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학창시절 우연한 기회에 라디오 방송극에 출연하게 되면서 잠자고 있던 끼를 발견했다는 김영심 예술교육기획자. 대학을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극반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 것이 지금껏 무대 가까이 있게 된 계기가 되었고, 결혼과 육아로 몇 년간의 공백은 있었으나 굳건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해맑게 웃는 그녀의 배경이 점점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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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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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교육기획자
배우로 출발해서 연출로 활동했고 지금은 예술교육기획자로 무대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연극인들은 흔히 “연극은 마약과 같다”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연습과정이 힘들어서 이번 작품만 하고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하다가 막이 내리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다음 작품은 뭐하지?” 어느새 대본을 뒤적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대에 대한 열정과 연기에 대한 불씨를 이제는 일반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 주는 일로 충족하고 있다. “연극은 끼와 재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전문배우라면 당연히 그렇지만 당신이 전문배우가 될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 좀 어설프면 어떤가? 스스로 즐기면 된다.
# (사)문화창작집단 ‘공터다’의 역할
1986년 극단 현장이 처음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러 개의 소규모 극단들이 난립하다가 2001년 <극단 구미레파토리>라는 이름으로 통합을 하게 된다. 낮에는 각자의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에 모여 연습을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번듯한 연습실조차 마련하지 못하여 메뚜기처럼 빈 건물 지하를 전전하던 시절이었다. 2005년부터 지금의 자리에 소극장을 어렵사리 마련하면서 전업 연극인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2012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면서 지금의 (사)문화창작집단 공터다가 생겨난 것이다. 공터다는 현재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받았으며 매년 2~3편의 공연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올해는 제90회 정기공연으로 5월경 <이웃집 발명가>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공터다’ 작품 활동 방향공터다의 작품 활동 중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지역 역사인물 발굴시리즈의 제작이다. 왕산 허위, 명창 박록주, 애국지사 박희광 선생, 아도화상 등 지역과 연관된 역사 인물의 스토리를 발굴하여 무대화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20년에는 아도화상을 소재로 한 <아도가 남쪽으로 온 까닭은> 이 고마나루 연극제에서 단체상 은상과 연출상 수상,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는 베스트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예술로 꿈꾸는 행복한 세상 만들기”가 기업의 이념이다. 연극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예술로 확장시키고자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삼성꿈장학재단 후원 배움터교육지원사업,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인문학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과 만나는 창구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 만약 연극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연극을 하지 않았다면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뭐가 되었든, 뭘 하고 있을지 잘 모르지만 말이다. 하나는 글을 쓰는 것이고, 둘째는 강사이다. 둘 다 내가 잘 해서가 아니고 잘 하고 싶어서 하고 싶은 일이다. 글은 학생 시절부터 막연하게 꿈꿔왔던 일이고 그게 시, 소설, 수필처럼 뭔가 정해지지도 않았으며 그냥 끄적거리는 게 좋은 정도이다. 다른 하나는 소위 말하는 스타 강사처럼 대중을 사로잡는 언변으로 유쾌하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 잊지 못할 연극 한 편<마술가게>라는 작품이 1/3정도 공연되었을 즈음, 조그마한 금고를 도둑 역을 맡은 배우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열어야 하는 장면에서 금고가 열리지 않았다. 금고는 사전에 당연히 열어 놓은 상태이어야 하는데 그게 잠겨 있었던 거죠. 배우와 스탭 모두 당황했고 도둑 역의 배우는 한참을 금고와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죄송합니다. 이게 열려야 하는데 열리지 않아서 잠시 끊었다가 다시 하겠습니다”며 금고를 들고 무대 밖으로 나가 버렸다. 무대 뒤에서 어찌어찌 금고는 열렸고 연극은 앞으로 되감기 한 것처럼 다시 시작되었다. 마침내 문제의 그 장면에서 짠하고 금고가 열리자 관객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 주며 공연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민망함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 위기는 다른 희망이다작년은 여러모로 힘든 해였지만, 오히려 공터다로서는 조금 여유 있게 극단을 돌아볼 수 있는 해도 되었다. 매년 바쁘게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하다가 거의 모든 일이 묶여버린 상반기를 지나면서 조금 다른 일들을 구상할 수 있는 시기도 되었다. 내가 맡은 예술교육도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해 보았다. 덕분에 예술교육의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생각이나 영상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 같은 연구하는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장애물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익숙해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공터다는 지난 4월 6일부터 <인문학, 연극으로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연극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두 시간씩 연극에 대한 일반론과 대본 읽기 등 낭독공연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희곡을 읽어보고 인물 분석, 대사 분석 등을 통하여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린다는 김영심 기획자의 당찬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