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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탄 나무의 속삭임(박상봉, 곰곰나루, 2021.7)'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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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부터 시단에 등장해 오늘날까지 40년에 이르는 시적 궤적을 그려온 시인 박상봉의 신작 시집 ‘불탄 나무의 속삭임’이 나왔다.
표지 사진으로 이원규 시인의 작품 사진 ‘별나무-산벚꽃’을 넣고 표사에는 이하석 시인의 추천사와 박덕규 시인이 쓴 해설 일부를 수록했다. 표지 뒷날개에는 이번 시집의 맨 앞자리에 놓인 ‘먼나무’를 자필로 써 넣었다.
시집 본문에는 ‘먼나무’, ‘다가간다는 것’, ‘불탄 나무의 속삭임’,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어머니 빗자루’, ‘성밖숲’ 등 52편의 시와 박덕규 시인·평론가의 해설 ‘몸살 앓는 꽃자리에서 둥글어지고 무르익기까지’가 실려 있다.
문청(文靑) 때부터 유난히 시를 좋아했던 박 시인은 첫 시집이 49세 때 출간했고, 예순이 넘어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아왔는지, 곤혹한 인생살이를 거쳐온 그간의 곡절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힘든 시절을 견뎌온 박 시인은 ‘불탄 나무의 속삭임’이란 시에서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인양 "이게 제대로 사는 걸까 제대로 죽는 걸까(...)발밑에 검붉은 세월 묻어두고/강물 넘치도록 아우성치며 불타오르는 나무"라고 읊조린다.
삶이란 것이, 이래저래 먹고사는 일에 치이다 보면 그 의미를 따질 겨를조차 없기 마련이다. 그의 삶은 그저 ‘활자와 활자 사이’, 즉 생업에 시달리며 “지워지고 지워지는 사이” 끝내는 “발밑에 검붉은 세월”로 묻혀 가는 수순을 밟는다. 그런데 그런 줄로만 알아온 그 삶이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한 나무가 다른 나무 향하는 마음”으로 깊어져 온 것이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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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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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인도 먹고 살기 힘든 “궁핍한 시절에 주변의 지인들이 심심찮게 찾아와 손을 벌렸다”고 한다. 책 살 돈, 쌀 팔 돈이 필요하다는데 주머니에 꿍쳐 넣어둔 것을 꺼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 때문에 정작 젖먹이 아이는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하고 본인 스스로 챙기는 일도 뒷전이었다”는 것이다.
박상봉 시의 삶에 대한 자의식은 상당 부분 지나온 것, 사라진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지난일은 그립고 아쉽고 후회스럽다. 나를 떠난 것은 아름답고 그것을 붙잡지 못한 나는 한탄스럽다. 지난일은 추억 속에 영원하고 그 사이 변해버린 자신은 속되고 저급한 데다,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했음에도 세속적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박상봉 시가 지난날을 바라보는 시선이 대체로 그러하다.
이하석 시인은 박상봉의 두 번째 시집을 두고 “아등바등 살아온 삶 동안 한 번도 날개를 펼친 적이 없음을 상기하며, ‘자신의 힘이 아닌 바람의 힘으로 날아야 할 때’를 자각한다. 이러한 나무의 상상력은 ‘는개 흩뿌리는 벌판에 선 나무 십자가’가 자신의 모습임을 절감하는 데까지 이른다”면서 “지극하지 않은가? 그런 상태로 ‘폭설 휘몰아치는 숲속에서 작정하고 길을 잃는’ 대책 없는 꿈을 꾸고 있는 그 여전히 문학청년다운 모습을 나는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상찬했다.
박 시인의 이력에는 특이한 사항이 눈에 띈다. 지역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시 강연, 시노래, 각종 음악공연과 독서대학, 문예강좌 등 다양한 문학예술행사를 이끌어 왔다.
실례로 구미에서 그는 시와 IT의 절묘한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 시인이 주관하는 시낭송회에서 참석자들은 매번 색다른 체험을 한다. IT기업이 개발한 블루투스 기술과 스피커를 시낭송과 접목한 사례는 곧바로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냈다. 시낭송 후 두 IT기업은 서로의 기술을 자사의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문단 활동을 시작한 지 대략 40년째, 시인이면서 기업성장지원 컨설턴트로 오래 일해온 박 시인은 구미뿐 아니라 대구와 경북지역의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성장판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문인들에 따르면 30여년 전 대구 동성로에 ‘시인다방’이라는 북카페가 있었다고 한다. 문학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이곳에서 문인수, 이하석, 장정일, 이인화, 장옥관, 엄원태 등 유명 시인과 작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문학이야기를 나누고, 시낭송회와 연극공연, 미술·음악 이벤트가 수시로 열렸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대구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던 이 공간을 개설한 이가 바로 박상봉 시인이다.
박 시인은 “대구문학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시인다방의 문학적 성과를 오늘에 되살려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워보려고 ‘30년 전 시인다방’을 새롭게 개설했다”면서 “따로 공간은 만들지 않고 분위기 좋고 특징 있는 기존의 카페를 찾아다니며 ‘시인과 독자의 만남’을 비롯한 다양한 문학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박상봉 시인은 1958년 경북 청도 출생으로 대구에서 성장했다. 1981년 박기영, 안도현, 장정일 등과 『국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등단해 2007년 『카페물땡땡』(만인사)을 발간했다. 여러 지역에서 지역문화산업 기획과 시창작 지도를 하면서 ‘시공간’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