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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활동가·구미시생활공감정책참여단대표·선주문학회 회장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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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는 2017년부터 17개 동에 전면 주민자치회를 실시했다. ‘골목자치’로 주민(住民)이 아닌 주민(主民)을 지향함으로써 지역과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해 나간다. 주민자치회의 동 행정사무에 대한 협의기능을 명확히 하고 주민자치센터 운영 등은 자치회에 위탁이 되어있다. 주민들의 예산 편성 권한도 늘어나 주민들이 내는 주민세 전액을 생활자치사업 예산으로 편성하였다. 이와 함께 시에선 ‘주민자치국’를 신설해 ‘골목자치’ 활동을 본격 지원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자체와 나누는 것이 아닌 주민에게 돌려주는’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오산시는 온 마을이 학교이다. ‘시민참여학교’, ‘꿈찾기 멘토스쿨’, ‘미리내일학교’(70여개 분야 직업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공공기관・기업 등 다양한 현장에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 오산시 전체 초등학교 학생의 90% 이상이 참여하는 시민참여학교를 비롯한 각종 교육현장에서 학부모 등의 시민이 직접 강사로 활동한다. 10여 년 전 130명이었던 학부모(시민) 강사는 현재 650명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지역 유휴공간과 주민 자치센터를 거점 캠퍼스로 활용하는 ‘오산백년시민대학’은 생활권 10분 거리 안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학습활동을 하도록 지원한다. 오산시장은 ‘시민이 행복하고 공평한 사회는 바로 교육을 통해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인천 부평구는 ’공공갈등 관리를 체계화하고 전문화‘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최초로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2년 공공갈등조정관 직을 신설해 민간전문가를 공식 채용하면서 공공갈등조정팀을 구성했다. 이와 동시에 대학 등 3개 갈등관리 전문기관과 협약을 맺고 힐링교육 전문기관 두 곳과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으며 전문기관 5곳, 수행기관 4곳 등 9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부평구는 조정대상 안건이 상정되면 각계 전문가와 공무원, 주민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한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과정이 의무화되어 있어 갈등의 확산이나 파국을 막고자 노력한다. 부평구는 갈등의 사후 치유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전국 곳곳에 공공갈등 해결을 위한 모범 사례로 전파, 활용되고 있다.
위 내용은 다산 정약용의 율기・봉공・애민 정신을 구현한 행정혁신 사례 중에서 뽑아 본 것이다. 그저 모방해 보자고 우수 사례를 나열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구미시에도 대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모범 사례가 왜 없겠는가. 선정이 안 되었을 뿐이지 율기・봉공・애민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는 시장 이하 공직자도 꽤나 많을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시장상市長像과 관련하여 시장의 노력이 시민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고자 함이다. 시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바뀌는 데는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의 자세와 안목이 결정적임을 알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각 당에서 나온 공약 중 대세를 이룬 것은 수십 년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지어주겠다,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중심으로 여전히 국민의 세금을 ‘짓고 건설’하는 데에 쓰겠다는 거다. 모르긴 몰라도 지방선거 역시 이와 닮은 꼴이 되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짓고 만들어서 미래까지 잘 이용되고 운영에도 별문제가 없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시행착오를 일으킨 건설 및 개발 행위의 선례가 얼마나 많던가. 그럼에도 별다른 생각없이 세금을 ‘그저’ 뿌리기 위해 서두르는 게 선거전략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이제 구미시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 건설의 문제와 함께 ‘미래의 가치’를 반드시 추구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의 소리를 건성으로 듣지 말고 끊임없이 대화해 나가다 보면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구미의 미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 중심에 시장市長이 있다.
구미의 미래가 정말 ‘먹고 사는 문제’ 외는 없는 것일까. 60~70년대의 잘먹고 잘살아보자는 화두가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할까. 국민소득(1인당 GDP) 4만 달러를 눈앞(2025년)에 두고 있고 1인당 GDP 구매력이 일본을 앞지른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개발과 먹고 사는 문제에 갇혀 있다. 세계 10위권의 부자나라라면 이제 새로운 방식의 성장과 지표가 필요하고 세상을 상상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물론 국가경제가 성장한 만큼 개인적 삶이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상을 반드시 경제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다양한 방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깨끗한 공기와 건전한 공동체 의식, 적절한 소비의식과 건강한 환경 속에서의 장수 사회, 어려움을 풀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시민 문화……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 시민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시장은 바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늘 길 위에서 시민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 정말 바쁜 사람들을 찾아가야 한다.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아픈 사람들과 장애인을 만나고, 아이들과 이야기해야 한다. 고향을 찾아가는 데 10년이 걸린 오디세우스처럼 막다른 골목과 모험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과 함께 걸어가는 그 길이야말로 새로운 구미로 가는 길이다.