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다. 인디언 체로키 족은 ‘홀로 걷는 달’이라고 한다. 겨울이지만 오후 내내 햇살이 따사로운 창가에 등을 대고 앉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시간이다. 살다 보면 혼자보다 둘이, 혹은 여럿이 힘을 합할 때 세상살이가 수월할 때가 있다. 그러나 2월은 조금 특별하다. 어쩌면 수줍은 꽃망울이 막 꽃잎을 틔우기 전, 한껏 웅크렸으나 머지않아 화려하게 꽃피울 그녀처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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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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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수줍은 소녀였다학창시절 난 소극적인 아이였다. 학교에서 발표도 시원하게 못했고 부끄럼이 많아 큰소리로 인사하는 것도 서툴렀다. 그저 누군가를 만나면 배시시 웃거나 입술만 달삭대며 인사했다. 당연히 발성도 부족했고 목소리도 시원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답답했다. 그런 내가 가수가 되었다는 건 누가 봐도 놀랄 일이다. 가수 이선희를 좋아했다. 그건 내가 갖지 못했던 시원함을 대리만족 할 수 있었던 큰 이유였다.
# 내가 노래를 만났다직장인이었다. 간이세금계산서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숫자를 싫어했지만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어느 날 우연히 내 눈에 가요제 현수막이 들어왔다. 92년도 청소년가요제에서 1등을 하고 전국대회에 나가면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 소극적인 성격이었으나 내 안에 노래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돈도 벌었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실컷 부를 수 있는 시기였다. 물론 슬럼프를 맛보기도 했다. 인생은 늘 탄탄대로만 있는 건 아니란 걸 그때 알았다. 그것이 내적이든 외적이든 다양한 방법으로 올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 결혼을 하고 다시 무대로 갔다
한때 유행했던 프로그램 중에 도전, 주부가요 스타라는 대회가 있었다. 한동안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 어쩌면 이 대회에 나가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택했다고 할 수도 있다.(웃음) 이정옥의 ‘숨어 우는 바람소리’를 불러 대상을 받았다. 그해 연말에 윤복희의 ‘여러분’을 불러 대상을 받으면서 다시 가수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때쯤 내가 받은 상품이 32인치 TV로 5대 이상은 될 것 같다. 그 외에도 가족여행권 등 여러대회를 통해 상품을 많이 받았다. 97년에는 동네 동장님의 추천으로 구미시민노래자랑 대회에 나갔다. 각 동에서 나온 1등과 겨뤄 큰 상금을 받아서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용돈을 드렸고, 일부는 구미시에 기부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한 일이었다.
# 언제나 꽃피는 인생은 아니다가수 도희를 떠올리면 ‘꽃피는 인생’이라는 노래를 기억해 주신다. 그러나 현실은 늘 꽃피는 일이 연속되지 않는다. 2019년 코로나 위기에 나는 무대를 많이 잃었다. 자고 나면 방송 스케줄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기 일쑤였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정말 가능한 길인지, 내 선택이 정말 옳은 선택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다 꽃피우지 못한 내 노래와 부르지 못한 노래들이 아쉽고 안타까운 날들이었다.
# 도희의 “쏭쏭 TV”로 소통하다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도희의 “쏭쏭TV”를 통해 나는 소통하고 싶었다. 내 노래를 사랑해주는 구미 시민들과, 또 지역을 넘어 내 노래를 듣고 위로와 희망을 가지는 모든 사람들게 나는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함께 웃고 울고 노래하는 그 순간은 서로에게 위로의 시간이 된다. 큰 무대가 아니면 어떤가? 무대에서는 노래만 부르고 사라지는 가수였지만, 유뷰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가까이 다가서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조금씩 구독자가 늘고 참여자도 많아졌다. 더 힘내라고 내게 용기를 주고 박수로 화답해 주는 그들이 있어 희망을 느낀다. 코로나 여파보다 더 무서운 트롯열풍으로 무명가수의 자리가 줄었지만 그래도 가수는 노래할 때 세상 가장 행복한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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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여린 그녀의 가슴에서 품어져 나오는 가창력은 통쾌하고 시원하다. 때론 가슴 절절하도록 애절함도 있다. 삶이 어디 늘 신작로만 있겠는가. 피우지 못한 꽃망울이 있는가하면 끝내, 뿌리를 내라고 비바람을 이기고 기어이 다시 싹을 내는 새싹도 있다. 금오산의 정기를 안고 뒷모습이 아름다운 한국 대중음악치료협회 경북본부장 ‘도희’의 “꽃피는 인생”을 힘차게 뜨겁게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