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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활동가·구미시 생활공감정책참여단대표·선주문학회 회장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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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안 있어 봄꽃들은 뭇 자태를 드러낸다. 매화, 벚꽃 그리고 복사꽃이 잇따라 피어나면서 완연한 봄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진나라 무릉의 어부가 복숭아 꽃잎이 흩날리는 이상향에 다녀오는 이야기가 있다. 계곡에서 길을 잃고 어떤 곳에 들어서자 갑자기 “환하게 열리며 앞이 확 트였다. 땅은 평평하고 넓었으며 집들도 반듯했다. 기름진 땅,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 대나무 등이 있었다. 논 밭두렁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고, 개와 닭 울음소리가 서로 들렸다. 그 사이를 왔다 갔다하며 농사를 짓는 남녀의 복장은 바깥 사람과 꼭 같았다. 늙은이와 어린 아이가 함께 흐뭇해하며 스스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자연 풍광이 빼어나고 전쟁과 살육이 없는, 권력과 명예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이들이 즐겁게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곧 이상세계의 상징 무릉도원 이야기다.
노자의 도덕경 하편에는 현덕을 지닌 성군 이야기가 나온다. 소국과민小國寡民, 나라도 작고 백성도 적은 나라의 왕은 백성의 행복을 위해서는 ‘공역 등에 백성을 징발하여 쓰지 않아야 하고 죽음을 중시케 하고 지금 사는 곳에서 멀리 옮기지 않도록’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나라 당시엔 사방 오십 리 정도의 작은 나라가 많았으니, 지금으로 치면 읍면동 정도 되었을까. 아무튼 백성들은 섭리를 지키고 질서 속에서 살아가며 왕의 존재를 모를 정도라고 했으니 어느 정도의 성군인지 알 수 있겠다. 물론 백성의 참된 삶이란, 화려하고 풍족한 게 아니라 생업에 충실하며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맛나게 먹고, 소박하나마 맵시있게 옷을 입으며 이웃과 더불어 화목하면서도 마음껏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볼 때, 대국주의를 지향하는 파쇼적 국가 지도자는 국민을 잘살게 하려는 의도보다 자신의 잘못된 세상관이나 헛된 욕망을 좇으면서 국민들을 절망으로 내몬다. 또 그러한 시도에는 반드시 무수한 혼란과 파괴, 살상이 동반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헛된 욕망을 가진 자의 침략 앞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의연히 일어나서 위대한 저항을 시작했다. 반드시 침략자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연한 모습에서 우리 선조들의 3월 정신을 발견할 수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선시대 지배층이 자주 주권을 지키지 못해 나라를 빼앗기게 되자 민중의 민족의식은 불타오르게 된다. 내 나라 내 민족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숭고한 피를 흘린 3월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한국인의 기백이다. 이러한 정신은 역사적으로 자주권이 침탈되면 어김없이 일어났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국가의 위기 때마다 다양한 운동이나 혁명으로 승화되어 나타났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치려는 우리 국민성은 극히 최근의 촛불 운동으로 발현된 바 있기 때문에 결코 퇴색하거나 일실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풍족하게 잘 사는 행복한 일상은 그만두고라도 ‘인간으로서 행복’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인지 무겁게 다가온다.
불평등이 상식이 되고 경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정책 하나가 발표될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교육과 부동산, 이름과 내용이 뒤죽박죽된 기본소득과 주민자치, 선과 악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사회, 그리고 첩첩이 쌓인 갈등……이 모든 것을 자본주의의 폐단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또 몇 자의 글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단순화할 일도 아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무릉도원이나 성군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뜬금없다 하겠다. 더구나 자아실현을 우선시하는 현대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발전과 향상을 위한 노력없이 설정된 이상향은 그야말로 한낱 꿈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노력없이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이제 대선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큰 고비를 넘긴 후의 일상은 축제가 아닌 고민과 성찰의 시간으로 채워져야 하겠다. 누적된 우리 사회의 병통에다가 더해 대선 기간 동안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었다. 이를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삼지 않고 단순히 지나가는 이슈 정도로 인식하는 한 ‘생업에 충실하며 이웃과 화목한 삶을 자유롭게 누리는’ 기회를 영영 잃게 될지도 모른다. 더 좋은 삶을 누리고 참된 성군을 만나는 일은 변화와 개선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국민들의 몫이며, 그 첫 번째가 잘못된 것을 부끄럽게 여겨 치유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잘못을 슬쩍 덮어두는 비겁함이나 적당한 타협은 어떠한 변화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야말로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하고, 그 희망은 봄꽃이 지고 난 후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