
04/21 17:42 삭제
세금의 주인은 시민이니 매입/건축 과정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하고
만약 과정의 잘못이 있었다면 잘못을 인지한 시점에 즉시 정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이다.
많은 행정에서 느끼지만 국민의 대리인인 공무원들이 위임받은 권한임을 잊고 자신이 그 권한의 주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큰 문제다.
외형적으로는 완공된 시설지만 그 상징성이나 컨텐츠를 포함해서 볼 때는 부실공사로 보인다.
04/20 09:16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